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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준 Apr 16. 2019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어쩐지 의기양양 도대체 씨의 띄엄띄엄 인생 기술

[국내 도서 >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한국 에세이]

도대체 지음 | 도대체 그림 | 예담 | 2017년 09월 25일 출간


  일단 오늘은 나에게 잘합시다.

  

  일상에 지쳐 자신을 위로하는 회사원이 떠오른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지 않은 일이 분명한 어떤 일이 일어나고 나서 긍정의 힘으로 이겨내려는 모습 같기도 하다. 혹은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든지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겠다는 의미도 보인다. 작가 도대체 씨는 책에 글과 함께 귀여운 캐릭터가 나오는 만화를 함께 그려서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도 있는 제목을 발랄하게 만들어주었다. 


  책의 행복한 고구마 만화로 시작한다. 인삼밭에 낀 고구마는 주변을 보며 자신도 인삼이라며 행복해한다. 이를 본 다른 인삼이 고구마가 자신이 인삼인 줄 알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굳이 고구마에게 진실을 알려준다. 하지만 고구마는 '나는 고구마다!' 하면서 계속 행복해한다. 만화에는 안 나오지만 인삼은 뒤통수를 세게 맞은듯한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이렇게 책에는 우리를 힘들게 하거나 지치게 하는 것들을 재치 있게 이겨내는 만화와 글들이 가득하다. 


나는 고구마다!


    책은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책을 읽다 보면 딱히 주제가 분리되는 느낌은 없다. 따로따로 썼던 단편 만화나 글을 나중에 하나의 주제로 뭉치려고 시도한 것 같다. 아니면 전반적으로 작가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지속되어서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우리는 어쨌든 출근을 해야 한다. 첫 번째 장은 '어쨌든 출근은 해야'라는 제목으로 시작한다. 야근을 하고 와서 책을 다시 봐서 그런지 책을 펼치자 아래의 글이 떡하니 나왔다.


뭘까?

사무실의 저쪽에서 부장님이 어느 직원에게 말하는 게 들렸다.
"이건 대체 씨한테 줘."
뭘 준다는 걸까? 간식일까? 얼마 전 출장을 다녀오더니 기념품을 사 왔나? 이왕이면 맛있는 거면 좋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두근두근하고 있었는데,
일이었다.


  정신 승리를 통해서 이겨내는 글들도 많지만 위의 글처럼 가드를 올릴 틈도 없이 날아오는 잽에 툭 하고 맞게 되는 글들도 많이 나온다. 그래서 작가의 글에 더 공감이 간다. 노홍철처럼 무조건적인 긍정으로 이겨내려고만 하면 오히려 더 슬펐거나 '우와, 이 분은 정말 정신력이 대단하다.'라고 감탄하고 말았을 것이다. 내가 아는 직장 상사 Z도 휴가 때 일본에 다녀왔었다. 직장동료 A는 상사 Z가 도쿄 바나나빵이라도 사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나는 안 사 오실 확률이 높아 보인다고 했었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예측이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도쿄 바나나빵을 못 먹은 배는 꼬르륵거렸고, 직장동료 A는 충격을 받았다. (이런 내가 측은했는지 동생은 기특하게도 일본 학회를 다녀올 때마다 도쿄 바나나, 초콜릿, 일본 과자 등을 잔뜩 사 온다.)


  책의 각 장의 끝마다 작가는 리빙포인트를 남겼다. 딱히 각 장의 주제와 연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감정 소모를 막기에 적절한 솔루션이다. 6개의 리빙포인트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생겼다면, '뭐 그건 그 사람 마음이지' 생각하면 마음이 편합니다.

'내가 지금 왜 이 짓을 하고 있나'란 생각이 든다면, '이 짓을 안 했을 때도 딱히 더 나은 일을 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침착해지세요.

오늘따라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다면, 평소에도 그랬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안심하세요.

뭔가 문제를 발견해서 자꾸 신경 쓰일 땐,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지금 그 문제를 고민할 때가 아니라 더 큰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가끔 사정없이 허전함이 밀려든다면, 체내에 딸기 케이크가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딸기 케이크를 공급해주십시오.

'사람들이 비웃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 때문에 시작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면, 불필요한 걱정입니다. 어차피 누군가는 늘 나를 비웃고 있답니다. 


   요새 나오는 다른 에세이들에 비해서 만화가 있기 때문에 더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더 이상 소모할 감정이 없는 자신을 위로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이미 이 책을 수도 없이 봤다면 작가가 요새 연재하고 있는 글을 읽거나 만화를 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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