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보리와 함께 집 밖을 나선다. 그러고선 루틴처럼 보리와 동네 한 바퀴를 돈다. 우리만의 산책 시간이다. 이른 아침이어도 더운 기운과 습도까지 머금은 탓에, 발걸음이 빠르지 않아도 자연스레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그렇다고 이 시간이 반갑지 않은 게 아니다. 하늘은 변함없이 청명하고, 나뭇잎은 사계절 중 가장 푸릇함을 띠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 날씨는 보리와 내가 마시는 차가운 물과 시원한 커피를 더 맛있게 만들어준다. 하물며 냉면과 콩국수는 어찌 그리 맛이 있던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에 달리는 일도 그렇다. 이 도시의 아침과 낮은 누가 가장 바삐 살아가는지 치열하게 겨루는 것처럼, 늘 속도감 있게 흘러간다. 그러다 해 질 녘이 다가오면 이 도시도 한 템포 쉬어가는 시간을 갖는다. 난 이 도시, 이 계절의 저녁도 새벽 못지않게 반갑다. 바쁘게 흘러가는 낮을 뒤로하고, 휴지기에 접어든 이 도시의 저녁에서, 어여쁜 풍광을 두 눈에 오롯이 담아내며 달리는 일에 집중할 수 있어서다. 수십만 원을 주고 헬스장을 끊어 놓고도, 애써 야외에서 운동하는 이유다. 이처럼 이 계절에서 할 수 부단히 할 수 있는 것들이 나를 나로 만들어 주기에 불평과 불만을 가질 새 없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이기에, 이 계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의 행복과 소중함을 알고, 온전히 누릴 수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