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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얀 Jun 26. 2022

어렴풋이 써나갔던 시절(2014~2018)

에세이 외길인생 8년차(1)

여전히 잘 쓰는 글인지는 모르겠지만 꾸준히 썼다.

누군가는 나의 2021년은 온통 글쓰기로 가득찬 해라고 말해주었다.


글쓰기 도전기 8년차, 브런치는 어느덧 개설한지 7년이 되었다.

개점 휴업인 적도 많았지만. 그러고보니 꾸준히 버텨준 브런치, 베타딱지 땐지도 오랜만이구나.


왠지 글쓰기에 대한 일대기를 정리하고 싶다.

이름하야 에세이 아마추어 8년차 일기


예상목차


(1) 2014~2018 : 어렴풋이 써나갔던 시절

시작하며

#1.2014년 반뼘글쓰기

#2.2016년 1월, Brunch 개설

#3.2017년 가을, Writable 1기 참여

#4.2018년 가을, 진민영 작가님의 글쓰기 워크샵


(2)2020~2021 : 꾸준히 쓰는 연습

#5.2020년 봄: 문장줍기 뉴스레터

#6.2020년 가을: 뉴스레터 글쓰기모임

#7.2021년 가을: 백일글쓰기 시즌 1


(3)2022~ : 글로 만원만 벌고 싶어

#8.블로그 부활

#9.백일글쓰기 시즌 2: 매니저가 되다

#10.업세이에 도전하다.


시작하며

이전에 썼다 지운 글들이 많아서, 본격적으로 글이 남은 나의 글쓰기는 2014년부터 거슬러올라갈것 같다. 

2014년부터 2018년은 어렴풋하게 써내려갔던 시기고, 주로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을 참가했었다. 그때의 글들은 중구난방이었고, 이리저리 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각 모임이 갖는 의미는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오늘은 처음으로 2014년부터 2018년 사이 남은 네 가지 에피소드를 써 본다.

반뼘글쓰기, 브런치, 라이터블, 김겨울님의 이야기.

함께 쓰는 재미를 깨달았고, 글을 이렇게 쓰는구나 싶었던 시절.


#1.2014년 반뼘글쓰기


글쓰기 좋은 주제 642라는 책을 아시는지. 거기서 딱 반뼘 돌아가면서 글을 쓰는 모임이었다. 글을 잘 쓰던 지인이 페이스북에 그룹을 만들었고, 일주일에 한 번 누군가 자율적으로 주제를 올리면, 거기에 댓글을 달았다. 그 모임이 즐거웠다. 두세번정도 반뼘 모임도 했었다. 그때 처음 함께 쓰는 모임의 즐거움을 알았다.


그때의 글쓰기 모임을 좋아했지만 돌이켜보면 그렇게 잘 쓴 글들은 아니었다. 나는 몇몇 이야기를 하고싶지 않아 어떨 땐 뒷걸음질쳤으며, 위악을 부리는 글도 있었고, 누구도 모르는 디테일들이 가득찬 글이었다. 


그때 썼던 글 중에서 그나마 괜찮다고 생각한 걸 가져왔다.


[64] 청춘 - 14/10/19
내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 반대로 말하면 나다움이 뭔지 몰라 헛발질한 때도 많았다. 자신의 신의나 노력만으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미숙함이 싱그러움으로 칭찬받을 수 있었다. 사람은 선하다고 믿었으며 잘 계산할 줄 몰랐다. 바쁘다고 한숨을 쉬면서도 빈 시간들을 어쩔 줄 몰라 허둥댔다.
그 순간이 빛났다고 단순히 치부할 수는 없다. 빛나는 것이 예쁘다고 불에 손을 가져다대는 어린아이 같았으니까. 나는 사실 겪어봐야 상처입는 것을 알았다. 무모해지기엔 많은 잣대를 들이대며 오늘도 또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나는 청춘이라기엔 거리가 멀지 않은가.


