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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terrace Nov 04. 2019

나에게 이별은 소리도 없이 다가와 있었다.

넌 나에게 매일 첫사랑 #1



몰랐다. 내 곁에 이별이 다가와 있는 줄.


이 바빠서 아니, 일이 너무 좋아 사랑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그가 없어도 문제없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가 하는 부탁의 말들, 아쉬움의 단어들을 어떤 조치도 없이 마냥 머금고만 있을 뿐이었다. 마치 수세미가 기름때를 먹듯. 차라리 어떤 반박의 말이라도 했다면 좋았으련만, 이미 마음의 중심추는 그를 향해 기울지 않았다. 그리고 기름 낀 스펀지를 그도 점차 잊기 시작했다.   


하얀 눈발이 휘몰아쳐 나의 방 창문을 뒤흔들던 날. 더럭 겁이 났고 문득 그가 떠올랐다. 그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마치 갑작스러운 소낙비와의 조우와 같았다. 어떻게 피해야 할지 돌아갈 길은 문제가 없을지 한참을 고민해야 할 소나기와 마주한 기분이었다.


왜 몰랐을까. 그동안. 그가 철저하게 혼자만의 외로움을 감당해내는 동안 나는 무심하게도 '잘' 살았다. 긴 시간 동안, 마치 벽지처럼 익숙했던 그는 어느새 곁에 없었다. 늦어버렸지만, 그렇지만 나는 그를 향해 깊은 사죄의 마음을 새겼다.


'혼자만, 외롭게 해서, 미안해.'


하지만, 그 말은 그에게 닿지 않았다. 아니, 닿지 못했다.


그가 너무 그리웠지만, 다시 그의 손을 잡을 수 없었다. 긴 시간 동안, 서로를 많이 부둥켜안았고, 서로가 많이 으스러졌고, 더는 서로의 간극을 좁힐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기에. 사랑했지만, 다시 사랑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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