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고객을 위한 자세 -
마에다 커피

#Issue 18. 비즈니스는 결국 고객이 사줘야 이뤄지는 것이 아닐까




   제가 좋아하는 교토의 명소를 꼽는다면 본토초 Pontochou 先斗町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끝이 뾰족한을 의미하는 포르투갈어 단어인 ‘Ponta’에서 유래된 이곳은 실제로 끝이 좁아지는 길의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바로 이 좁은 길을 따라 교토에서도 특색 있는 음식점과 술집이 빼곡히 들어서 있습니다밤이 되면 관광객들과 현지인들이 어울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번화함을 자랑하기도 하지요.



   사실 본토초는 게이코나 수련생인 마이코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보통 게이코와 함께 연회를 즐길 수 있는 거리를 하나마치 Hanamachi 라고 하는데요교토에는 본토초와 함께 기온코부祇園甲部기온히가시祇園東, 마야카와초宮川町를 비롯해 기타노 덴만구 동쪽에 위치한 가미시치켄上七軒까지 총 5개의 하나마치가 남아 있습니다.



   참고로 이 중에서 가미시치켄이 가장 오래된 하나마치입니다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집권했을 무렵 최초로 설립되었습니다이곳에서 귀빈들을 대접하여 음식과 음악을 제공하는 연회를 열었고 이를 계기로 게이코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게이코가 되는 과정은 시코미 미나라이 마이코 게이코 지마에 게이코로 나눌 수 있습니다시코미의 경우는 마이코가 되기 위한 교육생을 지칭합니다보통 수련기간은 약 1년 정도이고 15세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때 진한 화장은 하지 않습니다평상복을 입으며 기본적인 학습만 받게 됩니다시코미로서 학습을 받은 후미나라이 단계로 이어집니다견습을 의미하는 바와 같이 현장에 직접 참여하여 배우지만 직접적인 활동은 하지 않습니다수련기간은 약 1개월 남짓오차야 茶屋찻집 에서 연회식의 예법들을 배우게 됩니다.



   미나라이를 거치게 되면 그 다음이 바로 마이코입니다게이코가 되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입니다이들은 오차야와 오키야 置屋 게이코와 마이코가 함께 생활하는 장소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면서 게이코가 되기 위한 모든 교육과정을 수료합니다마이코가 오키야에 입주해서 수련 받는 기간 동안 모든 비용을 오키야의 주인인 오카상이 전적으로 부담합니다별도의 급여는 없지만 용돈도 지급합니다.



   마침내 약 5~6년 간의 수련 생활을 마친 마이코는 비로소 게이코가 됩니다그 동안 갈고 닦았던 기예를 직업으로 하는 여성이 되는 것입니다물론 게이코가 되어도 여전히 오키야에서의 생활은 지속 됩니다.



   하지만 이후로 2~3년이 지나 후원자를 얻거나 자신의 화대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된 게이코는 이른바 독립을 하게 되는데요이들을 바로 지마에 게이코라고 부릅니다.




경쟁이 없는 카페열여덟 번째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우리는 게이코에 대한 선입견을 지니고 있습니다기예를 직업으로 하는 여성이라지만 연회석에서 노래와 춤연주를 하고 손님을 접대하는 것이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심지어 이도 모자라 폄훼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그들이 게이코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일련의 과정을 살펴본다면 결코 그리 생각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15세부터 정해진 커리큘럼대로 교육을 받습니다일본 전통 무용과 전통 악기 연주 수업 등은 물론 예의범절 교육인 다도는 필수 과목으로 수강해야 합니다마이코는 게이코와 함께 같은 수업을 듣습니다.



   약 1년간의 교육이 끝나면 연회 자리로 나섭니다자신의 미숙함을 자각하면 다시 교육을 받으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갑니다그들은 매번 자신의 실력이 나아지고 있는지 확인하며 끊임없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이토록 노력하는 것일까요바로 고객을 위해서입니다제 아무리 화려한 기예를 선보인다고 해도 이를 이해하고 지갑을 여는 고객이 없으면 결국 비즈니스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팔지 않습니다고객이 스스로 사게끔 유도합니다그저 관광객들만 바라보고 운영하지도 않습니다신규 고객의 확보 보다는 오랜 단골 고객과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합니다실제로 구()소련의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오차야를 방문했다가 문 앞에서 거절당한 일화는 유명합니다.



   바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입니다그들은 비즈니스란 고객이 사줘야 이뤄진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이를 바탕으로 고객과 수평적인 관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고객을 자신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동반자로 인식하고 고객의 사랑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그런 모습에 고객은 오히려 경외심을 느낍니다그리고 오랜 단골이 되기 위한 로열티를 냅니다



   결국 하나마치와 고객은 가게손님 사이가 아닌 사람사람 사이로 진화하게 됩니다하나의 공동체가 되는 것입니다그런 관계가 수백 년의 역사를 이어오게 만든 원동력이라면 분명히 배워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과연 우리의 커피숍은 그리 될 수 있을까 생각하다 어느새 마에다 커피 MAEDA COFFEE 본점으로 들어선 기억이 납니다분명 본토초를 지났었는데 어느새 가와라마치를 넘고 카라스마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마에다 커피는 1981년에 개업한 이래로 교토에서 총 6개의 커피전문점과 식당찻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원래는 오미야 다카쓰지에 그보다 10년 전 최초의 커피 매장을 오픈했지만 폐업을 하고 지금의 본점 자리로 옮겼습니다이 기간을 포함하면 47년이 넘게 이어오고 있는 셈입니다.



   마에다 커피의 정문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독일산 로스팅 기계가 우두커니 서있습니다아마 처음 방문하시는 사람이라도 그 기계를 보면 묵직한 그들의 커피 맛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연식이 어느 정도 되었는지 짐작을 못할 정도로 오래된 기계입니다만 뭔가 믿을 만한 구석이 있어 매번 방문하면 통과의례 마냥 목례를 하고 들어갑니다.



   마에다 커피의 대표적인 블렌드 커피인 류노스케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원두 타입입니다어쩐지 교토에서 가장 좋아하는 이노다 커피를 배반하는 마음이 들어 석연찮은 웃음도 짓곤 하지만 이곳 역시 편안함을 주는 곳이라 쉽게 포기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늘 창업을 할 때 좋은 아이템과 많은 수익을 떠올립니다물론 그리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허나 어느새 우리는 가장 기본이 되는 사실을 망각하게 됩니다그러니 자연스레 본말전도가 되어 업의 근본은 잊고 사소한 부분만 신경을 쓰게 됩니다.



  우리가 잊은 업의 근본그것은 역시 고객비즈니스란 결국 고객이 사줘야 이뤄질 수 있다는 명제를 먼저 스스로에게 일깨워야 하지 않을까요.



   여기 마에다 커피가 반세기가 다 되어 가도록 영업을 할 수 있었던 비결도 역시 고객이 꾸준히 찾아와준 데 있습니다그렇듯 우리도 오랫동안 꾸준히 찾는 좋은 단골을 확보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먼저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큐앤컴퍼니 대표 파트너, 김 도 환

이전 17화 사람과 사람사이 - 카페 시즈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