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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 부리지 않은 자연스러움 -
카이카도 카페

#Issue 15. 다양한 가치의 창출을 이해하자



   지난 몇 년 간 국내 여러 도시들에서 도심재생 사업이 한창입니다배경을 살펴보면 도심 공동화 현상을 주요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도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방치된 원도심이 시간이 지날수록 황폐해져 사람들은 점차 생활의 터전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사실상 정주Settlement의 개념이 소실되고 말았습니다자연스레 상업시설은 점차 줄어들고 필수적인 공공시설 정도만 남게 되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원도심 보존 운동이 일어났습니다시간이 지나 그 필요성이 커지면서 지방자치단체까지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습니다학계의 여러 전문가들도 동참하기에 이르렀습니다이들은 인문학과 예술 등을 원도심 살리기에 응용하는 등 다양한 관점에서의 움직임을 모색했습니다.



   개인적으론 이러한 다양성을 반깁니다단순히 개발논리에 의해 진행되지 않고 모든 각도에서 기획하여 패턴을 분석하는 일은 원도심을 살릴 수 있는 최적의 방법입니다또한 원도심 살리기를 통해 해당 지역의 역사와 문화 등 과거의 생활양식을 규명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허나 동시에 문제점도 발생합니다가장 큰 문제점은 원도심을 살린다는 관점이 각기 다르다는 것입니다가령 예술가는 예술적인 가치만 생각합니다이를 통해 추상적이고 시각적인 상품만을 양산합니다건축가는 건축물을 덩어리로 봅니다장소에 어울리는 건축 환경은 미처 생각지 않습니다도시 기획자는 시장의 필수 유지 조건인 수익에 대한 결속력을 다지지 못합니다.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은 관광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외래 방문객 늘리기에만 급급합니다지가 상승만을 성공의 척도로 인식하기도 합니다결국 원도심을 살린다는 명분은 같지만 참여자들이 서로 다른 관점을 보임으로서 도시의 효용성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또 다시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입니다본디 정주의 개념을 되살리기 위해 시작된 도시재생 사업은 목적과 동떨어진 용도의 사업으로 변모합니다물론 여러 상점들이 앞다퉈 진출하기도 합니다만 도시재생 사업에 따른 우상화 때문이니 오래가지 못합니다.



   그나마 남은 사람들마저도 떠나보냅니다철새처럼 가고 옴을 반복하는 관광객들이 새로이 들어선 상점을 이용합니다결국 정주의 개념은 유명무실해지고 원도심의 거리는 고착화됩니다.



   결국 원도심은 다시 한 번 거세된 상권으로 변질됩니다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마법만 기대합니다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때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는 간단한 논리마저 잊습니다오아시스라고 믿었던 원도심은 신기루만 남은 경제적 사막지대로 서서히 저물게 됩니다.



  

경쟁이 없는 카페, 열 다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도심을 재생시키는 것은 하나의 문명을 탄생시키는 일과 같습니다인류가 구축한 물질적기술적 혹은 사회구조적인 발전에 따라 도심 자체도 다방면의 발전을 통해 세련되게 변할 수 있는 것입니다.



   허나 이를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지역에 대한 이해와 조금 더 넒은 관점입니다무릇 원도심의 재생은 그 자체로만 바라봐선 안 됩니다도시 전체를 가늠해야 합니다그리고 이해해야 합니다그리하여 도시에 다양성을 창출해야 합니다.



   사람은 같은 풍경도 다르게 바라봅니다각자의 생활양식과 패턴이 있어 종잡을 수 없습니다따라서 모든 것이 두루 공존할 수 있는 가치를 생성해야 합니다이를 통해 정주의 개념을 바로 안착시켜야 합니다유기적인 상호 연결을 통해 해당 지역의 본질적인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안해야 합니다나아가 도시 전체의 생산성을 이끌 수 있어야 합니다.



   허나 우리의 도시재생 산업은 유명무실합니다저마다 동상이몽입니다차별화하겠다는 지점이 모두 획일화되어 있고 용도의 집합성은 사라집니다결국 서로를 경계하고 맙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버스에서 내렸습니다오래된 건물에 새로이 개업했다는 카페를 가보기 위함이었습니다.



   2016년에 개업한 이 카페는 1927년에 지어진 콘크리트 양식의 건물에 입점했습니다해당 건물은 당시 일본 정부가 관리하며 행정업무와 차고지와 사무실 용도로 사용되었습니다. 1970년대 중반까지는 사용되었지만 이후로 약 40여 년 동안 사용되지 않았습니다바로 그 공간에 지금 소개해드릴 카이카도 카페 Kaikado Cafe가 있습니다.



