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네 Mar 20. 2024

오래된 런던에서

런던대화재, 현재 런던을 만든 가장 중요한 과거 그리고 나

결혼하기 전 나의 꿈은 '스페인 일주'였다.

 

"내가 이 속 시끄러운 걸 당장 때려치우고 떠나야지."


 퇴근 후에 피로에 절여, 당장 스페인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언제나 네 마음대로 하라는 남편의 대답, 어쩌면 그는 이 소심한 내가 이렇게 말만 걸쭉하게 하고 결국 떠나지 못할 것을 미리 알았을 것이다.

 다시 평소와 같이 일상을 살고 다시 번민하고 또 웃고 울고 잊고, 대개의 사람들의 삶처럼 나는 갑자기 번개를 맞고 갑자기 떠나지 않았다. 그저 오래된 문제 속에서 서 있어야 했다.


 아들은 태어났고 걷고, 말을 하고, 뛰고 달렸다. 그리고 이스탄불의 울퉁불퉁한 도로에 서서 이 불규칙한 도시에 대해 한탄하고 있을 때, 남편은 내게 스페인에 가자고 말했다. 이전에 네가 말한 스페인 일주는 못하지만, 바르셀로나만이라도 가자는 제안이었다. 코로나 19로 아무도 오지 않아 싸다는 그 말에, 런던 출발 2주 전 바르셀로나를 급하게 여행했다.


  바르셀로나, 오랜만에 만나는 깔끔한 직선의 세상. 자로 잰 듯한 설계된 도시 구성 속에서 이스탄불과 바르셀로나는 왜 이렇게 다른지 하는 궁금함이 생겨났다. 그리고 돌아와서야 알게 된 카탈루냐 지방(현재 바르셀로나)의 형성과정과 그 속의 이야기들이 네가 곧 만날 런던도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 말하고 있었다.


 지금의 나를 설명하기 위해 아주 오래된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처럼, 나는 오래된 런던으로 향한다.

 


 

2022년 5월 3일


 혼자였다면 오래도록 서 있었을 내셔널 갤러리, 이젠 아들을 데리고 미술관이 아닌 런던 박물관으로 향한다. 기존의 박물관과는 다른 외관에 어딘지 두리번거리며 입구를 찾다가 들어선 박물관에서 꿉꿉한 옛날 런던의 냄새가 느껴진다. 오래된 전시물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일까 들어서는 순간부터 세월의 냄새가 가득하다.

 선사시대의 유물부터 현재의 이르기까지의 런던의 모습. 오래된 로마인의 구역, 색슨족, 초기 노르만족까지, 런던 대화재 그리고 산업혁명의 그늘까지, 그로 인해 유럽의 중심지였던 런던이 파리로 그 주도권이 넘어간 이유를 살펴볼 수 있었다.

 어쩌면 런던 박물관은 유럽의 박물관이라고 불러야 할까. 제국주의의 영국 그리고 그 속에서 그들의 잘못과 시행착오, 다양성을 위한 노력, 그들의 변화까지 현대의 런던에 살았던 사람들의 무수한 증언, 비디오가 놓여있다. 이곳은 런던이자 유럽의 현대사를 말하는 오래된 공장이었다.


 1966년 런던대화재, 영국인이라면 의미 있게 가지는 역사적 사건. 그저 도시에 불이 나서 며칠 동안 이어진 것일 뿐인데라고 여겼던 나는, 50만 명이 살던 도시의 화재가 주는 의미를 찾아서 아들과 그들의 증언을 소리 내어 읽는다.

 처음 사건을 목도한 그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말한다.

 

 "나는 그렇게 될 줄 몰랐다."

 

 화염 속에 있던 그들은 작은 빵집 오븐에서 시작된 불이 며칠 동안 그렇게 크게 이어질 줄 누구도 몰랐던 것이다. 아무도 이 정도가 될 줄 몰랐던 그 작은 시작의 끝은 결국 런던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대부분을 태워버리고 그동안의 이 도시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을 만천하에 알리게 된다. 그리고 도시 빈민을 위한 소방법이 만들어지고 재건축을 위한 일련의 법과 그 과정들이 이어진다. 어쩌면 폭동으로 이어질 도시의 위기는 그렇게 현실의 문제를 직시하고 바로 잡아질 수 있었다.

 마치 지금의 바르셀로나는 그 옛날 그곳이 카탈루냐였던 시절, 그 누군가의 아픔과 죽음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반듯한 틀인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이 사건의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된 후, 런던대화재를 바라보는 누군가의 증언은 이랬다.


 "내가 그럴 줄 알았다."


 어쩌면 우리가 아는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은 대다수가 누군가의 수많은 시행착오로 만들어 낸 것인 것임을, 그리고 누군가의 문제나 허물을 보며 혀를 차는 것 따윈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임을 다시 한번 더 느낀다.





*런던대화재, 당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

https://www.museumoflondon.org.uk/museum-london/great-fire

*런던박물관

https://www.museumoflondon.org.uk/museum-london

  현재 제가 방문한 런던 박물관은 현재 이전 문제로 폐쇄되었습니다. 하지만 2026년 개장을 목표로 공사 중입니다. 또다시 런던에 갈 수 있을까요?

 런던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주로 가는 영국박물관보다 저는 오히려 런던 박물관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민족이 어떻게 분화되었고, 그리고 가장 가파르게 현대화되었던 런던의 발전사를 통해 세계사 및 현대사도 아이에게 설명해 줄 수 있어 좋은 방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집에 돌아온 후, 아이가 자주 '런던대화재'에 대한 책을 학교에서 빌려왔습니다. 이후 아이와 대다수 유럽 국가가 겪은 초기 도시 형성과정의 문제점과 빈부 격차, 전염병 그리고 그에 대한 사회보장보험 그리고 그 극복의 과정은 참으로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현재의 우리는 여전히 지난 역사를 살피나 봅니다. 2026년에 새롭게 개장한 박물관에 방문하지 못하더라도, 위의 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접근이 가능합니다. 지금의 영국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전 10화 버러마켓보다 광장시장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