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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서 마시는 커피 -
블루보틀 커피

#Issue 19. 오래된 곳에서 만나는 우리의 미래



   2018년 3월 교토 난젠지 사원에서 불과 몇 걸음 거리에 블루보틀커피BLUEBOTTLE COFFEE가 개업하였습니다일본에서는 여덟 번째이자 도쿄 외 지역에 개업한 최초의 매장이기도 합니다.



   블루보틀커피 교토는 100년이 넘은 교마치야 町屋 -교토시에서 1950(쇼와25이전에 전통적 목조 축조 공범으로 세워진 목조 가옥-에 들어서 있습니다. 매장은 2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바깥쪽 건물은 블루보틀커피의 MD 상품을 판매하고, 좁은 통로를 따라 조금 더 깊숙하게 들어가면 커피를 주문하고 마실 수 있는 건물이 있습니다. 해당 건물의 외관은 모든 벽을 제거하고 유리로 덮어 상․하층 사이를 시각적으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교마치야의 모든 것을 보전하기 위해 보와 나무기둥은 그대로 사용되었고 입구와 바닥은 약 50센티미터 높이의 기존 층을 철거하여 카페에 원활하게 들어갈 수 있도록 재건되었습니다.



   아마 이 곳을 처음 방문하는 분이라면 기존의 매장과 다른 차원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저는 그런 아름다움과 함께 건물의 과거를 오늘날 자신들의 브랜드로 융합시킨 블루보틀커피의 미의식에도 경외심을 표합니다.




   여기서 블루보틀커피에 대한 설명을 빠트릴 수 없습니다.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Oakland에서 처음 선보인 블루보틀커피는 미국 내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LA, 보스턴 및 일본 내 도쿄교토고베 등지에서 총 63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소규모 네트워크 커피 비즈니스 회사입니다. [2018.11 기준]



   블루보틀커피의 상호명은 중부 유럽에 최초로 커피가 들어온 배경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1683년 7월 약 20만 명의 오스만 투르크 대군이 중동부 유럽을 휩쓸고 오스트리아에 도착했습니다당시 대군을 이끌던 총사령관인 카라 무스타파Kara Mustaf 는 수도인 빈 Wien을 둘러싸고 투항을 권유했습니다.



   이때 프란츠 조지 콜시츠키Franz George Kolshitsk 라는 사람이 등장했습니다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빈 인근에 주둔하고 있던 폴란드 군대에 지원을 요청했습니다그의 요청은 성공적이었습니다폴란드와 독일오스트리아 등으로 결성된 연합 군대는 마침내 오스만 투르크군을 격퇴시켰습니다그리고 당시 주둔지에 남기고 간 낙타텐트꿀 등을 전리품으로 획득했습니다전리품 중에 파란색 가방과 병에 들어 있는 콩이 발견되었습니다처음 이 콩을 본 유럽인들은 낙타가 먹는 사료라고 추측하곤 아무도 챙기지 않았습니다.



   여러 해 동안 아랍지역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던 콜시츠키는 이것이 커피콩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그는 전쟁에서 공을 거둔 공로로 인정받아 돈과 약 500개 정도 되는 파란색 가방을 챙겼습니다그리고 오스트리아 빈에 최초로 커피하우스를 개업했습니다이때의 상호가 바로 블루보틀지금 소개하는 블루보틀커피도 바로 이 이야기에서 따와 상호를 지었습니다.


 

   사실 블루보틀커피가 처음 개업한 2002년은 스타벅스Starbucks 를 필두로 한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미국 내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던 때였습니다블루보틀커피의 창업자인 제임스 프리맨 James Freeman은 그때까지만 해도 커피 전문점 운영에 관한 사전 지식은 없었습니다그는 그저 프리랜서 클라리넷 연주가였고 커피를 좋아하는 마니아였습니다.



