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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ghyun Kim Nov 20. 2021

마음맷집

참 쉽지 않다. 그죠잉?

맷집이란 단어는 주로 격투기에서 많이 쓰여진다. 맷집만 좋아선 좋은 선수가 될 수 없지만, 대부분 좋은 선수들은 맷집이 좋은 편이다.


선천적으로 맷집이 좋은 사람도 있다. 그런데 상위권 선수들을 보면, 후천적으로 그 맷집을 획득한다. 경험과 집중력, 그리고 가장 힘센 정신력을 가지고 그 순간만은 초사이언이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게 약빨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최근에 사업을 하며 어려움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이미 1방 크게 맞아 어질어질한 상태의 마음에 2~3번의 훅과 어퍼컷이 연속으로 들어왔다. 첫 1방을 맞은 때 2~3일 정도 정신 못차리고 주말을 맞이 했고, 고속버스타고 서울을 벗어났다. 그대로 주말을 맞이했다면 집에 틀어박혀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만 보다가 피로만 더 쌓였을터.


그리고 그냥 평상 같은 곳에 누워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큰 한숨을 내쉬었다. ‘최악의 상황이 된다면 어떡하지?’ ‘또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되는 걸까?’ ‘이 짓을 다시하라면 못할 것 같은데…’ ‘인도도 중국처럼 행정/정치 리스크가 계속 존재할텐데…’ 부정적인 생각이 끊이지 않을때쯤, 작은 새한마리가 내옆에 똥을 싸면서 자연스레 일어나게 됐다. 고맙다 새야. ‘걱정 따위 하는 네 녀석에게는 똥이 선물이다.’ 라고 이야기해준 것 같구나.


사업을 하면서 배운 좋은 스킬 중 하나는 바로 ‘걱정 자르기’다. 보통 걱정은 꼬리처럼 물리고 물려 머리속을 가득채우는데, 이럴 때 도마뱀이 자기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듯, 걱정을 싹뚝 잘라버린다. 어차피 걱정해봤자 해결되는 게 하나도 없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걸 해결하는 냉철함과 실행력만 중요할뿐. 물론 이 냉철함과 실행력을 얻는 시간까지 침전의 시간도 필요하다. 마음적으로 충분히 침전했다 싶으면 다시 술술 떠오른다.


침전과 부유. 마음 속으로 이 2가지를 반복하다 보면 이 주기가 점점 빨라진다. 마음이란 것도 체력처럼 쓸 수 있는 에너지가 한정이 되어 있는데, 점점 마음에너지가 빨리 찬다. 이렇게 점점 마음 맷집이 쎄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더 큰 펀치들이 날 기다리고 있을거다. 지금보다 더 힘들고, 지금보다 더 쓰라리겠지. 뭐, 그래도 어떤가? 객관적으로 봤을 때 마음 훈련은 사업을 선택했다면, 계속 가꿔야 할 능력일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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