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겨울에 태어났다. 나는 가을을 좋아하지만 그래도 겨울에 태어난 것이 참 좋은데, 그 이유 중 하나는 가끔 운이 좋으면 화이트 버스데이가 되기 때문이다. 벌써 서른번도 훨씬 넘게 생일을 보냈는데도 생일은 왠지 특별히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 것을 보면 아직 조금 어린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생일만큼은 나를 위해, 나를 낳고 기른 나의 부모에 대한 고마움을 가득 담아 보내고 싶다.
이번 생일에는 친정에 다녀왔다. 나의 부모님을 뵌 것도 좋았지만, 정말 오래간만에 나의 오랜친구들을 만났다. 학창시절 많은 시간을 같이 했던 친구들이지만 시간이 흘러 각자의 길을 가고 있지만, 그저 삶에 대한 태도와 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친구들이다. 해외에 정착하여 사는 친구는 이번에 조금 더 좋은 회사를 찾아 이직했고, 한 친구는 이번에 아이를 낳아 기르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친구들과 참 오랜만에 보는데도 각자의 자리에서 잘 지내온 서로가 꽤나 뿌듯하고 기특했는지 길지 않은 시간이었는데도 마음이 가득해졌다. 나에게는 참 고마운 친구들이다.
그리고 우리는 겨울에 결혼했다. 결혼식날짜를 잡고, 전통혼례를 했던 우리는 바깥의 날씨가 추울까 꽤나 걱정했지만, 결혼식 날 햇살과 함께 모두의 왁자지껄했던 웃음으로 채워졌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에는 하얀 눈이 소복히 쌓여 있었다. 나의 외할머니는 결혼한 다음 날 눈이 오면 백년해로 하여 잘 산다며 우리 손녀 잘 살겠다며 기분좋은 통화를 하셨더랬다. 이번 결혼기념일 즈음에도 눈이 왔다. 이제는 제법 잘 걷는 우리 아이와 함께 결혼기념일 맞이했다. 더 정신없었지만 더 행복해짐에는 틀림없다.
눈이 오면 이런 것들이 생각나 기분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