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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Mar 12. 2024

집짓기 18주 차

실내 계단의 등장, 어쩌면 가장 신기한 순간

84일 차 2024년 3월 4일 월, -2도/12도

1. 금속공사-금속계단 시공. 자재 반입
2. 방수공사-1차 면정리청소

명일 : 금속. 방수. 설비. 전기

실내계단 시공 작업
햇살이 드는 2층 모습. 낭만적인 풍경이자 방수 전 벽면 고르가 작업

계단작업이 시작되었다. 골조가 완성되고 이제 실내공사를 하기 위해 가장 먼저 진행되는 작업이다. 일의 순서가 생기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작업자가 위아래 층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야일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샵드로잉으로 정교하게 그려진 작업도면을 토대로 레이저 커팅된 철판들이 도착하고 직접 현장에서 용접하여 이어 붙인다. 당연히 꽤 무거울 테고 그걸 벽에 붙이자면 생각처럼 그리 쉽지는 않아 보인다.

혹시 옮기다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으악!!


그래서, 이렇게 집중을 요하는 금속공사 때는 가능한 다른 작업을 피하고, 금속엔지니어가 집중해서 일할 수 있도록 일정을 짠다는 현장소장님이 알려주신 업무 팁.



85일 차 2024년 3월 5일 화, 6도/11도

1. 금속공사-금속계단 시공, 금일 2층 완료
2. 방수공사-1차 면정리 청소
3. 전기입선

명일 : 금속. 방수. 설비. 전기

단연코 가장 신기한 계단이 생겨나는 과정 / 모든 전기배선이 집결되는 2층 현관 (우)

조각조각 철판이 이렇게 딱 맞아떨어지는 계단으로 완성되고, 공간은 이제 평면에서 입체가 되었다. 무려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 그러고 보니 계단은 대체 누가 언제 만들었나 해서 구글링을 해보니, 그 근원이 확실치 않다. 무려 기원전 8천 년 경에 만들어진 계단이 발견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메소포타미아의 지구라트(ziggurat) 등 고대부터 있어왔고, 건물을 오르내리는 수단이 된 것은 근대에 와서라고.


한동안 잠잠했던 현장에서 다시 또 매일매일 부지런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86일 차 2024년 3월 6일 수, 3도/10도

1. 금속공사-금속계단 시공, 금일 3층 시작
2. 방수공사-1차 면정리 청소
3. 전기입선

명일 : 금속. 방수

제작한 계단을 쇠사슬에 걸고 끌어올리는 과정 (사람이 한다)
전기입선 작업

매일 한 층씩, 오늘은 3층에서 4층으로 가는 계단작업이 진행되었다. 제작한 계단을왼쪽 벽에 붙이게 되는데 사진에서 보이듯 폭이 꽤 넓다. 모두를 계단으로 쓸 것은 아니고 벽 쪽으로 수납공간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다시 등장한 작은 집의 미덕. 수납공간을 많이 두어 최대한 물건이 밖에서 돌아다니는 걸 막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작은 집이 주는 일상의 변화가 있다. 적게 사고, 적게 보관하고, 쉽게 정리할 수 있는 기분 좋은 가벼움 같은 것들이 말이다.


전기입선도 꽤나 복잡하다. 작은 공간이지만 사용되는 전력수요도 다르고 콘센트도 꽤나 많다. 요즘은 층마다 두꺼비집을 두기도 한다는데 이 집은 두 개로 분리하고, 에어컨, 인덕션, 오븐과 같이 전력수요가 높은 제품들은 단독처리해서 두꺼비집이 내려가는 걸 방지하고 있다. 전기단자 아래에는 통신단자가 위치할 예정이다. 보통 아파트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 근처에 두던 것들이 모두 집안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그래서 점점 쓸 수 있는 벽도 줄어든다.



87일 차 2024년 3월 7일 목, 1도/8도, 현장확인

건축주, 감리사 현장확인 및 이슈사항 협의
1층 바닥처리를 논의 중인 두 소장님 (현장, 감리) / 위층 분전반이 있는 전기분전함 / 손으로 깍은 욕실 벽선반 (16주차 참조, 우)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서 일어나는 진동을 잡기 위해 바로 작업을 하시는 금속공사 업체 사장님 / 이런 게 칼각 (우)
3층에서 4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상부가 막힌 왼쪽 벽쪽은 수납공간으로 활용 예정

다소 오랜만의 현장점검.

