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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기획자가 만난 교토 카페
by Qeemche Feb 01. 2018

자기다움이란 무엇일까 -
스마트 커피점

#Issue 13. BE YOURSELF. EVERYONE ELSE IS


등산을 결심한 A씨와 B씨가 있습니다. A씨는 유명 등산의류 전문점에 가서 옷 Clothes 과 장비 Gear 를 준비합니다. 자동차도 SUV Sport Utility Vehicle 로 바꾸면 좋겠다며 상상하기도 합니다. 지금의 승용차로는 소위 자세가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최근 유행하는 디자인의 점퍼를 고릅니다. 기능적인 면도 놓칠 수 없습니다. 점원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고어텍스 Gore-tex 소재의 점퍼를 최종적으로 구입합니다. 이왕 가는 김에 동일한 소재의 등산화도 구입합니다. 나침반과 고도계 기능이 들어간 산악 전문용 시계도 빼놓지 않습니다. 사실 조금 저렴한 등산복을 구입할까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산 정상에서 사진을 찍어 자신의 SNS Social Network Service 계정에 업로드를 해야 하는데 브랜드의 로고가 큼직히 박혀 있는 점퍼를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뭐랄까. 자신을 조금 더 돋보여준다고 할까요.


images. <해당 사진은 글의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며칠 뒤, A씨는 힘차게 자동차의 시동을 겁니다. 꽤 높은 산봉우리들이 우뚝 솟아 있는 국립공원을 목적지로 설정합니다. 두어시간을 달렸을까요. 해발 800m 고지에 위치한 고산 주차장에 주차를 합니다. 사실 산기슭에서부터 등정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 먹습니다. 애써 힘을 들일 필요가 없다며 자위합니다. 산 정상에 올라 사진을 찍는 쾌감만을 상상합니다. 그는 등산화의 신발끈을 다시금 조이고 나무로 데크가 설치되어 있는 등정로路를 따라 올라갑니다.


A씨는  '오늘은 시계 視界가 좋았으면 하는데' 라고 중얼거리면서 빠른 걸음으로 올라갑니다.


반면 B씨는 동네 가까운 서점으로 향합니다. 등산과 관련된 매거진을 살펴 봅니다. 여러 산악인들의 조언이 담겨 있어 실용적입니다. 그리고 영국 SAS 특수부대 전직 특공대원이 저술한 산악 생존법과 같은 전문 서적도 훑습니다. 혹시나 모를 조난에 미리 대비를 하는 것은 물론 등산과 관련된 지식을 함양하기 위함입니다. 한편 야생의 꽃과 새, 곤충과 관련된 각종 도감도 살펴봅니다. 마침내 고심 끝에 몇 권의 책을 구입합니다.


images <해당 사진은 글의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그는 집으로 돌아와 등산의류를 구입하기 위해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우선 등산복의 주요 소재인 고어텍스 Gore - Tex 와 심파텍스 SympaTex 원단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사이트를 방문합니다. 사실 며칠전에 등산 의류 전문점을 방문하였습니다만 이내 다시 나왔습니다. 양 소재가 기능면에선 유사한데 가격 차이가 꽤 나서 조금 더 확인해 볼 요령으로 미룬 셈입니다.


며칠 뒤, B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뒷산으로 향합니다. 그의 손에는 서점에서 구입한 야생화 도감과 조류 도감이 쥐어져 있습니다. 혹시나 길에서 만날 야생의 꽃과 새를 발견했을 때 조금 더 정확하게 알기 위함입니다. 한편 등산의류는 아직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우선 동네의 뒷산을 탐험하고 나서 조금 더 높은 산을 오를 때 구입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마침 날씨는 화창하고 바람은 미풍입니다.


B씨는  '전에 우연히 봤던 꽃을 다시 보고 싶은데' 라고 생각하며 천천히 걸어갑니다.



등산을 결심한 A와 B 씨의 차이 [자료 제작 : 큐앤컴퍼니]


위의 '등산에 임하는 A씨와 B씨의 예' 는 우리의 창업과정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가령, A씨는 커피전문점을 창업을 결심하고 서울의 강남, 홍대 등지의 유명 커피전문점을 먼저 찾아갑니다. 그리고 그 곳의 메뉴와 인테리어 위주로 사진을 찍습니다. 판매하는 시그니춰 메뉴는 특별히 주문해야 합니다. 자신도 비슷하게 벤치마킹을 하기 위함입니다. 커피 전문점의 에스프레소 머신도 주요 탐구 대상입니다.


애초 A씨는 최근 커피 시장에서 부각되고 있는 저가 低價 커피 전문점 창업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고가 高價의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창업으로 마음을 기울입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스페셜티 커피를 자가배전하는 커피 전문점을 확인합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렀거나 호평이 자자한 곳들을 위주로 검색합니다. 다음 날, 검색한 곳들을 위주로 방문을 합니다. 자신의 기호에 맞을 뿐만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트렌드에 부합되는 스페셜티 커피라면 판매 가능 여부를 물어봅니다.


