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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끝 Dec 23. 2022

온기가 가득 틈입해 체온을 상승시켰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두드러지는 온기

바뀐 계절, 공기가 많이 차다. 매년 마주하는 겨울이지만, 이른 추위 때문인지 계절이 주는 냉기가 차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차가움이 오히려 반갑다. 차가워진 공기 속에 보리가 건네주는 온기가 더 두드러져서다. 보리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좋다. 다른 무얼 찾을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공기가 차가워질수록 또렷해지는 보리의 온기는, 수은주의 가장 윗부분보다 더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그간 채워지지 않던 마음 한 편에, 보리의 온기가 가득 틈입하여 나의 체온을 상승시켰다. 스스로 보리를 많이 사랑하는 것은 물론, 아낀다고 자부했는데 잘못된 착각을 하고 있었다. 나에게 있어 보리는 사랑하고 아끼는 대상이지만, 보리에겐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전부일 테니까. 보리에게 큰 빚을 진 셈이다. 우리, 지금도 행복을 누리고 있지만, 내일 더 행복하게 살자.


배우 하정우의 개인전이 열리는 서촌 표갤러리에 다녀왔다. '하정우 : HIT THE ROAD'를 주제로 한 전시장에는 배우 하정우와 인간 하정우의 응축된 모습이 화가 하정우를 통해 표현된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그는 작품 촬영을 위해 모로코에 머무는 동안 그곳에서 바라보고 느낀 것을 개인의 시각으로 해석해 화폭에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형형색색으로 표현된 그림을 마주하며 잠시나마 모로코에 머물러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되었다. 다른 무엇보다 촬영지에서 틈틈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다는 점이 대단하게 여겨졌다. 그때가 아니면 그릴 수 없을 까봐서 계속해서 그렸을 것이다. 촬영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어렵게 얻은 영감이 옅어질까 봐 그림 그리는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그때가 아니면, 그릴 수 없거나 쓸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 그런 마음을 알기에 그의 작품에 담긴, '그때가 아니면 안 되는 것'에 대한 열의가 마음속 깊은 곳을 울렸다. 그때가 아니면 쓸 수 없는 글을 놓치지 않고 온 마음 담아 쓰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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