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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 파일럿 Jan 03. 2024

ISTP(조종사) and INFP(승무원)


처음에 제목을 "ISTP vs INFP"로 적었다.


그러다,

'부부가 vs가 맞나? and가 맞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고쳤다.


하지만 문득,

'어? 생각해 보니 가끔은.. vs가 더 잘 어울...'


자,

얼마 전 아내가 MBTI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나는 '다시' 해본 것이다. 따끈따끈한 신입으로 항공사에 입사했을 때 회사에서 했던 MBTI 성격 검사는 분명 INFP로 나왔다. 그러나 아내는 내가 INFP일리가 없다며 주장했고, 나 또한 사회에 점차 찌들어가면서 여느 직장인들처럼 조금씩 성격이 조금씩 바뀌어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컨대,

작은 것에 화가 나고

남들에게 큰 관심이 없어지고

쉬는 날에는 아름다운 눈이 내렸으면 좋겠지만

내가 비행하는 날에는 하늘의 똥인 눈이 안 오면 좋겠고

애사심이 조금씩 떨어져 가다가, 월급날에 다시금 재충전되는


그런 평범한 직장인 말이다.


그래서 아내와 같이 인터넷 어느 사이트에 있는 MBTI 검사를 다시 진행해 보았고, 이번에는 남들이 나를 봐주었으면 하는 이상적인 성격이 아닌 실제로 내가 어떠한 성격인지 부끄러울 정도로 솔직해져 보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그리고 나온 결과,

나는 ISTP가 나왔고 아내는 INFP가 나왔다.


“오빠 브이 해봐봐” “브이하면 별을 두개나 가리킬 수 있네”


고백하자면, 나는 MBTI를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차라리 MBTI에 관심이 없다는 표현을 하는 것이 낫겠다. 나는 인간이 어느 단편적인 성격 유형으로만 진단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전 세계 80억 인구가 고작 16개의 유형으로 나뉘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어렸을 때 혈액형으로 성격을 나누는 친구들의 장난 같은 것들도 재밌게 느껴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사실 다른 MBTI 유형의 설명을 읽어봐도 나와 맞아떨어지는 것이 있고, 내가 선택한 결과를 보면 당연히 맞아떨어질 수밖에 없다. 내가 고른 문항들의 종합 설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생각들조차 ISTP의 특징이라는 아내의 설명에, 우선은 가정의 평화를 위해 아내에게 약간의 수긍과 동조를 하고 검사 후 나온 설명을 읽어가던 중 재미있는 생각이 났다. 그래, 우리가 이러한 성격으로 나왔다면 MBTI별 궁합 같은 것도 있지 않을까?


찾아보았다.

INFP와의 궁합 순위 최하위 16위는 ESTP였고, 그 바로 다음이 15위 ISTP였다.


오? 생각보다 괜찮다. 최악의 궁합은 아니라는 이야기지 않나?

가능성이 있다. 아주 건강하고 좋은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 말이다.

물론 가시밭길일 수도, 꽃길일 수도 있는 아무도 모르는 험난한 여정이지만 조금의 가능성이 있다면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은가?


찰떡같이 맞는 것보다 더 재밌는 일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이쯤까지 설명을 하니 아내의 말,


"MBTI 안 믿는다는 사람이 무슨 오히려 MBTI를 더 믿는 것 같아."


제목을 vs로 고치려다가,

가정의 평화를 위해,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위해

and로 마무리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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