1층 바닥을 셀프레벨링*으로 처리해서 처음 계획한 몰탈 대비 크랙을 줄이고 바닥 두께도 얇게 마감할 수 있다는 시공사의 제안이 있었고 그렇게 진행하기로 했다. 반복해서 언급하는 층고가 아주 높았으면 했으나, 아쉬운 편인데 50mm가량 먹매김 된 바닥 마감선을 따르면 층고가 더 줄어들 거 같아 걱정인 건축주는 반갑다.

좋은 소식만 있을 순 없고, 건물 입구의 바닥 면이 도로 높이보다 낮아 도로로부터의 침수를 대비하려면 전체적으로 바닥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한다. 도로면이 고르지 않아서 생긴 문제로 덕분에 입구부터 1층 바닥까지 조금씩 높이를 메워야 한다. 상업공간으로 쓰일 텐데 지금도 낮(아보이는)은 층고를 지켜달라 부탁을 드렸더니 소장님 두 분이 바닥에 서로 그림을 그려가며 열심히 논의를 하셔서, 1층 층고를 최대한 확보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YAY!


*셀프레벨링 (self-leveling) : 바닥의 수평이 맞지 않아 마감재 시공의 어려움이 예상되거나 노출콘크리트 같은 바닥을 만들 때 적용하는 작업 과정으로 시공 시간이 짧게 소요되는 장점이 있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자연스럽게 흘러 수평이 맞춰지는 액상수지로 이루어진 바닥 인테리어 제품(자동수평몰탈)을 사용하며, 그 위에 코팅마감으로 광택을 줄 수 있다. 바닥 면이 얇고, 추후 보일러 설치나 바닥재 추가가 용이하다.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쯤에서 느껴질 정도의 울림이 있어서 그것 때문에도 금속사장님까지 한참 의논을 했다. 계단의 조형미를 지키고 싶은 건축가(감리사)와 오래오래 내구성을 높이는 시공을 하고 싶은 현장전문가, 그리고 방법을 찾기 위해 바로 용접을 해서 확인하게 해 주시는 시공전문가까지, 현장에서 완벽한 결론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다 같이 안을 찾아 분주히 머리를 맞대고 의논했다. 계단이 완성될 쯤에는 어떤 식으로든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또 하나, 2층 TV위치 역시 고민거리. TV 배치의 변경은 풍경이 좋은 자리에 위치한 소파 위치까지 바꿔놓는 터라 포기하기 어려워서 바로 결정하지 않고, 조소장님이 3D 안으로 잡아서 다시 검토해 보기로 하였다.


지난주 머리가 얼얼할 정도로 바람을 맞으며 논의한 안건 중 하나인 4층 욕실 벽선반 위치 변경은 사진처럼 예쁘게 정리가 되었다. 단열을 위해 가능하면 외벽을 피하려고 했으나, 전기배선으로 내부벽에 배치하기도 어려워져서였다. 손으로 저렇게 콘크리트 벽을 깎아내다니, 매일 기억할 수밖에. 그렇고 말고.


4층 테라스와 외부계단이 어떻게 들어올 지도 확인해 보았다. 4층 setback 공간이 700mm 이상으로 폭이 꽤 되어 보였으나, 외부단열재(약 150mm)가 들어오면 더 좁아질 거라고 한다. 그래도 욕실 창 앞에 나무 화분 하나 정도는 둘 수 있겠다. 얼마나 로망을 펼친 욕실인데...


외관

2층과 4층 테라스 난간을 벽돌로 쌓을 계획이었으나 안전을 위해 솔리드 형태로도 테스트를 해보았다. 아무래도 파사드가 밋밋해 보이는 게 인상이 달라지는 거 같다. 건물 내부가 건축주의 것이라면 건물의 외관에는 건축가의 지분이 있다는 입장이라 조소장님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벽돌 대신 각 파이프로 비슷한 느낌을 만들어 보기로 하셨다.


2층 욕실 창문도 3층 창문과 오열을 맞추어 크기가 조정되었고, 외부 벽돌타일 샘플을 자연광 아래에서 확인해 보았다. 하필 오늘은 그 자연광이 없고 흐린 게 낭패. 날 좋은 날 다시 비교해 보기로 한다. 마침 주말에 우연히 들른 연희동 신축건물 외벽이 우리가 시도하는 스타일과 유사해서 조소장님과 함께 잠깐 들러보았다. 메지 컬러가 벽돌타일과 유사해서 깔끔한 인상을 주는 것이 좋아 보였다. 우리도 비슷할 거 같다는 예상이다.


