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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통해 세상을 보자 -
%아라비카

#Issue 16. 커피를 통해 세상을 보자



   교토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인 청수사Kiyomizu-dera Temple로 올라가는 여러 갈림길 중 유독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사로잡는 장소가 하나 있습니다.



   정식 명칭은 호칸지Hokan-ji Temple그러나 절의 터는 온데간데없고 목조로 지은 5층짜리 탑만 덩그러니 남아 있습니다아스카 시대에 쇼토쿠 태자가 창건한 이후 숱한 화재 등으로 인해 현재의 탑은 1440년에 재건되었습니다.



   탑의 이름은 야사카 탑 Yasaka Noto교토 동부지역 히가시야마Higashiyama의 정서를 자아내는 상징적인 경관입니다이 탑을 돌아 올라가면 비로소 니넨자카Ninenzaka와 산넨자카Sannenzaka로 이어지는 산책 코스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고 찾아가는 장소가 또 하나 있습니다. 2014년 동경에서 열린 세계 라떼 아트 챔피언십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주니치 야마구치 Junichi Yamaguchi 가 근무하고 있는 %아라비카 교토 히가시야마%ARABICA Kyoto Higashiyama 지점입니다.



아마 라떼 아트에 관심이 높은 분이라면 주니치 야마구치를 모를 리가 없을 텐데요특히 그의 시그니처 패턴인 발레리나Ballerina는 일명 야마구치 스타일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는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더 씨어터 커피THE THEATRE COFFEE 에서 약 2년간 근무를 하고 자신의 고향인 교토로 돌아와 %아라비카에 합류하였습니다그는 일본을 포함한 11개국 27개 지점을 관리하는 헤드 바리스타 Head Barista 로 활동하고 있습니다[2018.10 기준]



한편 %아라비카의 창업자이자 소유주는 케네스 쇼지 Kenneth Shoji 입니다. 1961년 도쿄에서 오프셋 인쇄 및 제조소모품 판매 등을 기반으로 시작한 아시아믹스 주식회사Asiamix Limited.의 창업주 3세대이기도 하죠.



   그는 2011년 도쿄에서 홍콩으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습니다커피 비즈니스가 그 중 한 가지입니다아시아믹스는 %아라비카 브랜드를 전개하는 동시에 일본 내에서 슬레이어 에스프레소 머신Slayer Espresso Machine 총판을 운영합니다. 또한 토네이도 킹 로스팅 머신 Tornado King Roasting Machine의 수출을 도맡고 있습니다.



   사실 케네스 쇼지가 커피 비즈니스로 진출한 배경을 살펴보면 다소 엉뚱한 점도 눈에 띕니다부모님을 따라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던 그는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접했습니다이후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의 대학으로 진학해 무역학을 전공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뒤케네스 쇼지는 아버지의 회사에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그는 일을 하면서 잦은 해외 출장을 다녔습니다또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그들을 통해 일과 삶에 대한 통찰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그는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게 되었습니다비로소 그는 세 가지의 답을 찾기에 이르렀습니다.



1. 나는 수수하고 현실적인 삶을 살고 싶다.

2. 나는 내가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수준의 음식과 옷집만 있으면 된다.

3. 나의 자녀들이 더 큰 꿈을 꿀 수 있도록여행을 자주 다니고 싶다.



   그는 이 세 가지 답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커피 비즈니스를 선택했습니다그는 우선 하와이 카일루아 코나 Hawaii Kailua Kona 지역에 커피 농장을 매입했습니다.


    또 1년간의 구애 끝에 주니치 야마구치를 헤드 바리스타로 데려왔습니다그리고 일본의 유명한 건축가 마사키 카토 Masaki Kato 에게 매장의 설계를 의뢰해 2014년 2월 교토 히가시야마 지역에 첫 번째 %아라비카를 오픈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다른 이들에게 직접 보여주기 위해 %아라비카의 미션을 커피를 통해 세상을 보자SEE THE WORLD THROUGH COFFEE로 정했습니다그 자신이 젊을 때 해외를 여행하면서 느꼈던 생각을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똑같이 느낄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것은 커피를 통해 세상의 독특한 문화를 겪고 조금 더 큰 꿈을 꾸자는 제안이기도 합니다단순히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 화려한 라떼아트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커피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스스로가 더욱 성장해 나가기를 바라는 염원을 자신의 브랜드 철학으로 이은 것입니다.