이제 A씨는 자신의 커피 전문점을 오픈 할 위치를 찾습니다. 위치는 가급적 A급 상권이면 좋습니다. 만 세대 이상 대규모 아파트 단지 혹은 시내 중심 상권도 좋습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어떤 브랜드를 구입할 것인지 정합니다. 그 동안 찍어 놓은 커피전문점의 사진을 참조하면서 인테리어를 구상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겪은 뒤 비로소 자신의 커피 전문점을 오픈합니다. 시그니춰 메뉴는 아몬드 누텔라 두유 라떼로 정합니다. 아몬드 라떼와 누텔라 라떼를 판매하던 커피전문점에 유독 사람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우유를 기반으로 하면 다를 바가 없으니 우유 대신 두유로 낙점을 합니다. 



images <해당 사진은 글의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참조 : https://fountainavenuekitchen.com/nutella-latte/]

반면 B씨에겐 시그니춰 메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커피 원두를 어디에서 공급받을지 당장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당장의 인테리어도, 에스프레소 머신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을 찾아오게끔 하는 방법도 급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B씨는 커피를 제대로 배우기 위한 방법에 몰두합니다. 커피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을 상기시켜 봅니다. 커피를 조금 더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생각도 지속합니다. 무엇보다 B씨는 자신이 왜 커피를 만들어야 하는지, 커피를 통해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지를 생각합니다. 


사실 B씨도  국내 커피 전문점을 방문해야 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실제로 여러 커피 전문점을 방문하였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부합되는 커피 전문점은 쉽사리 찾지 못했습니다. 어딘가 천편일률적인 모습에 아쉬운 감도 들었습니다. 메뉴나 인테리어 등에 집착하고 있는 경향을 느끼니 모든 것이 범용적으로 보였습니다.


B씨는 커피 보급량이 우리나라보다 뛰어난 커피 선진국을 가봐야겠다고 다짐합니다. 물론 한정된 범위 안에서 예산을 설정합니다. 그리고 이 또한 창업에 필요한 자금으로 생각합니다. B씨는 가까운 일본으로 향할 계획을 짭니다. 며칠 간의 일본 커피 전문점 방문은 이유 있는 선택입니다. 그는 구글맵으로 방문하고자 하는 커피 전문점의 위치를 설정합니다. 방문하는 커피 전문점에서 읽을 요령으로 권의 책도 가방에 꾸립니다. 


마침내 B씨는 일본을 도착합니다. 걷고 사진을 찍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한 번 더 정리합니다. 인테리어와 에스프레소 머신은 중요치 않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사용하든, 하지 않든지도 개의치 않습니다. 그는 그만의 방식대로 여러 커피 전문점을 방문합니다. 훗날 열게 될 자신의 공간, 그 속의 분위기를 현지에서 스케치합니다. 자신의 색채를 물씬 풍겨 자기다움으로 가득찬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가치를 찾습니다.



젊은 기획자가 만난 교토 카페, 열 세번 째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제가 확대해석의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등산이라는 단편적인 상황을 전체로 가늠하고 마치 그것이 전부인양 몰고 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협한 관점에서 글의 서두를 장식한 까닭은 자기다움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A씨의 커피 전문점 창업 과정을 보면 수단 뿐만 아니라 상품에 집착하는 경향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특히 그의 의사결정은 대부분 '어떻게 판매해야 하는지'에서 머물러 있습니다. 좋은 상권이면 고객이 쉽게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멋진 인테리어면 더 많은 고객이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껏 보지 못한 새로운 시그니춰 메뉴라면 아예 고객의 마음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허나 고객 입장에선 그게 그것일 뿐이란 사실은 전혀 생각치 않습니다. 요즘 복고풍으로 꾸며놓은 커피 전문점을 보십시요. 최신의 유행이 지겨워진 고객은 복고풍에 열광하지만 너도 나도 복고풍의 커피 전문점이 생겨나니 고객 입장에선 별 감흥이 없게 됩니다. 


반대로 B씨의 경우에는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제품이나 서비스로 차별화를 시키지 않고 스스로 차이를 만들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답습합니다. 생각키우기를 통해 자신이 제공하는 커피의 가치를 고민합니다. 커피는 어디까지나 수단이지 본질이 아닙니다. 커피를 공간과 연결하여 가능성을 다양화 시킵니다. 그것을 위해 그는 일본엘 갑니다. 일본이 아니라 다른 어디라도 갈 것입니다. 커피를 제대로 배우고 자신의 마음을 다잡는 것을 우선으로 합니다. 고객 한 명 한 명이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시간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는 커피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그는 인테리어를 차별화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는 그 스스로 차이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자기다움. 바로 그것을 만드는 것이죠. 



