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차이를 만드는 사람들 -
와이프앤허즈번드

#Issue 14. 가격, 가치를 담은 품격



   어느 날 우리 동네에 김씨네 커피 전문점이 개업합니다. 100퍼센트 아라비카 원두로 추출한 아메리카노를 2,000원에 판매합니다품질 좋은 커피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여 사람들의 왕래가 늘어납니다.



    또 다른 이씨네 커피전문점이 혜성같이 등장합니다. 100퍼센트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 원두로 추출한 아메리카노를 1,500원에 판매합니다품질 좋은 커피가 더욱 저렴한 가격입니다.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김씨네는 매출이 반토막이 납니다커피 원두 또한 소모되지 않아 재고가 쌓이게 됩니다위기감을 느낀 나머지 아메리카노 가격을 단돈 천원으로 낮췄습니다.



   위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특히 개인이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은 판촉이나 광고홍보 등 구체적인 마케팅 전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따라서 품질이나 가격 같은 요소만으로 승부를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문제는 해당 요소를 통해 선도적 경쟁 우위를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지점에 있습니다.



   우선 질문에 답을 하기 전에 기업의 사례를 하나 소개합니다. 1967년 불과 3대의 보잉 BOEING 비행기로 항공 운송업에 진출한 사우스웨스트항공 Southwest Airlines입니다창업자인 허브 캘러허 Herb Kelleher는 회사 규모가 작은 만큼 효율성에 집중했습니다불필요한 서비스는 모두 줄이면서 가격 또한 기존 항공사보다 대폭 낮췄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저가격으로 승부를 한 것은 아닙니다활용도가 떨어지는 지방 공항을 이용하고 비행기 기종도 하나로 통일하여 조종사 교육과 부품 재고 등에 들어가는 유지관리비를 지속적으로 절감했습니다좌석 등급과 선택권도 아예 삭제했습니다항공기 내 기내식 제공도 전면 중단했습니다.



   그 결과 사우스웨스트항공은 거리당 운송비용이 가장 낮은 항공사가 되었습니다그리고 지금은 모두가 알다시피 저가 항공사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그렇다면 과연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단순히 저렴한 가격이를 유지할 수 있는 전략만으로 선도적 우위에 오른 것일까요.



   사실 가장 큰 성공요인은 고객에게 비행 중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이른바 펀 매니지먼트 Fun Management 라고 불리는 그들의 전략은 2001년 미국에 911테러 이후 수많은 항공사가 도산하는 와중에서도 우뚝 설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선착순 탑승제도를 도입하여 먼저 오는 고객들이 원하는 좌석에 배정될 수 있도록 합니다탑승객을 주방으로 데려가 승무원 대신 땅콩을 제공하도록 합니다승무원은 고객을 위해 직접 노래도 불러줍니다또한 금기시되던 조종실 개방도 탑승객이 원하는 언제든지 비행 전에 볼 수 있도록 합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탑승객에게 비행이 유쾌한 시간이 되도록 보답했습니다재미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비행기를 타는 내내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게다가 가격까지 저렴하니 다음에 다시 이용할 수 있는 기회도 덩달아 만들어 준 셈입니다.



   다시 김씨네 커피 전문점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처음으로 경쟁업체가 등장하자 커피 가격을 낮췄습니다그 후 김씨네 커피 전문점은 저렴한 가격으로 선도적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을까요.


    

   개인적으론 어렵다고 생각합니다만약 제가 고객의 입장이라면 할인된 가격을 보고 원래 이 가격인데 그동안 내가 비싸게 사먹고 있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더군다나 편의점에서 이미 고품질의 커피를 500원에 판매하는 것을 상기한다면 굳이 그곳을 방문하지 않을 것입니다따라서 가격은 마케팅 전략의 핵심이 될 수 없습니다오히려 스스로 기회를 박차고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경쟁이 없는 카페, 열 네 번째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가격을 값어치의 품격이라고 생각합니다이때 값어치는 단순히 저렴하거나 비싼 것을 지칭하지 않습니다자신의 커피 전문점에 고객이 와서 커피를 마실 때한 잔의 커피를 정성스레 만들어 제공하는 것을 뜻합니다손놀림이 정말 고객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지눈빛은 또한 얼마만큼 진지한지를 뜻하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고객은 커피 한 잔의 원가가 얼마인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하지만 고객이 웃돈을 들여 커피를 마시는 이유가 커피가 정말 좋아서만은 아닐 것입니다그 공간에서 친한 친구와 대화를 하거나사랑하는 연인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일 수도 있습니다따라서 고객은 커피 이면의 무언가를 보고 웃돈을 지불하는 것입니다.



   앞서 사우스웨스트항공은 고객에게 비행 중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리딩-엣지 Leading-edge 기업이 되었습니다저렴한 가격은 어디까지나 덤일 뿐인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소개하는 이곳은 교토의 많은 카페들 중에서 가장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입니다와이프앤허즈번드 Wife&Husband 는 교토를 가로지르는 가모가와()가 흐르는 교토 거리의 샛길 안에 있습니다.


