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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임 Mar 29. 2021

아껴먹어야 더 맛있는 것도 있다

야금야금, 아껴읽는 책의 묘미를 아시는지.

애정하는 작가의 신간이 기다림 끝에 집 앞으로 배달 됐다. 서점에서 직접 책을 사들고 나오는 설렘은 집에서 택배를 뜯는 설렘으로 바뀌었지만 결코 그 기쁨의 무게가 덜 하지 않다. 커터칼을 도르륵. 그러면 포장지 안으로 얼핏 보이는 네모납작한 것이 정갈한 빛을 띄며 얌전히 누워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신이 난다. 깨끗이 손을 씻고 첫장을 넘겨 여는말부터 꼼꼼히 읽어본다.


 맛있는  티비를 틀어두고  생각없이 먹어치우면 안된다. 값지고 양이 적은 오래간만의 별미를 음미하기위해 어수선한 주변을 정돈하고 집중할 준비를 한다.

생긴 모습을 찬찬히   훑어본 뒤에 곱게 두어 사진도   남겨본다.

책장을 넘기고 난 후부터는 글자를 입안에 굴려 삼키듯 차분하고 은근한 속도로 문장을 소화한다. 우걱우걱 삼켜 휘리릭 끝내버리지 않도록. 그렇게 야금야금 이 얇은 책을 아껴읽는다. 이미 넘긴 책장을 다시 넘겨 읽어보기도 하고. 좋은 문장을 다시 천천히 읽어보고.


한 번에 휘리릭 읽히는 글도 좋지만, 이렇게 자꾸만 책장을 더디 넘기게 붙드는 문장이 좋다. 글자를 더듬는 시선에 감탄이 짙도록, 그래서 자꾸만 같은 구간을 몇 번씩 읽게 하는. 그렇게 읽어도 끝내 마지막장은 쉽게 오고마는.

아껴읽어야 제맛인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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