경쟁이 없는 카페, 열 여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구상할 때 제일 먼저 착상에 들어갑니다창작의 실마리가 되는 아이디어를 생각키우기를 통해 실체화하지요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브랜딩 Branding 혹은 브랜드 기획 Brand Planning이라고 부릅니다.


   한편 생각키우기를 통한 실체화 과정은 크게 네 가지 프로세스로 구분됩니다전체적인 콘셉트를 구상한 뒤상품과 서비스의 이미지를 그리고 기업의 정체성을 설정하여 구체적인 비전즉 경영 전략을 도출하는 것입니다.



   이때 경영 전략은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에 중요성을 두지 않습니다훗날 고객이 기업의 이미지와 정체성을 인지하고 스스로 옹호할 수 있게 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마침내 해당 브랜드가 명성을 쌓아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개인적으론 이러한 프로세스는 비단 대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동네의 작은 구멍가게도 형태만 다를 뿐 동일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사실 과거에는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었습니다고객은 필요한 상품만 구입하면 되었습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변모했습니다고객은 필요 이상의 상품과 서비스를 원하게 되었습니다기업의 입장에선 고객 수요에 맞춰 시장을 더욱 세분화해야 했습니다또한 상품에 기능을 추가시키고 카테고리도 증식하듯 확장하였습니다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상품이라면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로 들어서면서 소비문화는 또 한 번 변모했습니다선택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상품이라고 해서 덜컥 구매하지 않게 되었습니다더군다나 다양한 정보들을 섭렵한 고객은 기업이 출시한 무수히 많은 상품과 서비스에서 피로감마저 느끼는 지경입니다이는 기업이 제공하는 많은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가 현격하게 낮아졌다는 뜻입니다.



   고객은 조금 더 깊이 있는 관점을 갖추기 시작합니다자신이 사고자 하는 상품이 자신의 삶과 가치관을 나타내는 척도가 될 수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파악합니다마침내 그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어떤 생각으로 만들고 있는지를 확인합니다이면에 담겨 있는 기업의 생각과 철학을 판단하는 것입니다.



   고객은 기업을 사람과 동일한 형태로 바라보기 시작합니다기업 자체를 조직체로서 보지 않습니다그리고 상품을 거래하는 관계 이상의 무언가를 요구하기 시작합니다단순히 디자인이 좋다고 상품을 구매하지 않습니다거기에 얽힌 스토리나 구입할 때의 서비스그리고 자신이 겪었던 경험 등이 없으면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스스로 가치를 정합니다자신의 이익을 도외시하면서도 마음에 들면 그 상품을 옹호합니다어찌 보면 이해타산적이지도 않습니다최대한의 금전 지불을 하고 최소한의 이익을 얻게 되더라도 이해하고 배려합니다그리고 그것이 마침내 고객의 마음속에 브랜드가 됩니다명성을 드높임은 물론 품격마저 갖출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아라비카를 즐겨 찾는 이유는 커피에 있지 않습니다그들은 언제 만나도 프로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따라서 저는 웃돈을 주더라도 %아라비카의 커피와 상품을 구매합니다이들이 판매하는 모든 것은 결코 수치화될 수 없습니다.



   사실상 합리적인 소비가 불가능한 곳입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들르는 이유는 커피를 통해 세상을 보자는 그들의 미션이 멋지기 때문입니다창업자가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형태가 커피라는 실체로 나타나 있어서입니다.



   달라야만 하는 강박과 조급함은 결코 찾아볼 수 없습니다이런 모습을 떠올리다 보면 당장에라도 비행기 티켓을 끊어 %아라비카로 가고 싶습니다.


큐앤컴퍼니 대표파트너, 김 도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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