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럭, 토돗 토돗 토돗
빼꼼히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개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는 개가 나의 행방을 궁금해하는 것을 속으로 조그맣게 즐거워하면서 짐짓 모른 척 읽던 책을 계속 읽는다.
평소 같으면 얼씨구나 반기면서 나를 찾았느냐고 귀여워하며 벌써 그 복슬복슬 폭닥폭닥한 양 옆구리에 손을 끼워 안아 올렸을 일이다.
나는 개를 너무 만져 탈이다. 이 귀여운 것을 사랑하는 마음을 추스르지 못해 하고많은 날 만지고 입을 맞춰대니 개가 귀찮아하지. 그래서 뽀뽀도 좀 줄이고 쓰담쓰담도 좀 줄여보려고.
그러면 손을 덜 탄 개는 기분 좋게 자다가 이렇게 한 번씩 나를 궁금해한다. 나를 찾는 그 조용한 소음이 나는 그렇게 반갑고 행복한 것이다. 짐짓 모른 척까지 해가면서 개의 관심을 즐기고 혼자 조그맣게 웃는다. 내 뒤통수에 와 닿는 개의 시선이 이렇게 말하는 듯도 하다.
‘내가 왔는데 왜 돌아보지도 않아?’
잠에서 깬 개가 나의 행방을 찾다 시야에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한 5초쯤 가만한 시선을 두다가 도로 잠자리로 돌아간다.
토돗 토돗 토돗, 부스럭
만족스러운 안착. 빼꼼히 내다보면 붙박이처럼 올라앉은 빈백 소파 위에서 온몸으로 숨을 쉬며 새근새근 잠들어 있다. 저 복실복실 폭닥폭닥 고소한 냄새가 나는 생명체의 몸통이 일정한 곡선을 그리며 부드럽게 오르내리는 동안 나는 결코 쓰다듬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두 입술을 앙다물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