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bout to cry.....
때는 3월 13일 일요일, 저녁 8시에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도착했을 때의 그 묘한 감정은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다. 불안감, 기대감이 복잡하게 섞여있는 그 감정은 솔직히말하면 픽업해주시는 분이 왔을 때부터 점점 불안감으로 바뀌어갔다. 뭐 이건 사실 나의 선입견 때문일지도 모르는데 픽업하러오신분과 그분의 차가 문제였다. 차는 거의 폐차직전의 상태였고 픽업하러오신분은 런던의 삶에 찌들렸는지 아니면 내가 무슨 부잣집 아들래미로 보였는지 비꼬는 말투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불쾌함으로 가득한 사람이였다. 정말 차 안에서 어서빨리 도착해달라고 얼마나 빌었는지를 모른다. 여기까지가 전부였다면 별로 상관은 없었는데 다음 문제는 숙소가 문제였다. 첫 한달은 기숙사 생활을 하기로 했었는데 학원 바로 옆 기숙사는 아니고 좀 떨어진 2존에 위치한 기숙사인데 문제는 여기 상태가 완전 메롱이였다. 물론 이거 또한 나의 잘못된 기대와 환상으로 인한 고정관념의 폐혜일 수도 있겠지만 기대와 너무 동떨어진 환경에 반쯤은 넋이 나가버렸다. 게다가 도착했을 때 내 방은 아직도 치우고 있는 도중이였고, 웃긴건 관리하는 사람도 없이 학생이 청소를 해주고 있었다. 청소가 끝난 뒤 정신을 차려보니 기숙사안에는 온통 기름냄새로 가득했다. 온데간데 기름으로 벽칠을 해놓지 않고서야 날 수 없는 냄새였다. 화장실, 욕실, 부엌, 세탁기 모든 시설이 최악이였다. 빈방이 많은 걸 보아하니 어지간히 인기가 없는 곳인것 같다. 트윈룸인데 혼자서 쓰게된건 좋은일이지만 다 필요없고 그냥 도착하자마자 집에 돌아가고 싶어졌었다.
그래도 한달이다. 일단 한달만 살기로 되어있었고 그동안 천천히 집을 알아보고 빠져나가면 상관없는 일이다. 뭐 사람관계는 솔직히 첫날이고 저녁늦게 온데다가 말할 틈도 없었기 때문에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이미 있는 사람들 끼리는 꽤 친한것 같았다. 슬 나가서 말이나 걸어볼까 했지만 방에 모여서 이야기 하고 있어서 그냥 관뒀다. 게다가 비행기에서 잠도 안자고 도착했던 터라 피곤하기도하고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했기 때문에 부랴부랴 짐정리를 하고 알람시계를 맞춘뒤 잠자리에 들었다.
3월 14일 월요일, 늦잠 잘뻔했다. 분명 6시에 알람을 맞춰놓았는데 듣지를 못했다. 울렸는데 못들은건지 아예안울린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뭔가 불안감이 몰아쳐서 벌떡일어났더니 7시. 첫날이라 학원에 조금 일찍 가야했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했다. 서둘러 씻는다고 바디워시로 머리를 감은지도 모르고 머리말리면서 샴프가 왜이러지라는 의문만 남기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구글지도를 켜고 학원을 향해 내달렸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지하철을 가는 길을 헤매기 시작했다. 이놈의 위치 시스템이 말썽을 부린 것이다. 휴대폰이 문제가 있는건지 좀처럼 방향을 잡을 수가 없었다. 뭐 지도 보면서. 방향도 못찾냐라고 할수도 있는데 앞에서 말했듯이 기숙사는 2존에 위치하고 있다. 좀더 자세히말하자면 2존과 3존의 경계선에 있는데 이 지역이 온통 주택으로 가득차있다는 것이 문제다. 영국에 처음 왔을 때 예쁘다고 생각했던 건물들이 죄다 비슷한 모양으로 줄줄이 이어져있으니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안갔다. 그렇다고 주변에 상점이나 눈에 띄는 지형지물도 없이 미로처럼 되어있어서 지도만 보고 걷자니 불안했다. 내 위치도 맞는건지 의심이 들정도였는데 오죽하겠는가.
