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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영혼 -
이노다커피 산조점

#Issue 12. 진정한 차별화의 의미


   

   몇 년 전 미국의 저널리스트 제프리 케인이 국내 한 일간지에 게재한 칼럼에서 국내의 문화가 소위 강남스타일로 점철되어 발전한 탓에 홍대와 이태원나아가 부산의 해운대까지 이런 문화가 잠식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칼럼에서 치즈를 잔뜩 얹어서 르크루제 Le Creuset 냄비에 근사하게 담아내면  편의점에서 사온 떡볶이도 18,000원에 팔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를 진정한 강남스타일이라고 표현했습니다한 마디로 음식의 질은 크게 문제되지 않고 정성을 다해 요리를 준비하는 진짜 셰프Chef를 고용하지 않아도 세련된 외관만 갖추었다면 잘 나가는 레스토랑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또한 강남 스타일이 젠트리피케이션 Gentrification을 불러일으키면서 결국 무질서만 낳고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지역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은 임대료 상승으로 동네를 떠나고 무분별한 자본의 유입으로 기존 상권은 해체된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지역의 한 대학교에서 주관하는 창업 특강을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해당 특강에서 제프리 케인의 칼럼을 언급하면서 차별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강의가 끝나자 수강생 한 분이 제게 진정한 차별화에 대해 물었습니다.



   무작정 대답하기보단 수강생의 의도를 파악할 요령으로 그분이 생각하는 차별화는 무엇인지 여쭈어 보았습니다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우선 차별화란 고객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라고 했습니다또한 기존 상품이나 서비스에 새로운 의미를 추가하여 고객을 현혹시키고 이를 통해 경쟁자보다 한 걸음 앞서 나가기 위한 행위라는 점도 강조하였습니다물론 강남스타일대로만 하면 안 되겠지만 순식간에 고객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전술적 선택이란 점에서 어느 정도의 강남스타일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말미에 덧붙였습니다.



   그의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습니다특히 오늘날처럼 치열한 경쟁이 가중되고 있는 시장에서 차별화는 경쟁의 필수요건이 되기도 합니다또한 상품과 서비스의 지속적인 차별화를 통해 고객의 선택을 받게 되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되므로 차별화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과정이기도 합니다.



   허나 그의 말이 꼭 정답이 될 수도 없습니다그는 단순히 새로워 보이는 의미만 덧붙여 고객을 현혹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게다가 그가 언급한 의미의 추가가 실상 고객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급급한 것이라면 결론적으로 경쟁상황을 악화시키는 접근방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알다시피 차별화는 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들기 위한 것인데 말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소형차의 대명사인 미니 MINI는 1959년 영국의 자동차 제조사 브리티시 모터 공업사 British Motor Corporation에서 처음 제작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있습니다소형차지만 1964년부터 1967년까지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4회 연속 우승하면서 강인한 이미지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소형차에 대한 대중적인 수요가 감소하고 시장에서 경쟁 차량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그 정체성을 바꾸기에 이르렀습니다.



   작은 차체넓은 실내라는 콘셉트로 처음 출시된 미니는 스포츠 유틸리티 비이클 SUV인 미니 컨트리맨을 비롯하여 컨트리맨의 3도어 모델인 페이스맨 등 다양한 종류의 차종을 추가로 생산하였습니다현재 컨트리맨은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고 페이스맨은 아예 단종되었습니다.



   결국 작지만 강한 미니 특유의 특성은 여러 요소들이 더해지면서 본래의 가치를 잃어버린 셈입니다개성 있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평범해지고 마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그렇다면 차별화의 본질은 무엇일까요저는 생각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대부분 새로운 상품이나 구색인테리어 등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영역에서 차별화에 대한 구상을 합니다심지어 가격도 차별화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허나 저마다의 차별화는 결과적으로 획일화가 되어 버립니다시장에서 다양성을 소멸시키게 만들었습니다다양성의 소멸은 개성적인 모습도 잠식해 나갔습니다결국 우리에겐 치열한 경쟁만 남아 그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게 되었습니다최초의 멋진 차별화는 미니의 페이스맨 사례처럼 세상에 남지 않게 됩니다.



