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JD에서 홍보를 빼면 뭐가 남을까?
홍보 JD에서 홍보를 빼면 뭐가 남을까?
언론 홍보는 기사를 내는 것이 아니다. (라고 관심을 끌어본다...)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가 전부 다르듯. 회사 비용처리의 타이밍에 맞게, 기업의 브랜딩을 위해, 경쟁사 대비 경쟁력을 위해, 직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핵심 임원의 요청에 의해, 또는 거래기업과의 다른 '거래'를 위해, 제 3자-공공기관, 다른 기업, 키 오피니언 리더 등-와의 관계를 위해... 등 제각각이고 그래서 제품(기술)이 같아도, 만족도와 AS요청이 모두 다르듯.
보도기사도 얼핏 보기에는 비슷한 기사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는것 같지만, 단 하나의 기사도 같지 않다. 경제지, 종합지, 전문지, 매거진... 전부 다르고 쓰는 인용문도, 쓰는 사진도 다르다. 100명의 기자에게 동일한 자료를 일괄 발송하면 끝날까? 아니다, 보도는 그 이후부터 시작된다.
우선 보도자료는 맞춤형이어야 한다
보도자료는 최소 두세 그룹으로 나눠서 배포한다. 경제지, 전문지, 종합지. 각 매체의 독자층이 다르고, 관심사가 다르며, 기사 작성 방식이 다르다. 전반적으로는 비슷한 내용이지만 경제지에는 시장 파급력과 수치를, 전문지에는 기술적 디테일과 산업 맥락을, 종합지에는 사회적 의미와 트렌드를 강조한다. 큰 제목부터 CEO 코멘트까지 모두 달라진다. 같은 소식이지만, 다른 언어로 말하는 것이다.
경제지에는 한편 2030년 00시장규모는 00에서 00로 전망된다 등
전문지에는 기술설명을 더 보완하고, 최근에 언급된 논문사이트도 말한다, 기술 사진 캡션도 더 상세히 적는다.
종합지는 최대한 담백하게 적는다. 과한 표현이나 상세한 설명보다 핵심 위주로 적는다. 자세히 보내도 물론 기자들이 다 편집하지만, 일일이 편집하지 않게끔 담백하게 보내야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기사가 보도된 이후에도 일은 계속된다.
아직 기사를 내지 않은 매체가 있다면, 해당 기자에게 직접 연락해서 "혹시 이번에 AI 연구원 000의 코멘트를 추가로 드릴까요" 미리 체크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추가로 기획한다. 기자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주는 것, 그럼 그 다음날에 심층 기사로 나올 수 있다.
IR 홍보, 주가가 아니라 '이해'를 올리는 일
솔직히 IR 홍보를 하게 될 줄 몰랐다. 시리즈 A-C 단계, 그리고 IPO를 하며 그 단계에 맞는 홍보를 해왔지만 올해 회사가 유상증자를 하며 본격적으로 증권시장 타깃의 홍보를 하게 됐다. 그래서 올해 IR 대행사와 협업하게 되었지만, 주요 CEO와 CFO 인터뷰를 포함한 모든 언론 인터뷰와 기획기사는 직접 섭외하며 IR 홍보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우선 IR의 방향과 규모는 회사마다 다르다.
어떤 회사는 분기마다 대규모 계약 체결 공시가 나오고, 어떤 회사는 연구개발 단계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이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IR·PR 전략은 시너지를 발휘하기가 어렵다. 지금 우리 회사에 필요한 것이 특정 자료 발표인가? 아니면 공시 수준의 대형 계약이 아직 없기 때문에, 미래지향적 키워드로 분기별 스토리를 구축해야 하는가? 투자자 브리핑은 어떤 톤으로, 어떤 자료를 중심으로 해야 하는가? 시리즈 투자 단계에 따라 강조해야 할 메시지는 무엇인가?
이 모든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회사의 환경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더 솔직하게는 '인정'해야한다. 이렇게 하면 더 잘되겠지? 이렇게 해보고싶은데, 다들 이렇게 하는데가 아니라 정확히 현실을 직시해야, 그 상황에 적합한 아웃풋을 낼 수 있다. 지금 당장 매출 계약을 내기 어렵다고? 방법은 있다. 얼마나의 기간이 걸리는지, '왜' 그 기간이 필요한지, 이 '진입 장벽'이 궁극적으로 또 장기적으로 얼마나 유리한지. 설득시키고 이해시키는 과정은 어렵지만, 결국에 그것만 남는다.
