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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래인 EVERLANE



1989년,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옷을 2주 안에 출시한다’는 자라(ZARA)가 뉴욕에 진출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패스트패션의 등장’이라고 소개했는데, 이후 H&M, 유니클로 등 다른 글로벌 브랜드까지 합류하면서 ‘빠른 생산과 매일 다른 디자인’을 특징으로 하는 패스트 패션은 전 세계 패션 시장의 흐름을 주도해나갔다. 저렴한 가격도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지금은 패스트패션이 ‘환경파괴의 주범’이 되었다. 사람들이 쉽게 구매하고 버리는 행위가 아무렇지 않은 일상이 되면서 의류의 생산과 폐기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유해물질과 오염수, 각종 에너지는 환경 호르몬을 유발시켜 생태계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켰다. 해마다 전 세계 의류산업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세계 전체 배출량의 10%를 차지하고, 옷을 만들 때 들어가는 물의 양은 연간 1조 5000억리터에 달하는데 패스트패션이 그 중심에 있다.



물론 패스트패션 브랜드는 다양한 친환경 전략을 앞세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여전히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2013년, H&M을 필두로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는 자사 매장에서 의류 수거 프로그램을 통해 헌옷을 수거하고 있는데 각 브랜드별로 얼마나 수거해 어떻게 이용하는지 구체적인 데이터는 제공하고 있지 않다. 또한 유기농, 재활용 원단을 사용해 옷을 만들고 있지만 일부 제품에 한하여 적용되고 있고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 등 마케팅 활동을 통한 소비자 잡기에 급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패션은 더러운 사업이다’라고 공개적으로 인정하면서 패스트패션 브랜드와 대척점에 선 브랜드가 있다. 2011년 D2C방식으로 직접 판매를 시작해 현재는 미국 전역에 9개의 매장을 겸하고 있는 에버레인(EVERLANE)이 그 주인공이다. 경쟁이 극심한 패션 산업에서 티셔츠, 스웨터, 청바지 등 기본적인 제품만 판매하면서도 창업 10년 만에 매출 2억 5천만 달러를 돌파한 것을 보면 그들이 제공하는 경험들은 특별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에버레인은 윤리적인 공정, 탁월한 품질, 근본적인 투명성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브랜드 철학으로 삼고 제품의 생산과 판매, 기업 구조, 생태계 보호를 위한 노력 등 자사의 모든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심지어 이들은 제품들이 어떤 재료로 어디에서 제작되었고 재료비, 부자재, 인건비, 세금, 운송비 등은 얼마가 들었는지 상세히 적은 내역을 상품 설명 페이지를 통해 소비자에게 공개하고 있다. 심지어 소비자들은 제품을 생산한 공장의 웹사이트로 직접 들어가 공장의 작업 환경을 살펴볼 수 있다. 가령 린넨 셔츠를 생산하는 베트남 유풍 공장은 1,500명이 근무하고 있고 스쿠터로 출퇴근하는 근로자들을 위한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으며 직원들이 동료와 함께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야외 공동 식사 공간 등 단순한 린넨 셔츠 너머를 보여주는 다양한 방법들로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고객 경험’을 새롭게 창조했다.


사진 : 공장 소개 홈페이지 캡쳐 화면 (링크 : https://www.everlane.com/factories/underwear)


에버레인의 생태계 보호를 위한 노력도 모두 홈페이지에 게시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비공개적 행보와는 정반대다. 우선 이들은 지속 가능한 목표를 달성하고 고객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2030년까지 제품 당 탄소 배출량 55% 감소, 매장 및 본사에서의 탄소 배출량 46% 감소를 통해 2050년까지는 넷제로(Net-Zero) 에 도달하는 목표를 세웠을 뿐만 아니라 공급망 전체에서 온실 가스(GHG) 배출량을 측정하고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최선의 경로도 계획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사진 : 에버레인 홈페이지 내 탄소발자국 줄이기 목표 (링크 : https://www.everlane.com/carbon)


이들이 매장을 오픈 할 때 모든 매장은 채광창과 유리창을 사용해 충분한 자연광을 제공하고 필요할 때 효율적인 LED 조명만 사용한다. 또한 모든 벤치와 선반, 계산대는 인증된 목재 자재만을 사용하고 러그나 카펫 타일 또한 재활용 소재로 생산된 것을 고집하고 있다. 매장 내 모든 행사에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직원 주도의 지속 가능성 위원회에서 재활용 및 퇴비 만들기 등 다양한 친환경 주제와 관련된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노력은 모든 부분에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제품의 경우에는 현재 면화의 66%가 유기농 인증을 받았으며 2023년까지 모든 면화를 인증된 유기농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공급망에서 90%의 천연 플라스틱을 제거했고 플리에스터와 나일론이 포함된 의류 소재의 97%도 GRS(Global Recycled Standard)인증을 받은 재활용 섬유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진행 상황을 매년 발행하는 <지구 영향 보고서>를 통해 꼼꼼하게 기록하면서 소비자에게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다가가고 있다.     


자연을 위한 이들의 헌신은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본사의 직원부터 모든 공장의 직원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공정한 임금, 노동조건, 합리적인 근무 시간, 안전한 작업 환경 등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지원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2014년부터 블랙 프라이데이 기금을 시작해 사회 및 환경 활동을 위해 140만 달러 이상을 기부했고, 인권 보호, 인종 차별 등에도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 패션 산업을 더 깨끗한 산업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펠로우쉽 프로그램을 개최하면서 금전적인 지원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결국, 에버레인의 미학은 진정성이라는 보이지 않는 특성을 능숙하게 보이는 가치로 바꾼데서 비롯되었다. 사람들은 환상이든 사실이든 이들의 진정성에 열광했고 끈끈한 관계를 형성했으며 매출이 결과로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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