우리의 나이대는 대부분 비슷비슷했었다. 그때 만났던 사람들은 어떻게 지낼까. 어렴풋하게 알게된 일상을 본다면, 누군가는 아이 아빠가 되었고, 취업을 했고 누군가는 창업을 했으며 누군가는 운명을 달리했다. 마지막 친구의 이야기는 뒤늦게야 알게되어 가슴아팠다.


->내가 얻은 것: 함께 글쓰는 재미


#2.2016년 Brunch 개설


2015년 가을 브런치의 탄생은 내게 신기하고 즐거운 일이었다. 블로그 운영을 생각만 하고 포기한 내게 한 줄기 빛인것 같았다.


분명 UX를 주제삼겠다고 신청했는데, 초반에 몇 개 쓰다가 포기했다.

그때 즈음 글을 쓴다는 행위에 시달렸기 때문일까. 30번을 수정하던 논문을 결국 포기하게 되면서 UX 꼴도 보기 싫어, 이제 다시는 업무로 글쓰기 안 할거야, 라고 생각했던 시절이다.

그럼에도 브런치를 포기하지 않았던 건 내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좋았기 때문인가보다.


하루키에 대해 책을 낸 임경선 씨의 글에서 엿볼 수 있었던 창작자의 삶이다. 글쓰기가 본업인 사람은 아니라 하루키처럼 쓸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가볍게라도 꾸준히 글을 쓰고자 한다.
https://brunch.co.kr/@whaleyeon/1


이 글을 쓸땐 몰랐다. 적어도 일 주일에 한 번 이상 가볍게 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브런치를 개설하고 6년이 지나서야 이 말을 지키는 듯 하다. 가볍지 않게 열심히.

한때는 브런치를 만드는 기획자가 되고싶었는데 그쪽으로는 가지 못했네.


-> 내가 얻은 것: 온라인에 개설된 나만의 공간


#3.2017년 가을, Writable 1기

라이터블은 퍼펙트 프리젠테이션의 저자 김재성 작가님이 운영한 모임이었다.

글쓰기를 가능하게, 글쓰기로 가능하게라는 캐치프레이즈. 열 가지 주제를 돌아가면서 내 주면 거기에 맞춰 일주일 내로 글을 쓰는 방식이다. 첨삭은 없지만, 함께 과제를 진행한 사람의 글을 읽을 수 있었다.


이 모임은 2017년 9월 3일에 시작해 11월에 끝났다. 난 결혼 준비할때 정신이 없어 글을 한 번 제출 못해서 총 아홉 개의 글을 썼다. 아, 출석에서 본인 관혼상제는 봐주신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싶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목표는 두 가지입니다. 꾸준히 글을 쓰는 능력을 기르는 것, 내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적확한 문 장을 잡아내는 것입니다. 애정어린 피드백을 기대합니다.
-시작할때 느꼈던 소감

여러분들도 완주의 기쁨을 맛보시고, 주제를 기대하시며, 스스로에게 솔직한 글을 꾸준히 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글이 가장 잘 써지는 시간을 정해 그 시간에 쓰는 습관을 들이시는 것도 좋겠어요. 
-끝나고 나서 썼던 소감


2년 전, "라이터블"이라는 글 쓰기 모임에 참가했던 적 있었다. 글쓰기와 프리젠테이션을 좋아하는 페이스북 친구분이 주최한 모임으로, 10만원을 내고 열 번 글을 완결하면 다시 돈을 주는 프로그램. 지각하면 피같은 돈이 깎인다. 라이터블의 뜻은 "Writable" 쓸 수 있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기본적인 성실함이 전제되어야 완결할수 있기 때문에, 그 모임에 모인 분들을 참 좋아했다.
https://brunch.co.kr/@whaleyeon/42


