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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끝 Nov 05. 2023

보통의 가을

오늘도 보통의 하루를 산다. 나의 일상은 정해진 범주 안에서 행해진다. 지나온 일상을 복기해 보아도 그렇다. 다를 게 없다. 여느 때처럼 즐겨 찾는 거리를 걷고, 좋아하는 전시를 보거나, 이따금씩 재화를 들이는 일도 한다. 그런가 하면 브런치에 가끔 글도 쓴다. 늘 바쁘고 정신없이 지내는 것이 당연해졌지만 그럼에도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고, 즐긴다. 이게 전부다. 타인과 견줘 화려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일상일 뿐이다. 그래서 이러한 시간에 특별성을 부여하려 하지 않는다. 마주한 일상 속에서, 주어진 시간 속에서, 나의 상황과 성향을 그 속에 차곡히 포개어지도록 담아내면 가득 차는 순간, 자연스레 계절 특별성이 생성되어서다. 따라서 굳이, 제아무리, 의도적으로 특별한 무엇을 하려 하지 않아도 시간이, 하루가, 더불어 일상에 특별성이 부여된다. 우리가 보통의 하루를 사는, 특별해지는 계절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보의 홍수 속에서, 많은 사람을 마주하면서 말글을 통하여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고,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를 대외에 널리 확산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응대하는 대상은 내가 내놓은 모든 것들에 대하여 사실관계를 따지고 검증하기도 한다. 애써 끝까지 파헤쳐야 하는 집단과 이에 대응해 내가 속해 있는 조직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가치, 그리고 성과를 뚜렷이 릴리즈하고 관철시키는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회사에서의 일상은 늘 교전의 연속이다. 이를테면 일을 하면서 의사표현을 명징하게 하는 것이 기본값으로 깔려 있단 얘긴데, 이런 일을 하면서도 정작 내 마음에 담겨있는, 누군가를 아끼고 좋아하는 마음을 전하는 데 있어선 늘 적잖은 로딩이 걸리곤 한다. 무엇이 문제인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마음의 기저에 그에 따른 대가를 바라는 것에 있었다. 내가 그득 채워진 마음을 표현한 만큼, 이에 걸맞게 좋아하는 마음에 대한 긍정적인 시그널을 바라고 있었던 거다. 이기적인 마음인 데다, 욕심인 셈이다. 이런 기대를 내려놓으면, 마음이 편해질 수 있을까. 스스럼없이 마음을 내비칠 수 있을까.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일은 늘 어렵고, 심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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