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만, 청춘이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한다지만...

by 루치아

취업 혹은 창업을 너무나 원하지만 정말 '아파서' 못하는 청춘들이 있다.


오늘은 이 청년들에 얘기해보려 한다.



A는 겉으로 봤을 때 너무나 멀쩡해 보인다.


키도 크고, 인물이 훤칠하며, 사교성도 좋고, 참여자들이나 나와도 첫 만남에서 스몰토크와 대화도 곧잘 하며, 많은 수업과 상황에서 이해력도 뛰어나다.

A의 사정을 모를 땐 체격이 워낙 좋으니 경찰이나 소방공무원 분야 시험을 준비 중이거나, 곧 취업 가능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많이 아팠다.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인데 병명을 말해줬지만 난 충격을 받기도 했고, 병명이 너무 생소해서 잊어버렸다.

매주 상급 병원에 가서 1번씩 수액을 맞는다는데

한 주는 내분비학과, 다음 주는 신경외과, 그다음 주는 간담췌과 등등 매주 가는 과도 달랐고, 그래서 교수님들과 약속을 잡기가 쉽지 않아 병원 예약 일정이 불확실해 취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A는 '1인분의 삶'을 살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하고, 자격증을 따고, 취업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어느 회사가 이토록이나 병가를 자주 써야 하는 신입사원을 받을 수 있겠는가.

아르바이트도 아무리 사장님이 배려해 주어도 오래가지 못했다.


A의 투병생활은 이제 10년으로 접어들었고, 그 오랜 세월의 좌절이 소복소복 쌓여 그는 마음의 병 또한 얻었었다.

여전히 아프지만 A는 청춘이다.

A는 포기하지 않고 병이 완치되면 취업을 목표를 갖고

병이 완치되지 않더라도 완화되어 취업이나 창업을 할 수 있을 거란 희망으로 오늘도 영상을 만들어 올리고, 취업 박람회를 찾는다.





B는 프로그램이 좀 진행된 상태에서 늦게 합류하게 되었다.


사실 B가 '청년도전지원사업'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 진흥원 본부에 좀 항의했다.


왜냐하면 B가 뇌전증 환자인 걸 알면서도 내게 묻지도 않고 관리를 떠넘겼기 때문이다. 언제 발작을 일으킬지 모르는데 그 참여자 한 명 때문에 다른 참여자들이 수업을 들을 때 너무 피해를 볼 수도 있지 않겠느냐, 왜 이렇게 무리를 하며 참여를 승인했느냐, 하고 따졌다.


하지만 본부는 올해 모집 목표 인원이 많이 달리는 상화이었고, B의 참여의지가 워낙 확고했기에 승인해 줄 수밖에 없다는 답변이었다.


B가 처음 수업에 참여하던 날 얼마나 긴장했는지 모른다.


혹시 발작을 일으켜 쓰러질 때 머리를 부딪쳐 큰 사고로 이어질까 봐 책상 주변에 소파를 배치하고

다른 참여자들에게도 B의 병증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서 배려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막상 B를 대해 보니 '뇌전증' 자체가 문제가 아니었다.


B는 수업 중에 계속 핸드폰을 사용했다. 강사님들 수업 중에 너무 예의가 아니지 않냐고 폰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해도, 본인 말로는 자신이 언제 발작을 일으킬지 모르니 계속 자신의 상태를 적어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내가 하는 연락은 받지 않고 본인이 필요하면 새벽 3시, 5시에 연락을 해댔다.


수업에 늘 늦었다.

달래도 보고, 중도이탈처리한다고 으르렁대도,

프로그램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수당은 언제 나오냐고 밤이고 낮이고 연락했다.


게다가 거의 매주 바뀌는 창업 아이템으로 사업계획서를 12쪽씩 써서(다 gpt로 돌린 티가 팍팍 나는) 내게 보내와서 평가해 달라고 했다.


건강한 마음이 건강한 몸을 만드는지는 모르겠지만

건강한 몸이 마음까지 건강하게 만든다는 건 확실하다.


B의 아픈 몸은 B의 정체성이 되어버리고

주변에도 '나는 아프니까 당신이 날 이해해줘야 해'라는 태도였다.


정말 B가 수당을 받기 위해 출석을 '만들어 주느라' (이거 들키면 진짜 나뿐만 아니라 진흥원이 징계 먹을 일이다.) 개고생을 했지만

B는 나에게 고마워하긴커녕 프로그램이 끝났는데 그다음 자기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안내해주지 않냐면서 불만스러워했다.

실제 상황에 대해 설명하자면

이미 기초수급자인 B에게 또 다른 지원금을 받는 건 '국민취업지원제도 1 유형'이 승인되는 것과 창업지원금을 받는 것뿐이라고 몇 번을 안내해 줬고


국민취업지원제도 신청 또한 내가 도와준 상태였고, 우리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 원래 1 유형 승인에는 시간이 좀 걸리기에 바로 연락이 안 오는 것뿐이었다.


B는 프로그램 후 3개월 간의 사후관리 기간에도 1개월 차까진 그나마 카톡도 읽고 만족도조사도 해주었지만, 2개월 차부턴 늘 읽씹이다.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읽지도 않았다. 그 제목부터 너무 싫다.


그러나 정말 아파서 원하는 삶을 못살고 있는 청춘을 볼 때의 안타까움과

아픈 것이 무슨 권력인 거처럼 계속 어린양을 피우는 청춘에게 한껏 시달리고 나니

세상을 보는 눈이 또 한 뼘 넓어졌다.


아프지만, 청춘이기에,

A와 B는 오늘도 세상에 나아가려 무언가를 하고 있다.

사회는 그들을 어떻게 받아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 줄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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