사실 그때 마감있는 글쓰기가 처음이었다. 뭔가 쫓기는 듯 하면서도, 잘 쓰고 싶고, 누군가 본다는 생각에 고민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돌이켜보면 마감 맞추는 습관을 그때 키울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글을 보면서 읽히는 글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신기한 건 그때를 기점으로 썼던 글들은 그렇게 보기 괴롭지 않다는 점이다. 아마 라이터블을 기점으로 내 글쓰기는 일기장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글쓰기 주제가 바뀌지 않아 평생 재참여권이 있다고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글을 쓴지 10년차쯤이 되는 2027년즈음 기회가 된다면 글들을 다시 참여해보고싶다. 그때로부터 거의 5년이 지난 지금, 아직은 글쓸 내용이 많이 바뀌지 않았으니까.


https://brunch.co.kr/@plusclov/574


작가님이 라이터블이 오랫동안 운영하지 않았다가, 10기를 드디어 모집한다고 했을때 꼭 라이터블 소감을 남기겠다 했었다. 그 글빚을 이제야 갚아본다.


그리고 글쓰기 모임을 운영해본 지금 다시 규칙을 복기해보니, 글쓰기 모임이 잘 끝났던 건 재성님의 운영 스킬 덕이었구나 싶다. 사실 글을 취합해 매일 보내고, 현황판을 운영하는 것도 수고로운 일이었는데 말이다. 디파짓 거는 것이라면 마감은 칼같이 잡아야지. 그에 비해 다시 글쓰기 주제를 돌이켜보니 또 굉장히 마음 깊은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주제였구나 싶다.

한 번은 소규모로 챌린지 처럼 글쓰기 모임을 열고 싶은데, 모임의 관리 방식은 재성님을 닮고 싶다.


-> 내가 얻은 능력: 마감 맞추기+일기장 바깥에서 걸어나와 "읽을 수 있는" 글 쓰기.


#4.2018년 가을, 진민영 작가의 글쓰기 워크샵 2기


진민영 작가는 프리랜서로 일하며 미니멀하게 사는 법에 대해 글을 써 온 분.

가끔 그의 글을 읽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고, 격동적이지 않은 단단한 문장이 좋아 가끔 찾아읽곤 한다.


이수역 즈음에서 주말에 대면 수업을 했었다. 수업은 5주간 진행되었다. 작가님이 나눠준 워크샵 소책자를 4주에 나눠서 리뷰하고, 글을 네 개 정도 쓴 뒤 첨삭을 받았다.

그때는 글쓰기를 지속하지 못했지만 다음 교훈이 씨앗처럼 마음에 남았고, 2년 뒤 싹트게 되었다.


워크샵을 듣고, 초고를 쓰고 검토할때 스스로 아래 질문을 한다.

1-이 글은 내 목소리를 담고 있나? 내가 읽고 싶은 글인가?

2-진짜 이 이야기를 할 준비가 되어있나

3-이 글에 이 문장이 필요한 게 맞을까?

4-불친절한 설명은 없을까?

5-어떤 소재를 더하면 글이 더 재밌게 읽힐까? 


언젠가 글을 쓰다 불현듯 블로그를 찾아 연락을 드려보았는데, 글쓰기에 대한 새로운 준비를 하고 계신다 한다. 새로운 시도를 응원드린다. 결과물이 나올 수 있길 바라본다. 그럼 이때 얻었던 교훈을 좀더 자세히 써 보아야지.


제 글쓰기 스타일이 변한게 그때 수업이 전환점이 되었고, 싹트기까진 거의 2년의 시간이 걸렸던듯 해요.
그래서 글에서 얻는 교훈에 대해 써두고 싶습니다. 

알려주셨던 쓰는 기술 8가지는 무의식적으로 문장을 빼고 넣는 기준이 된 것 같아요(지금도 사실은 글에 TMI가 많은 편이지만요) 4년이 지난 뒤에야 글쓰기 여정을 돌이켜보니 깨닫게 되네요.


->내가 얻은 것: 나다운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글의 주제에 맞는 문장을 쓰고있는지 검증하는 스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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