   어느 날 그는 오클랜드 파머스 마켓에 나가 손님이 주문하면 자신이 직접 볶은 커피를 저울에 달아 갈고 뜨거운 물을 부어가며 한 잔씩 판매했습니다당시 커피를 볶는 장소도 월 600달러를 내고 남의 식당 한쪽 부엌을 빌려서 사용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가장 성공한 커피 비즈니스 기업 중 하나입니다특히 2017년 9월 스위스 소재의 다국적 기업인 네슬레 Nestle 는 블루보틀커피 지분 68퍼센트를 약 5억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습니다문자 그대로 제임스 프리맨은 억만장자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사실 블루보틀커피는 이전에도 피델리티모건 스탠리구글벤처스 등의 실리콘밸리 투자자들로부터 약 1,4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이끌어 냈습니다소규모 네트워크 커피 비즈니스를 지향하는 업체에게 이처럼 막대한 투자가 몰려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경쟁이 없는 카페, 열 아홉 번째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론 블루보틀커피 성공의 핵심은 제임스 프리맨 의장의 투철한 의식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커피에 대한 신념이 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는 파머스마켓에 나가 커피를 판매할 때부터 품질 최우선 원칙을 세웠습니다투자금을 받을 때에도 품질 향상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였습니다품질에 대한 투자가 곧 장기적인 이익이 된다고 투자자들을 설득하면서 말이죠.



   또한 2015년 6월 이후부터 도매사업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비록 도매사업이 수익성은 좋더라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는 환경에서는 만에 하나 잘못될 경우 블루보틀커피 브랜드 이미지를 깎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매장에서 직접 사용하는 드리퍼를 메사추세츠 공과대학교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출신 물리학자와 함께 개발안에 보이는 긴 직선모양의 돌기와 물방울을 높이까지 고려하여 설계하기도 했습니다개발된 드리퍼는 일본의 아리타 도자기로 제조하여 얇으면서도 보온성은 높였습니다독자적으로 개발한 필터도 종이에 대나무를 배합해 커피에 종이냄새가 배지 않도록 고려하였습니다처음에 물을 부어 종이냄새를 제거하는 번거로움을 줄였습니다.


 

   또한 대다수 커피 전문점이 컵 크기를 여러 사이즈로 나누고 다양한 메뉴를 만들면서 소비자에게 선택을 유도하는 반면블루보틀커피는 컵 사이즈도 한 가지뿐이고 메뉴의 수도 줄였습니다커피의 가장 순수한 맛을 살리기 위해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는다는 원칙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블루보틀 커피의 움직임을 두고 미국 경제 전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 는 품질을 포기하거나 대규모 제조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고도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블루보틀커피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커피 품질에 대한 신념과 작은 것도 놓치지 않겠다는 고집은 블루보틀커피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커피의 품질이 단순히 차별화의 요소가 아니라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다고 믿는 신념이었습니다결국 이 점이 소비자에게 있는 그대로 보이게 되었고 오늘날 블루보틀커피의 경쟁력으로 이어졌습니다품질에 대한 신념이 사람의 심금을 울리게 된 것입니다.



   우리의 모습을 다시금 상기해 봅니다국내 커피 전문점 시장 또한 여러 선진 커피 문화들이 보급되면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허나 커피의 품질을 개선시키고자 노력하던 일부 커피 전문점들의 노력이 한편으론 프랜차이즈 매장을 점차 닮아가게 만드는 부조리를 낳기도 했습니다.



   하이엔드급의 에스프레소 머신이 세팅되고소수만이 이해할 수 있는 추출도구와 관련 장비들이 들어가기 시작했으며 감각의 최첨단을 달리는 인테리어로 화려함까지 겸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언제든 유사한 콘셉트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커피 프랜차이즈 회사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 확장Expansion과 고가 전략Expensive으로는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커피시장은 양적으로는 충분히 팽창되어 있습니다넓고 얕게 퍼져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고가 커피 시장부터 저가 커피 시장까지 골고루 입맛에 맞게 형성되어 소비자들을 끌고 있습니다.



지금부턴 질적인 팽창이 진행될 것입니다따라서 조금 더 다양한 관점과 깊은 헤아림을 지녀야 합니다자신의 우물을 더욱 깊게 파 본질 자체에 집중해야 합니다.



허나 남들보다 더 빨리더 멋지게더 좋게 만들자고 한다면 결코 질적 성장은 이뤄낼 수 없습니다업에 대한 본질적인 개념을 파악하고 제대로 브랜드 콘셉트를 구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그리하여 자연스럽게 의식을 갖추고 이를 공고히 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큐앤컴퍼니 대표 파트너, 김 도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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