   우선 이 카페를 소개하기 전에 카이카도 Kaikado라는 회사를 먼저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1875년 교토에서 설립된 이 회사는 구리와 주석놋쇠로 차 보관함 Tea Caddy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당시만 해도 냉장고가 발명되기 이전이었습니다따라서 오랜 기간 동안 찻잎의 풍미와 질을 유지하기 위한 고기능의 보관함이 필수였습니다그 시기엔 교토와 일본 서부 전역에서 차를 공급하는 가게들의 수가 점차 늘어갔습니다.



   창업자인 키요스케 야기 Kiyosuke Yagi 는 고도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차 보관함을 설계하기 시작했습니다이중 벽 구조로 제작하여 공기가 잘 통하지 않게 하고 찻잎을 습기로부터 보호하여 공기가 잘 통하지 않게 하고 찻잎을 습기로부터 보호하여 향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하나의 차 보관함을 만들기 위해 최대 140단계의 제조공정을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하였습니다이러한 공정은 현재에도 지켜가고 있고 차 보관함 뿐만 아니라 커피향신료파스타곡물 등을 저장하는 보관함도 만들고 있습니다.



   한편 카이카도 카페는5대째 오너인 세이지 야Seiji Yagi가 설립했습니다그는 젊은 장인들이 이 오래된 공간을 다시 활성화시켜 일본의 새로운 공예품을 전시하길 염원했습니다.



   현재 6대째 오너이자 차 보관함 메이커이기도 한 타카히로 야기Takahiro Yagi는 2012년부터 덴마크에 본사를 둔 디자인 회사 OEO와 협력하여 주방용품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선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상품을 생산해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갑니다도시재생 사업의 문제점을 되짚어 봅시다그리고 카이카도 카페가 생겨난 배경과 이곳을 운영하는 회사 카이카도를 대비해 봅시다.



   우선 카이카도는 자신들의 상품을 관광상품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그들은 공예품을 만드는 사람들과의 공존을 도모합니다세대를 이어가면서도 회사의 존재이유와 상품의 효용성을 결코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또한 자신들이 개업한 카페의 건물이 오래되었다고 홍보하지 않습니다그 안을 멋지게 꾸민 흔적도 없습니다특별히 소재나 형태에 얽매인 흔적 또한 발견할 수 없습니다하지만 단연코 멋진 공간입니다.



   그들의 멋진 공간은 우연에서 비롯되지 않았습니다이유가 있습니다우선 자신들의 행위를 예술로 규정하지 않습니다추상적이고 시각적인 상품만을 양산하지 않고 철저히 작가주의적인 태도로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또한 수익에 기반한 결속을 중요시 여기고 나아가 공동의 가치학습즉 젊은 장인들이 하나가 되어 일본의 문화유산을 이어나가자는 취지를 살려 나갑니다.



   방법론만을 모색하지 않습니다수익은 목표가 아닌 결과로 받아들이고 자신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기반으로 인식합니다그들은 과거의 아카이브를 오늘의 헤리티지로 계승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예술가도기획자도 아닙니다어디까지나 교토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교토의 오랜 건물을오랜 지역을나아가 교토 전체에 도움이 되는 공간을 만들어 갑니다.



   그렇습니다도시재생 사업은 무릇 그 안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로 시작됩니다단순히 정주하고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 것이 아닙니다이유야 어찌되었건 도시재생 사업이 한창인 곳에 가게를 개업했다면 그 사람들도 사업의 한 축이 되어야 합니다마치 자신들이 미립자처럼 원도심에 자리 잡아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생각의 씨앗을 심어야 합니다.



   조금 더 반 보 앞의 미래를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조금 더 다양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고민을 지속하면 좋겠습니다일부러 오래된 것처럼 보이려 드는 억지 논리에 동참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문명을 만드는 개척자가 되어 다양한 관점을 양껏 뽐내시면 좋겠습니다원도심을 살피되 도시 전체를 가늠하면 좋겠습니다도시를 지탱하는 문화를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깊이 있는 문화가 얼마나 많은 새로움들에 의해 무너졌는지를 주목하면 좋겠습니다이곳 카이카도 카페처럼 백년이 넘도록 이어갈 수 있는 업의 본질을 일깨우면 좋겠습니다.



큐앤컴퍼니 대표 파트너, 김 도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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