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어딘가 삐걱거리며, 어딘가 버티며, 어딘가 회복 중이다.
"요즘 건강해?"라는 질문은 너무 크고 막연하다.
건강하다고 대답하기엔 어제 잠을 설쳤고, 건강하지 않다고 말하기엔 병원 갈 정도는 아니다.
사실 모든 면이 완벽하게 건강한 사람은 없다.
우리 모두 어딘가 삐걱거리며, 어딘가 버티며, 어딘가 회복 중이다.
그렇다면 건강을 묻는 방식을 바꿔보면 어떨까.
더 구체적으로, 더 다정하게, 상대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아볼 수 있게.
궁금해하고 돌봐주는 것만으로도 서로 자각하고 애정을 나눌 수 있는 질문들.
1. "요즘 잠은 잘 자?"
가장 기본적이지만 가장 정직한 질문. 수면은 모든 건강의 기본이니까. 대답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가장 쉽게 가장 넓은 주제로 연결할 수 있다.
2. "아침에 일어날 때 잘 일어나?"
수면의 질을 넘어, 회복할 수 있는 감각을 살펴봐줄 수 있다. "일어나기 싫다"와 "일어날 수 없다"의 차이도. (일어나기 싫은 건 주로 정신, 일어날 수 없는 건 몸이랄까)
3. "요즘 뭐 하는 게 제일 재밌어?"
마음 상태를 직접 묻지 않으면서도, 일상의 기쁨이 무엇인지 또 문제를 털어내고 싶은지 문제를 파고들고 싶은지도 알 수 있다. 더불어 언제 얼만큼, 무엇으로 웃는지도. 만약 대답이 막힌다면, 그 자체로 신호다.
4. "요즘 저녁은 주로 뭐먹어?"
식욕은 몸과 마음의 교차점이니까. 또한, 맛있게 먹는다는 건 삶에 여유가 있다는 것이니, 다행이다.
번외로, 오후에 카페인 마셔도되? 도 있다. 정신이 얼마나 소란하고 또 견딜만한지.
5. "혼자 있을 때 뭐해? 예전에 하고 싶다던거 있었잖아."
혼자여도 괜찮은지, 혼자여서 외로운지. 고독을 즐기는지, 견디는지.
6. "요즘 제일 화나게 하는 사람있어? 저번에 얘기했던 사람은 좀 괜찮아?"
사회적 에너지 수준을 확인하는 질문. 만나고 싶은지, 만나면 피곤한지, 만나도 외로운지.
7. "몸 어디 좀 불편한 데 없어? 난 요즘 어깨가 너무 뻐근하더라."
"건강해?"보다 구체적이고, "아파?"보다 부담 없는 질문. 작은 불편함도 말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8. "새로 해보고 싶은 거 있어?"
호기심과 의욕을 묻고 싶을 때. 앞을 볼 수 있는지, 오늘에 갇혀있는지.
미래를 상상할 에너지가 조금이나마 있는지.
9. "하루에 주로 몇 보 걸어?"
운동만을 묻는다기 보다는, 가장 단순하게 걸을 때 버거운지, 상쾌한지.
10. "요즘 스트레스 쌓이면 뭐해? 아니면 뭐하고 싶어?"
가장 직접적인 질문. 스트레스가 감당이 가능한지, 그 자체를 없애고 싶은지 아니면 줄여가고 싶은지.
질문은 돌봄의 시작이 아닐까?
건강을 묻는다는 것은 단순한 안부가 아니다.
"네가 어떤지 궁금해", "나는 너를 신경쓰고 있어"를 조금이나마 분명히, 매일 자주 알려줄 수 있는 것.
질문이 작고 구체적일수록 우리는 더 선명히 깨달을 수 있고, 쉽게 털어놓을 수 있다.
때로는 대답하지 못해도 괜찮다. "잘 모르겠어"도 답이다.
중요한 건 누군가 물어봐줬다는 것, 내 건강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가졌다는 것.
건강은 혼자 지키는 게 아니다.
서로 물어봐주고, 들어주고, 함께 돌보는 것이 비로소 건강을 만들 것이다.
오늘, 가까운 이에게 물어보면 어떨까.
"요즘 제일 많이 웃은적이 언제야? 나도 같이 웃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