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인 오늘 새벽,
나는 인천공항에서 일본으로 가는 새벽 비행기를 탄다.
두근두근
크리스마스에 비행기라니.
이 두근거림이 여행으로 인한 설렘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침에 일어나니, 30분 딜레이 됐다는 회사의 문자와 함께 하늘에서 딜레이가 내렸다.
아니, 하늘에서 눈이 내렸다.
이 정도의 눈이면 딜레이는 불 보듯 뻔하고,
크리스마스인 당일 나의 퇴근이 얼마나 늦어질지 너무 두근거렸다.
화가 나서 심장이 두근두근.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시간대에 출근을 했기에 나는 택시를 이용하여 공항에 도착했고,
가장 먼저 브리핑실의 문을 열었다. 불을 켜고 비행 준비를 하고 있으니 크리스마스에 근무를 해야 하는 가슴 아픈 전우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기장님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기장님, 연말에 못 뵐 것 같으니 미리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기장님 크리스마스 메리입니다."
비행준비를 하고 비행기로 향했다.
다행히도 눈은 그쳤다.
밤새 내려 쌓여있는 눈덩어리들은 승객들에게 크리스마스 당일,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선물하고 제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램프지역에서 편히 쉬고 있었다.
연결 편으로 도착한 항공기는 눈이 쌓이지 않았고, 우리가 이륙하러 가는 동안 눈이 오지 않았기에, 우리는 운이 좋게 디아이싱 없이 이륙을 했다.
구름으로 뒤덮여 어두컴컴했던 공항에서 약 4,000피트 정도 올라갔을까. 적당히 두툼했던 구름들을 뚫고 올라가니, 어두운 세상이 어디 있었냐는 듯 시정이 끝없이 닿는 하얀색, 파란색, 하늘색이 뒤섞여있는 맑은 하늘이 나왔다. 그리고 저 앞에는 명란젓처럼 이제 막 뜨고 있는 눈부신 태양이 보인다.
내가 눈만 좋았다면 산타할아버지가 날아다니는 것도 보였을 텐데.
아, 산타할아버지는 어디쯤 날고 있을까?
비록 내 눈에 보이진 않았지만, 비행이 끝나고 와서 보니 산타할아버지가 태평양 한가운데 계셨다.
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flightradar24"라는 어플이 있다.
현재 하늘에 날아다니는 비행기들의 위치와 속도, 경로, 항공사 등을 알 수 있는 어플인데 이벤트성으로 크리스마스이브,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산타할아버지의 현재 위치를 보여준다.
검색창에 "SANTA1"를 입력하면 나오는데, 기종은 '썰매'이고 등록번호는 'HOHOHO'이다. 고도는 6만 피트에서 날고 계시며, 신기하게 속도는 727 knots(대략 1350km/h)로 생각보다 그리 빠르게 날아다니지는 않는다.
오늘 태평양을 건너 인천에서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였다면 산타할아버지가 보였을까?
고도가 높아서 잘 보이진 않았겠지만 문득 궁금해진다.
산타할아버지가 하루빨리 한국 위로 지나가서,
받을 선물 챙겨 받고, 모두들 메리크리스마스가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