지난 금요일에도 기사 하나로 15%가 넘게 주가가 올랐다. 이렇게 큰 폭으로 한 편의 기사에 의해 주가가 오르내리면 덜컥 겁이 나기도 했지만, 이제는 담담해지고 있다. 주가를 올리려고 기사를 내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고객/증권/산업 시장이 우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소식이 의미 있게 전달될까를 분석하고, '보도자료'라는 언어로 말하는 것이고 증권시장은 주가로 반응하는 것이다.
우선 PR 담당자가 IR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증권시장의 키워드와 이해를 높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동종 업계 기업이 "미국 FDA 승인", "글로벌 기업과 계약 체결" 같은 키워드로 보도자료를 냈을 때, 주가가 오르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한다. 왜일까? 분석해보면, 기사의 내용보다는 전날 미국 증시와 당일 장의 흐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회사의 이슈보다 중요한건, 장이 속한 산업의 이슈다.
그렇다면 장이 좋을 때만 기사를 내야 할까? 그건 아니다. 키워드는 축적되어야 한다. 한 번의 기사로 주가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여러 키워드가 연결되고 쌓여서 터지는 시점이 온다. 그래서 IR 홍보는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중장기 내러티브 전략이다.
소재 발굴, '워크샵'을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바꾸는 법
그렇다면 IR용 보도 소재는 어떻게 발굴할까? 실제 사례를 들어보겠다.
회사가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중요한 시점이었다. 어떤 기사를 어떤 타이밍에 배포하느냐가 관건이었다. 마침 글로벌 대형 테크 기업과 함께한 워크샵이 있었다. 하지만 처음에 협업하던 IR 회사는 이렇게 말했다. "워크샵은 소재가 안 됩니다. 신규 계약도 아니고, 영업 워크샵을 하는 게 좋은 뉴스는 안될겁니다."
하지만 나는 달리 생각했다. 프레임을 바꾸면 된다.
"워크샵" → "글로벌 공동 세일즈 첫 행보"
"논의" → "즉각적인 통합을 본격 추진"
그리고 내용을 추가했다: "글로벌 시장 80% 점유 플랫폼에 자사 AI 통합을 위한 세일즈 통합 워크샵"
여기에 비슷한 시기에 진행했던 미국 기업과의 웨비나 내용을 언급하며 "ROI 개선 데이터를 바탕으로 영업·마케팅 체계 전환"이라는 메시지를 추가했다. 그러자 평범한 워크샵 소식이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읽혔고, 가장 중요한 구간에 기사를 낼 수 있었다.
고객 인터뷰 기사도 영업 자료다
이런 접근은 다른 보도 기사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예를 들어 고객사를 직접 찾아가서 진행하는 인터뷰 기사가 있다. 이 경우 한 매체와 동행하기 때문에 그 매체에서만 기사가 나오고, 고객의 사례만 말하면 되니 간단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보도자료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답은 명확하다. 이 기사는 그 고객의 만족, 혹은 그 고객의 고객을 위한 홍보가 아니다. 다른 잠재 고객을 위한 영업 자료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인터뷰 질문과 고객의 코멘트를 전략적으로 설계한다. 좋은 질문으로 좋은 대답을 끌어내면, 그 코멘트는 회사의 대표 레퍼런스가 된다. PPT에 들어가고, 회사 소개 자료에 추가되고, 영업 미팅에서 인용된다.
홍보는 ... 홍보를 뺀 전부다.
이렇게 이해하면 보도자료는 단순한 '보도용'이 아니게 된다.
-증권시장을 위한 자료
-잠재 고객을 위한 자료
-영업팀의 자료를 위한 레퍼런스
-사업 전략을 뒷받침하는 자료
궁극적으로 홍보는 홍보로 끝나지 않는다. 사업을 함께 만들어가는 홍보가 되는 것이다.
보내기 버튼을 누르기 전에, 다시 한번 물어보자.
"이 보도자료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무엇을 남기는가?" 그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있을 때,
홍보를 하는 것이고, 동시에 홍보가 아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