남측 건물 외벽은 옆집과 너무 가깝기도 하고 환기와 볕을 위해 뚫어놓았는데, 그게 좀 신경이 쓰인다. 뻥 뚫려서 바람은 잘 들겠지만, 비도 잘 들이칠 거 같다. 계단으로 빗물이 철철 흐르는 장면을 떠오르면서 갑자기 심란해진다. 2층과 1층이 모두 열려있는 데다 지하계단으로 연결되다 보니 취약해 보인다. 추후 구멍이 있는 벽돌을 장식적으로 쌓던 지 현 상태로 지속하기는 어려울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일단은 가 본다.


주방에선 북측으로 짐이 들어오는 창을 확인했고, 각 층마다 달링 씰링팬의 무게를 현장에 알려드려 천장 보강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날개 길이와 관계없이 5.5kg, 마운트 높이는 18cm로 공유문서에 업데이트)


옥탑

옥탑에는 루프탑으로 연결되는 한쪽 벽면에 폴딩도어가 설치된다. 접혔을 때 간섭을 줄이기 위해 동선 반대쪽에서 접히도록 했다. 양쪽 폴딩도 할 수 있는데 둘로 나누었을 때 짝수여야 안전하다고 한다. 작은 공간이라 창문 쪽수도 적어 한쪽으로 열기로 했다. 참고로, 폴딩은 외부로 접힌다. (쇼룸에 방충망도 있었던 거 같은데! 생각난 김에 문의해 보아야겠다)


옥탑 지붕에는 계단실로 빛을 내려주는 천창이 있고, 처음엔 에어컨 실외기를 두는 위치로 수직사다리가 벽면에 부착되는 안이었다. 늘 안전을 걱정하시는 현장소장님은 위험하니 아예 올라가지 않는 게 어떤 지 제안을 주셔서 검토해 보기로 했다. 어떤 우려인지는 이해했으나 언젠가 다큐에서 본 장면이 생각나서 쉽게 그러겠다고 얘기하지 못했다. 그건 바로 지붕 위에 있던 작은 의자 두 개. (아, 설치하진 않을 겁니다.)



레퍼런스

Wright의 Unity Temple이 떠오르는 HY빌딩 (멋짐!!) / 연희동에서 우연히 발견한 신축건물과 벽돌샘플 비교
나날 조소장님의 스케치에 어엿히 등극한 '디디'의 산책로 스터디 (설렘 그득)



88일 차 2024년 3월 8일 금, -1도/7도

1. 금속공사-금속계단 시공 (4층마감)
2. 방수공사-1차 면정리 청소

명일 : 금속. 방수

2층 - 3층 - 4층 계단 / 잘 마무리된 3층 계단의 시작참
드디어 마지막, 4층에서 옥탑가는 계단 작업 / 바닥에서 떠있는 계단참 아래에는 다리미판 보관함이 생길 예정

오늘 드디어 옥탑으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작업이 되었다.

4층에서 옥탑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바로 계단참인데 높이가 꽤 높아서 현장에서 놀라서 문의가 있었다. 올라가기 어려울 거라 계단을 하나 늘리는 게 어떻냐는 얘기셨는데 덕분에 계단참 하부에 수납공간이 있다는 걸 서로 인지하는 기회가 되었다. 계단이 늘어나면 계단참이 면적이 좁아지기도 하고, 나름 창과 맞춰 큰 창 앞에서 하늘을 보며 휴식할 수 있는 숨은 명소(?)를 시도해 본 곳이다. 더불어, 생각보다 집 안에 다리미판을 둘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게 떠올라 서서 다림질하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걸 조소장님과 계획했었는데 현장소장님이 들으시고는 단박에 오케이를 외치셨다. 그렇다면 해야죠! (정말 별 걸 다 생각했지요?)



2024년 3월 9일 토, 현장휴무, -2도/7도


금속공사하시는 분들이 힘드셨나 보다. 토요일은 쉬어가기로. 좁은 공간에서 그럴 만도 하지.

차주 : 월, 화 - 금속, 설비 / 수 - 금속, 설비, 내장목공

완성된 실내계단 구조물 (2, 3, 4층)

계단의 한주였다. 오! 계단이 생기다니!, 와! 이게 이렇게 딱! 딱! 딱! 한 층 한 층 계단이 생기는 걸 신기하고 즐겁게 관찰했는데, 이게 또 그렇게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한다. 계단시공을 무사히 마친 현장소장님의 웃음이 이번주는 더 환한 거 같기도. 나 역시 저게 어떻게 만들어 질지, 잘 만들어 질지 막역한 우려가 있었는데 마음이 놓인다. 특히나, 저렇게 기분 좋게 딱 맞아떨어지는 결과물이라니, 쾌감마저 있다.


이렇게 계단과 함께 한주를 마무리합니다. 오르내리며 곡소리가 날지도 모르지만 말이죠. 몇 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진 집인지 한번 세어봐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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