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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Feb 26. 2022

반려견 이별 안내서

프롤로그


당신은 그 존재를 아주 많이 사랑하게 될 거예요.

그런데 그 존재는 당신보다 먼저 떠나고 말 것이랍니다.


우리는 '개와 사람의 시간이 다르게 흘러간다'는 사실을 종종 망각한다. 반려견의 죽음에 대한 생각을 미리 했더라면 그렇게 쉽게 가족이 되기로 결정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야속하게도 반려견과의 행복한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그렇기에 우리는 머지않아 사랑하는 반려견의 죽음을 마주하게 된다.


이별은 아무리 준비해도 충분하지 않았다.

나의 반려견, 제니는 꽤 장수했다. 2003년 우리 가족이 된 제니는 꼬박 19년을 살고 지난 2021년 겨울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갑작스러운 죽음도 아니었고,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죽음이었으며, 세상을 떠나기 전 약 1년간의 투병 시간 동안 매일 같이 제니를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그럼에도 힘들었다.


일단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내 눈엔 여전히 아기인데, 병원에선 이쯤 되면 살아있는 것이 기적이란다. 누구보다 기세등등했던 녀석이 기운을 잃고 온종일 누워 지내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언제라도 벌떡 일어나 예전처럼 장난을 칠 것만 같은데. 그 좋아하던 간식도 입에 대질 않으니 미칠 노릇이다. 아직도 처음 우리 집에 온 녀석의 모습이 생생한데 언제 이렇게 나이가 들어서 떠날 때가 된 건지. 아무래도 시간의 흐름이 이상하다.


옳고 그름에도 혼란이 찾아온다. 아프면 '어디가 아프다'라고 말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럴 수도 없다. 그 작은 몸에 주삿바늘을 꽂고, 매일 같이 약을 먹으며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정말 녀석을 위한 길일까. 노견을 돌보다 보면 어디까지가 반려견을 위한 길이고, 어디부터가 실은 나를 위한 일이었는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내 욕심에 네가 더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무엇이 맞는 길인지 헷갈린다.


물론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했어도 이별은 힘들고 아팠을 것이다. 다른 모든 이별이 그러하듯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더 나은 이별은 가능했지 않았을까. 내가 더 많이 알았더라면, 조금이라도 연습이 되어있었더라면 말이다. 돌아보면 주변에 노견을 키우다 떠나보낸 사례도 많지 않았고, 유독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회피하는 문화로 더 방법을 몰라 헤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부터 써 내려갈 이야기는, 처음이라 서툴렀던 나와 나의 반려견의 이별 일기이자 언젠가 이별을 맞이하게 될 또 다른 반려인들을 위한 안내서이다. 어느 정도 분량의 글이 될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정보성 글보다는 개인적인 치유의 글에 더 가까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겐 도움이, 어떤 이에겐 위로가 되길 바라는 작은 희망으로, 조심스레 적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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