 

   뒤쪽의 작업 공간과 주거 공간 등을 제외하면 2평도 채 되지 않는 작은 공간입니다그리고 가게의 이름대로 정말 아내와 남편이 커피를 볶고 만들며 고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혹자에겐 커피 전문점으로만 보일 수 있습니다허나 제가 매번 이곳을 방문하는 이유는 커피에 있지 않습니다아내의 미소와 남편의 헌신적인 모습 때문입니다.



   와이프앤허즈번드의 커피는 저렴하지 않지만 저는 그만큼의 가격을 지불합니다그리고 그들에게 친절함을 덤으로 받습니다자상함도 공짜로 느낄 수 있습니다그들의 점잖고 사려 깊은 행동을 바라봅니다커피콩을 갈고 물로 커피를 내리는 내내 자상한 눈빛으로 주시하고 집중합니다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 앞에 내어주는 커피는 맛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커피를 조금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그들이 제안하는 피크닉 세트를 주문하세요작은 의자와 테이블 정도면 적당합니다피크닉 세트를 주문하면 바구니에 보온병과 러스크그리고 컵이 함께 준비됩니다보온병 안에는 당연히 커피가 들어가 있습니다.



   주문을 하셨다면 가모가와()쪽으로 약 200보 정도 이동하십시오더운 계절엔 나무 그늘 안에서시원한 계절엔 그대로 햇살을 조우하며 강 근처에 자리를 깔고 앉으면 됩니다보온병을 열고 커피를 한 잔 따르세요함께 제공되는 러스크도 꽤나 맛있습니다.



   그런 다음 흐르는 강물처럼 유유자적한 시간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시간은 얼마든지 있습니다바람도 적당하게 불 것입니다그들의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생각해 보십시오그들의 생각이 형태가 되어 고객을 어떻게 맞이하고 있는지 그곳의 분위기를 떠올려 보십시오그들이 왜 우리에게 이러한 방법을 제안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십시오그들이 만든 값어치의 품격을 느껴보세요그들 스스로 차이를 만드는 능력을 일깨워 보십시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남편이 직접 볶은 커피 원두를 하나 삽니다포장박스를 살펴보면 다시 한 번 웃을 수 있습니다그들의 값어치는 어디에나 있어 생각하면 절로 미소가 나옵니다.



처음엔 커피콩을 볶으면서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그러다 보니 아주 작은 방은 커피숍으로 점차 변해가기 시작했죠꼭 작은 커피 생두가 발아를 하고 결실을 맺는 것처럼 말이죠여전히 우리의 방법으로 매일 커피콩을 볶았고 마침내 우리는 우리의 커피숍 이름을 WIFE & HUSBAND로 정했습니다아내와 남편처럼 당신이 우리와 연결되길 희망하면서 말이죠서로가 없으면 조화가 되지 않는 것처럼우리는 오늘도 열려 있습니다.

-WIFE & HUSBAND     


                    

TIPS.     

   와이프앤허즈번드는 부정기 휴무가 있습니다일반적으론 일요일월요일목요일 휴무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허나 예정에 없던 휴무가 있을 수 있으니 꼭 홈페이지에서 문 여는 날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여담이지만 그들이 휴무가 꽤 많은 까닭을 홈페이지에서 자세히 밝히고 있습니다.

 

   그들이 가게를 시작한 이유 중 하나는 가능한 한 아이들과 함께 있고 싶어서였습니다아이들과 마주하는 시간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기에 조금 더 많은 시간을 아이들에게 할애하고자 하는 것이지요물론 고객은 불편을 겪을 수 있으니 이해해 달라는 요청도 빼놓지 않습니다무엇 하나 빠뜨릴 것이 없는 사랑스러운 모습이 마치 공기 중에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라 그 곳과 인근의 가모가와()까지 흐드러져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와이프 앤 허즈번드를 방문할 때는 꼭 자전거를 타고 방문합니다물론 카라스마선을 타고 기타오지역에 내리면 조금 더 쉽게 갈 수 있습니다만자전거를 타면서 가모가와()을 달릴 수 있는 기쁨을 놓칠 수 없습니다무더운 여름엔 그곳의 시원한 아이스커피가 기다리고 있고 추운 겨울엔 따뜻한 커피가 기다리고 있기에 기쁨은 배가 되어 목적지로 향하게 됩니다문제는 한 번 가면 쉽사리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최근에는 갤러리 겸 로스팅 작업장이 교토역 인근에도 하나 생겼습니다교토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반나절 밖에 되지 않는다면 필시 이곳도 좋은 대안이 아닐까 합니다.


큐앤컴퍼니 대표파트너, 김 도 환

이전 13화 자기다움이란 무엇일까 - 스마트 커피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