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방학으로 지난 주말 파리에 다녀왔습니다. 누가 들으면, 서울에서 부산 간 것처럼 느껴지듯 이스탄불에서 파리 구간은 런던과 함께 비교적 저렴한 비행기표를 자랑합니다.
사람이 붐비는 대도시에 다시는 어린 아들을데리고 가지 말아야지라는 결심에 완벽한 도장을 찍듯, 소매치기도 만나고 웃고 울고 다시 웃다 3박 4일이 지나갔습니다.
파리에서도 엄마의 삶과 유리되지 못한 채, 밥솥을 열심히 돌렸는데요. 이스탄불과는 달리 한류가 아주 세차게 들어와, 루브르박물관 근처에서 한식이나 한인마트를 만나는 일은 너무나도 쉬웠습니다. 그러나 핫하다 못해 무서울 정도의 한식의 인기로 파리 사람들사이에서'한국인'이 '한식당'에 가서 밥을 먹기 위해 오히려 줄을 서야 하는 기이한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한국이 아닌 타국에서 사는 사람이라 그런 걸까요. 새삼 파리에서 한국의 문화적 위상을 다시 한번 더 느끼고 왔네요.파리에서 아들과 한식을 먹기는 이스탄불보다 힘들더군요. 아하하
오늘은 밀린 빨래를 돌리고 이스탄불 서점을 아들과 들리니 역시 반가운 책이 있습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15위, '어서 오세요 휴남동서점입니다.'는 11위에 있습니다. 사실 한국
에세이는 자주 순위에 있었지만, 소설이 이렇게 높은 순위에 있는 것은 처음이네요.
파리에서 이스탄불은 왜 이리 한류가 느린 걸까 하는 제 생각을 정리하듯, 한국소설은 이스탄불의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있습니다. 언제까지 머물지 반갑기도 하고 참으로 이상합니다. 튀르키예인들이 제주 4.3 사건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한국사람들도 아직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이야기를 타국에서 다시 열어봅니다. 어떻게 번역되었는지 새삼 더 궁금해서 번역기를 들어봅니다.
하얀 눈밭의 제주, 그들이 이 느낌을 알기를, 튀르키예어로 적혀 제대로 읽지 못할 책을 만져 봅니다. 아들이 부르네요.
"엄마, 어딨어?"
이스탄불에서 우린, 작별하지 않고 눈이 내립니다.
이번주 연재는 아들의 방학으로 한 주 쉬어가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바라며 다시 한번 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주 4.3 사건을 다룬 영화 '지슬'을 차마 추천할 수 없을 만큼 잔인하지만 공유합니다. 유튜브에서도 '지슬'로 검색하시면 영화 전편을 올라와 있어 쉽게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