A와 B씨가 커피 전문점 오픈에 임하는 사고 방식 구조 (사이먼 사이넥의 골든 서클 이론 참조) [ 자료 제작 : 큐앤컴퍼니]


그리고 여기, 자기다움으로 오롯이 무장한 커피 전문점을 소개합니다. 교토 시내 가와라마치와 이어지는 테라마치 상가를 북쪽으로 끝까지 올라가면 있는 스마트 커피 SMART COFFEE 입니다. 이 곳은 1932년에 처음 개업한 이래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중 한 곳이기도 합니다.


사실 처음 가게를 시작할 당시에만 해도 상호명은 스마트 런치 SMART LUNCH 였습니다. 이후 1950년대부터 스마트 커피로 개명하고 런치 메뉴는 판매를 중단하였습니다. 허나, 1990년대 이후 다시 런치 메뉴를 시작하여 화요일을 제외한 매 11시부터 2시 30분까지 가게의 2층에서 약 9가지의 음식을 제공합니다. 최근에는 한국과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유명세를 타고 있어 런치 메뉴를 먹기란 여간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교토 현지 사람들도 즐겨 가는 곳이라 설상가상으로 런치 메뉴는 고사하고 커피도 기다려 마실 수 있습니다.



언제나 즐거운 장면 - 가게 앞의 자전거 행렬들

스마트 커피점 내부의 풍경 - 흡연자들에겐 천국일 수도 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그리고 점심 식사를 기다리는 행렬들

살면서 여지껏 이처럼 맛있는 프렌치 토스트를 먹어본 적이 없다

만약 여러분께서 이 곳을 방문하여 줄이 늘어서 있으면 그대로 발걸음을 돌리지 않길 권합니다. 런치 메뉴는 드시질 못하더라도 이 곳의 프렌치 토스트 French Toast 는 일품입니다. 꼭 한 번 드셔보길 바랍니다.


 그리고 곳은 어떻게 80년 넘게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들이 상호명으로 쓰고 있는 스마트 Smart 단순히 현명하단 뜻이 아닌 '멋진 서비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간혹 교토의 대학생처럼 보이는 젊은 학생들이 파트 타임으로 일하곤 합니다. 허나 그들은 고객이 있든 없든 누구하나 스마트폰을 꺼내 보지도 않습니다. 눈동자는 고객의 테이블에 맞춰져 있습니다. 물컵의 물이 떨어지면 언제 그랬냐는듯 가득 채워줍니다. 고객이 공간 안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특별한 장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흐뭇함은 하나의 덤이 됩니다. 또 다시 가고 싶은 나만의 장소가 되겠지요. 


그런 기분을 만끽하면서 치장과 가식은 잠시 내려놓으시면 좋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A씨와 B씨의 등산을 준비하는 자세를 조금 더 고민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의 멋진 서비스는 과연 누구를 위한 건지를 일깨우시면 좋겠습니다. 마침내 이 곳에서 이 곳에서 어제의 결심을 반추하고 오늘의 생각을 키워 내일을 희망으로 그릴 수 있는 가치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써놓고 보니 교토에 가고 싶습니다. 이 곳의 아이스 커피도 이노다 커피의 그것만큼 맛있거든요.



SMART COFFEE 
寺町通三条上る天性寺前町537,

Tenshōjimaechō,Nakagyō-ku, Kyōto-shi, Kyōto-fu 604-8081,

Tel. 075-231-6547  Homepage. www.smartcoffee.jp

OPEN 08:00 CLOSE 19:00 (휴무, 화요일)



TIPS. 최근에 국내에서도 아주 멋진 커피 전문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화려한 인테리어는 말할 것도 없고 생전 처음 들어보는 낯설고 값비싼 커피 머신들도 즐비하게 갖춰져 있는 곳들도 많습니다. 대게 이런 곳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허나 심려되는 것은 혹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에 이런 곳의 외형적 모습에만 사로잡혀 다른 착각을 하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다른 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정답을 찾고자 노력하다 보면 결국 본말전도가 되어 이도 저도 아니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과연 그러한 상황을 직접 조우하게 된다면 글쎄요, 어딘가 모르게 씁쓸한 기운이 들기도 합니다.


여기, 교토에 있는 스마트 커피점이 있습니다.  아마 제 글을 보시고 이 곳을 방문하시게 된다면 약간의 실망감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좋다고 해서 가봤더니 특별함도 없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메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구조도 아니고, 스타벅스처럼 체계화된 시스템도 갖추지 못한 그저 그런 커피숍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혹 그런 생각이 든다면  여러분들께서는 지금 "없는 것을 찾고 계시는 것은 아닌가", 다시한 번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그리고 오히려 그런 것이 여러분들의 창업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련지. 굿 디자인과 굿 머신, 굿 커피만 늘어나고 있는 요즘, 우리가 불안에 떠는 것은 그런 종류의 디자인과 머신, 커피만을 보고 듣기에 나오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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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콘셉트 기획 및 코칭을 합니다. 현재 미스터 네이처와 위더스 커피의 어드바이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문의 : qeem.compa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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