결국 왔던길을 몇번을 되돌아가며 길을 찾았고 매우 아슬아슬하게 학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중간에 지하철도 갈아타고 오이스터카드라는 교통카드 비슷한 것도 발급하고 여러 일이 있었지만 그건 차후에 다루기로 하겠다.
제목이 어학연수 첫날인데 말하고 싶었던 것은 영국에 처음 와서 생활한 감상이다. 나는 어디 새로운 곳에 갔을 때, 좀 향수병이 심하게 오는 성격이다. 어릴 때 첫 유치원 갈때 어머니가 손에 쥐어준 초코우유가 아직도 기억이 날정도로 혼자서 집으로부터 떨어진다는 감정이 아직도 깊숙히 남아있다. 그럼 외국은 오죽하겠는가. 게다가 생에 처음으로 외국을 나왔는데 혼자 10개월을 산다니,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것 같다. 학원에가서 수업들을 때까지는 상관이 없었는데 학원이 1시가량에 끝나고 나왔을 때 느껴졌던 허탈감이랄까 공허감? 뭔가 마음이 텅빈듯한 기분이 나를 급격히 우울하게 만들었다. 영국 치고 해도 짱장했음에도 우울함이 가득했다. 분위기를 상기시키기위해 거리를 걷고 광장에 나가 앉아서 사람 구경도 했지만, 나도 모르게 엄마에게 걸어버린 전화한통이 억지로 무시해왔던 눈물샘을 건드려버렸다. 엄마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이미 나의 자존심과 알량한 배짱 그리고 허세로 지어진 눈물샘의 방둑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눈가에 눈물이 고이고 말았다. 정말 울뻔했다. 하지만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걱정가득한 엄마의 목소리가 겨우겨우 눈물을 막아주었다. 제일 걱정하고 계시는 사람이 엄만데 지금 내가 울어서 얼마나 더 못을 박을 셈인가. 절대 그럴 수 없었다. 이를 악 물고 최대한 밝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전화통화를 했다. 그렇게 힘든 통화가 끝나고 울지 않기위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무작정 달리고 걸었던 것 같다. 최악이였다.
조금 마음이 진정이되고 터덜터덜 걸어 돌아온 숙사에는 정적으로 가득했다. 이렇게 있으면 더 우울해질 것 같아서 카메라를 챙겨서 일단 다시 기숙사를 나와 거리를 무작정 찍었다. 역까지가서 사진을 찍을까도 싶었지만 관뒀다. 뭘해도 즐겁지 않았다. 다시 돌아온 뒤 갑자기 영국에 있다던 고등학교 친구 한명이 생가이났다. 그래서 무작정 연락을 했다. 그리고 얼마 뒤 답장이 왔고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만나자고 했다. 친구는 워홀로 런던에 와있었는데 엄청 행복해 보였다. 하루하루가 즐겁고 할 수만 있다면 영국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 솔직히 공감하기가 힘들었다. 아무리봐도 한국보다 불편한 교통시설에 맛없는 음식, 높은 물가, 우중충한 날씨 그리고 빌어먹을 주거환경 아무리 따져봐도 한국보다 영국이 왜 더 살기 좋은 곳인지 알 수가 없었다. 친구는 익숙해지면 영국보다 좋은 곳이 없다고는 하지만 정말? 이라는 의구심이 계속 남았다. 하긴 고작 1일차로 영국 생활 자체를 평가내리는 건 실로 어이없는 짓이지만 그만큼 첫날동안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었다. 그래도 친구를 만나 그의 영국생활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은 긍정적으로 영국생활을 내다볼 수 있게 된것 같았다. 그리고 여러 좋은 정보도 많이 얻고 막연하기만 했던 영국생활이 조금은 구체적으로 틀이 잡혀보이기 시작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물론 첫술에 배부르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그래버리면 첫술로 모든게 끝나고 만다. 이 힘듦도 고통도 조금씩 이겨나가며 앞으로의 영국생활을 위해 힘차게 살아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