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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사이 -
카페 시즈카

#Issue 17. 비즈니스는 결국 사람을 남기는 장사가 아닐까



   혹시 그루폰 효과 Groupon Effect라고 들어보셨는지요. 2008년 사회 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최초로 공동구매 서비스를 시작한 그루폰 Groupon에서 그 이름을 따온 용어입니다.



   그루폰은 판매자가 상품을 등록하고 지정된 최소 판매량이 달성되면 할인 쿠폰을 판매했습니다해당 할인정보는 사회 관계망 서비스 계정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해 고객이 주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이런 구존효과는 주효하여 한때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그루폰 효과는 소셜 커머스 업체의 역기능과 단점을 비꼬는 신조어입니다판매자 입장에선 당장의 매출 상승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역효과를 낳기 때문입니다.



   가령 한 음식점에서 할인쿠폰을 500장 정도 판매한다고 칩시다초반엔 많은 고객이 저렴한 가격에 쿠폰을 구매합니다판매자 입장에선 수수료를 제하더라도 수익을 챙길 수 있습니다뿐만 아니라 홍보 효과도 톡톡히 누릴 수 있으니 일석이조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고객이 할인쿠폰을 들고 찾아옵니다때 아닌 호황에 가게에선 추가로 쿠폰을 판매합니다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기존의 단골 고객들은 소외감을 느끼게 됩니다그리고 자연스레 해당 가게로 향하는 발길이 뜸해집니다급기야 쿠폰을 들고 오는 고객들도 점차 사라져갑니다바로 그루폰 효과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지요.     



   고객들이 즐겨 가는 음식점에는 이유가 있습니다과잉 친절하지 않고 적절한 배려가 담긴 서비스를 해주기 때문입니다고객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고 먼저 다가와 미소를 건네기도 합니다매번 주문하는 음식을 먼저 제안할 때도 있습니다이런 좋은 기억은 실제 맛있는 음식에 더해져 고객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됩니다.



   가격이 비싸도 자신이 대우받고 있다는 기분에 한 번 더 찾아갑니다친구들을 데리고 가도 흡족합니다친구들 또한 자신이 느낀 기분을 받을 테니까요열렬한 지지자가 되어 스스로 자신의 단골 음식점을 홍보하게 됩니다단골이란 칭호도 자신이 붙이게 되죠.



   그런데 불현듯 자신만의 음식점이 낯선 사람들에게 점령됩니다자신의 아지트에서 느꼈던 편안한 분위기가 사라집니다예전엔 별 일 아니라고 차치했건만 자신이 가격의 절반이나 더 내고 음식을 먹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배신감마저 느끼게 됩니다그들은 또 다시 자신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음식점을 찾아 떠납니다.




경쟁이 없는 카페열일곱 번째 이야기입니다.     




   그루폰 효과를 언급한 이유는 가격만으론 고객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진리를 일깨우기 위함입니다또한 고객과 가게 사이는 진심 어린 이해관계로 맺어져야 합니다사실 이러한 관계로 맺어져도 당장의 매출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허나 지속적인 만남이 이어지다 보면 장기적인 관점에선 이득이 됩니다비로소 스스로 단골 고객이라고 칭하는 사람들을 얻을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단골 고객에게 가게는 생활의 일부입니다그들은 가게의 메뉴에 대해선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지 않습니다따라서 가게도 마케팅이나 브랜드 전략만으로 경영되지 않습니다단골 고객에게 단골 가게는 일상에서 지친 마음을 북돋울 수 있고 내일의 희망을 기약할 수 있는 성지가 되어야 합니다그렇게 되면 마케팅 법칙이나 브랜드 전략들은 그저 겉치레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단골고객이 다른 곳을 찾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사실 그들은 이미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를 영위하고 있습니다클릭 한 번이면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살 수 있습니다양질의 생활을 위해 필요한 정보도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따라서 단순히 브랜드 뉴 Brand New 로는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단골 고객에게 단골 가게는 하나의 생활입니다자신의 일상에서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하고 있는 동반자와 같은 느낌입니다만약 로부스타 원두로 커피를 내려주면 이야사장님이거 베트남 갈 필요가 없겠어요연유도 같이 주세요라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나갑니다대화 수준 자체가 바뀌는 셈입니다사람과 사람 사이로 이해관계가 맺어지는 것입니다.



   결국 모든 비즈니스의 근본적인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만든 사람을 믿을 수 있다면 그의 제품과 서비스는 자연스레 믿을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이를 만들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바꾸는 데서 비롯됩니다멋지고 화려한 시각적 요소들도 좋지만 이를 구현하려면 결국 그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먼저 바꿔야 하는 것입니다어쩌면 그래서 브랜드를 기획한다는 것은 인간학을 기반에 둔 방법론이 아닐까요.



   이런 인간학을 바탕으로 81년 간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교토에서도 아주 좋아하는 장소 중 한 곳입니다사실 찾아가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만 그곳을 들르면 인근에 또한 좋아하는 장소가 여럿 있어 매번 빼먹지 않고 찾아가곤 합니다. 1937년 개업한 카페 시즈카 Cafe Shizuka가 그 주인공입니다.



   아주 오래된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치 과거로 회귀하는 것만 같은 느낌을 자아내는 곳입니다이곳은 바닥의 타일과 창문장식이 지난 시절만큼이나 그대로 이어져오고 있습니다가게 안 오래된 의자를 감싼 벨벳 느낌의 천은 닳고 닳아 오묘한 광택을 내뿜고 있지만 그 안에 들어간 스프링은 전혀 쳐지지 않고 쉬어가는 이들의 엉덩이를 달라붙게 만듭니다.



   모녀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이곳은 교토의 여느 노포처럼 값비싼 장비도 없고 화려한 외관을 뽐내고 있지도 않습니다허나 그 공간이 만들어주는 분위기는 어떤 커피숍보다 따뜻하고 또한 다정하게 다가옵니다.



   혹시 이곳을 방문하게 되신다면 여러분들이 제품과 판매 수단에만 집착한 것은 아닌지 반문해보는 기회를 가지셨으면 합니다본질에서 벗어난 노력을 계속한 탓에 여러분들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차별적인 요소를 부각시키지 못한 채 무차별해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를 의심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과 주인 할머니주인 아주머니의 즐거운 대화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가 무엇인지를 느껴보셨으면 합니다꼭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그들의 대화 중간 중간에 피어오르는 웃음소리와 화기애애한 분위기만 느낄 수 있다면 됩니다그리하면 자연스레 여러분이 추구하는 본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비즈니스란 결국 사람을 남겨야 한다는 것 또한 이곳에서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큐앤컴퍼니 대표 파트너, 김 도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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