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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끝 Oct 25. 2022

시월

더 아름다운 날들 속에 살고 있는 우리

시월, 맞닿다. 한편으론 지금도 지나가고 있다. 편린으로 남을 시간이다. 그래서 소중하다. 얼마 전에 공저자로 참여한 책이 출간됐다. 그간 기고한 글이 실린 적은 있었지만, 저자로서 참여한 책이 출간된 건 처음이어서 마음이 좀 이상했다. 내가 쓴 글이, 과연 책에 적혀 있는 가격만큼의 값어치를 하고 있는지 두려운 마음이 앞서서다. 물론, 공저라서 부담이 살짝 덜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늘 '부족함을 안고 있는 사람'이란 생각을 망각하지 않으려 한다. 실제로 참 많이도 부족하고, 앞으로도 채울 게 많은 나여서다.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겨울의 끝과 봄, 그리고 여름을 거쳐 마주한 가을에 새로운 수확물도 거두었다. 기다린 시간은 설렜고, 결과와 마주한 시간은 환희로 가득했다. 기다린 시간과 마주한 시간 가운데 무엇이 더 행복했는지 묻는다면, 대답할 자신 없다. 뭐가 더 나은 지는 더 이상 중요한 게 아니다. 분명한 건, 둘 다 오롯이 내 것이었던 시간이라는 점이다. 아울러 언제나 그래 왔듯, 사랑하는 보리와의 시간은 그 어떤 단어나 문장으로도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빛나고 귀중하다. 너에게 있어 내가 전부인 것처럼, 나에게도 너, 그리고 너와 함께 하는 매 순간이 소중하다. 더 바랄 게 없는 지점이다. 그거면 되었다. 충분하고 충만하다. 시월, 더 아름다운 날들 속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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