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선 아이를 '안' 낳는 게 아니라 '못' 낳는 겁니다.
청년도전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나이는
만 18세~ 34세.
하지만 좀 예외 규정을 두어 만 39세까지 참여를 승인해주기도 한다.
나이대가 이렇게 넓다 보니 참여자 중에 '아기 엄마'들이 있기 마련이다.
대한민국의 출산율과 인구구조에 대한 거시적인 평가를 들을 때마다 정말 대한민국이 소멸하는 위기감을 느끼고,
학교 입학생들이 없다는 뉴스나 예전의 초등학교 입학식과 요즘 입학식 비교 짤들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끼지만,
우리 일상에서 미시적인 관점으로 주변을 들여다보면 길거리 어디에든 애들이 보이니 솔직히 '출산율이 적어 위기구나!' 하는 생각이 금세 사그라든다.
전에 얘기했듯 요즘 20~30대 참여자들에게 '결혼'은 절대적인 '금기어'이지만
청년도전지원사업에 매년 '엄마'인 참여자들이 매년 일정 비율 있기에
물론 나보다 연령대가 낮긴 하나 그래도 '애 키우는 아줌마'들의 대화를 그들과 할 수 있을 때마다 좀 숨통이 트이는(?) 기분도 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솔직히 얘기하자면 우리 청년도전지원사업에서 아기엄마들은 '양날의 검'이다.
이유는, 매해 참여자 모집이 힘든 와중에 가장 적극적인 참여자 유형으로서 반갑기도 하지만, 프로그램이 끝나고 취창업 성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 20~30대 엄마들의 아이들은 대부분 미취학이거나 취학아동이라도 아직 엄마 손이 많이 필요한 초등학교 저학년들이기에
엄마 참여자들은 남는 시간 무료 수업도 듣고, 지원금도 준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평일 오후 1~5시에 프로그램이 돌아가기에 아기엄마들은 오전에 어린이집 혹은 학교에 애들 보내고, 집안일 좀 한 뒤, 오후에 프로그램 참여해 재취업에 관한 정보도 알 겸, 만들기 수업에서 아이에게 줄 생각 하며 즐겁게 참여하고 프로그램 끝나는 시간이 아이 어린이집 하원시간 혹은 학원 끝나는 시간에 딱 맞기에 참여율이 매우 좋다.
그리고 아무리 청년시절 생활패턴이 흐트러져있고, 본인 스스로 너무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면 바른생활패턴과 부지런함이 탑재된다고 믿는다.
(아이 키우셨던 분들은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나는 못 먹어도 아이는 제때 밥을 줘야 하고, 입히고, 씻기고, 대소변을 가리도록 가르쳐야 하고, 놀아주면서 엉망진창인 집을 치우다 보면 '게으름병(?)'이 싸악 완치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가게 되면 생활패턴이 등하원에 맞춰지면서 저절로 아침에 반짝 일어나고, 저녁 일찍 잠들게 된다.
(제 이야기입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죠 네.)
하지만 아무리 부지런하고, 생활패턴이 아침형 인간이라도 엄마들은 취창업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9-6시 근무가 대부분인 직장생활은 엄마들에게 그냥 사회에 나오지 말라는 말과 같다.
소위 말하는 좋은 직장,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등은 유연근무제를 통해 10-4시로 근무시간을 단축하기도 하고, 사내 어린이집을 통해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도록 최대한 배려한다지만
직장 생활하신 분들, 이게 '배려'가 과연 되는 겁니까?
'일'이라는 게 나 혼자 하는 게 아니기에 여러 소통이 필요하고 퇴근 시간 전까지 내야 할 서류들이 있는데
아침 회의 끝나니까 10시 넘어 출근하고,
'저 육아근무제라 먼저 가볼게요'하고 4시에 퇴근하는 직원에게 어떤 동료가 반가워할 것인가.
일이 없어도 먼저 퇴근하는 꼴이 보기 싫을 판인데 숨 쉴 틈도 없이 바쁠 때는 "차라리 휴직을 해라"라고 생각할 만큼 쓸모없는 사람 취급을 하게 된다.
정부와 회사와 사회가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 돈을 조 단위로 쓰지만
내가 내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일과 육아는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과 같은 존재다"이다.
정부는 이제 쓸데없는 육아 관련 바우처 사업은 1/3으로 줄이고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방법이 아니라
외벌이로 생활이 가능하며, 부부 중 한 사람은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정도가 될 때까진 육아에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어떨까.
자영업자는 직장인들보다 육아 난이도가 더 높아진다.
난 아이들 어릴 때 자영업(학원)을 하는 중이라 출산한 지 일주일도 안되어 출근했다. 하지만 내가 일할 수 있었던 건, 시어머니께서 우리 애들을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되었을 때부터 7살까지 평일 내내 케어해 주셨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있던 말인데
한 여자가 돈을 벌려면 다른 여자의 희생이 필요하다.
나처럼 학원에서 애들을 가르치든, 치킨을 튀기든, 옷과 액세서리를 팔든, 커피를 내리든, 자영업자들은 직장인들보다 일하는 시간이 길고 아이를 돌볼 여력이 더 없다.
사장님 아이가 뛰어다니는 학원 상담실이나 사장님 아이가 저쪽 테이블에서 패드로 영상을 보고 있는데도 아무렇지 않으신 분?
... 아무렇지 않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인간의 본성이 그렇지 못하다...
우린, 특히 이미 어린이의 삶이 기억나지 않을 만큼 성인으로 산지 오래된 우린,
이성적인 성인들이 존재하는 조용하고, 깔끔한 장소를 원한다.
아이들이 소릴 꽥꽥 지르고, 몸이 어찌나 가벼운지 여기 갔다 저기 갔다 하고, 뭔가를 흘리고, 금세 울어버리는 공간은 엄마들이 감당해야 하는 것이지, 그 어떤 성인들도 공유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엄마들이 취창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된다.
내가 만난 20-30대 아기엄마들도 다 남편이 '좋은 직장'에 다녀 외벌이로 생활이 가능한 사람들뿐이었다.
이혼해서 혼자 아이를 키우는 아기엄마는 참여는 하고 싶으나 마침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을 해야 하는 바람에 참여를 못했다.
이제 30년 후면 대한민국은 타노스가 손가락을 두 번이나 튕긴 것처럼 반에 반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특히 아이들은 구경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때도 대한민국이 지금 이대로의 시스템이라면
우리 아이들에게 과연 아이를 낳아 키우라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