   차별화는 단순히 기능과 의미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아닙니다새로운 생각의 틀이 되어야 합니다그리고 생각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생겨납니다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자신이 집중해야 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버릴 수 있는 것은 버려야 합니다.



   이렇듯 버리기 위해선 반드시 생각을 달리해야 합니다모든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다양성이 필요합니다다양성을 통해 제대로 볼 수 있는 관점이 생성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강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경쟁이 없는 카페, 열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2018년으로 78년째를 맞은 커피숍이 있습니다설립자 이노다 시치로 Sachiro Inoda는 수입품 도매업을 하다 2차 세계 대전 기간 중징집병으로 차출되었습니다징집 기간이 끝나자 그는 커피콩이 담긴 15개의 가방을 들고 교토로 돌아왔습니다이후 이노다 커피의 전신이 된 이노다커피 살롱 INODA COFFEE SALON을 열게 되었습니다그때가 1940년이었습니다.



   현재 이노다커피는 본점을 포함하여 일본 내 총 14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교토에서 9개의 매장을 열고 있으니 전국적으로 유명한 커피 전문점은 아닙니다.



   혹자는 소규모 커피업체에서 차별화를 일깨울 수 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습니다조금 더 큰 규모의 업체에서 더 많이 배울 수 있지 않냐며 의아해하실 수도 있습니다.



   어떤 커피 전문가가 이 곳을 방문한다면 일본인 특유의 고집스러움이 배어있다며 난색을 표할지도 모르겠습니다최근 유행하는 커피의 기조는 따르지 않고 강배전한 커피만을 내어주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창업한 이래로 77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같은 장소같은 공간에서 고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한 이노다커피 산조점도 개업한 지 올해로 49년이 되었습니다.



   사실 그들에게 배울 수 있는 가치는 시간에 있지결코 규모에 있지 않습니다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무엇을 정확하게 배울 수 있을까요?



   다시 제프리 케인의 칼럼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그는 강남 스타일의 가장 큰 폐해로 영혼 없는 모습의 양산을 꼽았습니다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로 차별화를 하지만 이내 어제의 차별화가 오늘의 획일화로 점철되어 설 자리를 잃어가는 모습을 표현하였습니다몇 년 전부터 빠르게 성장하는 저가 커피 전문점스페셜티 커피만을 취급하는 고급 커피 전문점 시장도 강남 스타일로 설명 가능합니다바로 그 점에서 우리가 이노다커피를 다시 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노다커피에는 굿 머신도굿 스페셜티 커피도 없습니다최신의 유행은 모조리 사라진 듯한 기분마저 자아냅니다심지어 음악도 없어 카페에 온 기분을 낼 수도 없습니다커피의 양은 한 사이즈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노다커피에는 시간이 만들어 놓은 금자탑이 있습니다그곳엔 시간이 만들어 놓은 가치가 숙성되어 있습니다요즘 커피숍에선 보기 힘든 노력이 내재되어 시간의 깊이와 함께 이어져오고 있습니다어쩌면 그것이 이노다커피만의 자기다움이 되어 서양의 산물인 커피를 고유의 색으로 추출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치장과 가식은 시간이 깊어가면서 자연스레 증발되고 마침내 그들의 영혼만이 오롯이 남게 되었습니다그들은 자기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강점을 키워 계속해서 업을 이어갑니다이곳에서 경쟁은 이미 무의미해집니다.



   그런 연유로 저는 가끔씩 이노다 커피가 그리워집니다정말로 어쩔 땐 너무 가고 싶어 비행기 티켓을 끊기도 했습니다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불현듯 생각이 납니다허나 오늘은 글을 쓰고 있으니 직접 내린 커피로 달랠 수밖에.


큐앤컴퍼니 대표파트너, 김 도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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