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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 Patagonia


파타고니아가 2011년 <뉴욕타임스>에 낸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캠페인 광고/파타고니아 홈페이지



2011년 11월 25일 금요일, 미국의 유력지인 <뉴욕타임스> 지면에 등장한 광고 헤드라인 카피다. 이날은 ‘블랙 프라이데이’로 미국에서 1년 중 가장 큰 폭의 할인율이 적용되는 세일 시즌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이 오면 수많은 제조·유통업체들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재고 물량을 대폭 할인해 판매한다. 소비자들도 기다렸다는 듯 닫았던 지갑을 활짝 연다. 마케팅 데이터 분석 솔루션인 ‘어도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19년 블랙 프라이데이 하루 동안 미국 내 온라인 쇼핑 매출액만 약 74억 달러(약 8조7320억원)를 기록했다.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는 광고


이 기업은 왜 블랙 프라이데이에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는 광고를 게재했을까? 기업이 제품을 판매해서 이익을 거두는 것은 당연한 생리다. 일반적인 상식이라면 ‘더 저렴하게 사라’고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게 맞다.


이 기업은 이상하다. 재킷 한 벌을 만드는 데 135ℓ의 물을 소비한 목화가 들어가고 원산지에서 물류센터로 오는 데만도 약 9㎏의 탄소가 배출되면서 환경을 파괴한다고 알린다. 때문에 꼭 필요한 옷이 아니라면 사지 말라고 얘기한다. 게다가 한술 더 떠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인 이베이와 협약을 맺어 소비자에게 중고품 구매 권장을 유도한다. 구글에서 이 기업의 제품을 검색하면 이베이에 중고품이 있는지부터 확인할 수 있게 했다.


1973년 미국에서 설립된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이야기다. 파타고니아의 주장은 간단하다. ‘환경보호를 위해 필요한 돈을 얻기 위해서 옷을 판다’는 것이다. 물건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 자체가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제품 자체를 생산하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그게 안 된다면 적게 쓰고 오래 쓰는 것이 답이라고 주장한다.


이 파격적인 광고를 두고 일각에서는 위선적이라고 폄하하는 목소리도 나왔고, 혹자는 고도의 마케팅 상술이라며 평가 절하하기도 했다. 어느 날 갑자기 위의 광고 카피를 꺼냈다면 그럴 법도 하다. 하지만 그동안 파타고니아가 걸어온 길을 돌아본다면 누구든 달리 생각할 것이다.


파타고니아는 미국의 유명 등반가인 이본 쉬나르가 1972년부터 운영한 쉬나르 장비회사의 자회사에서 시작했다. 처음에는 금속 재질의 암벽 등반용 쇠못과 쐐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박고 빼는 반복적인 망치질이 바위의 균열과 변형을 만들어 결국 암벽을 해치는 주범이 되는 것을 경험한 이본 쉬나르는 즉시 핵심 사업 부문이었던 암벽 등반용 쇠못 제작을 중단했다.


쉬나르는 새로운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망치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밀어 넣거나 제거할 수 있는 알루미늄 초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유명 등반가에게 부탁해 14페이지짜리 에세이를 작성해 새로 출시된 제품에 대한 사용법도 공유하면서 ‘암벽의 깨끗한 원형을 유지하면서 등반하자’는 ‘클린 등반’ 캠페인도 진행했다.


놀라운 사례는 또 있다. 1988년 미국 보스턴에 문을 연 매장에서 환기시스템 결함으로 포름알데히드가 배출돼 직원 두 명이 두통을 호소하자 즉시 조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면직물 옷의 수축과 주름을 방지하기 위한 마지막 공정에서 포름알데히드가 사용되는 것을 알고 이후 모든 제품의 원단을 100% 유기농 면만 골라 만들기 시작했다. 1993년부터는 재활용이 어려운 페트병(2ℓ) 4000만 개를 수거해 폴리에스테르 원단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약 150벌 이상의 PCR 신칠라 플리스 제품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150ℓ나 되는 기름을 절약하고 산업 폐기물을 사전에 차단하는 등 친환경 소재 개발에도 주력했다.


파타고니아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 환경보호에만 앞장서지 않는다. 생산국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노동자에 대한 복지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생활임금 보장, 해당 지역 내 학교 장학금을 출연하고 탁아소를 건립하는 한편, 이주 노동자 보호를 위해 고용에 관한 기준을 강화해 근로규약을 어긴 협력업체와는 즉시 계약을 중단한다. 직원들은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고 서핑·스키·등반 등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을 받는다. 자녀가 태어나면 여직원들에게는 16주간의 유급출산휴가를, 남직원에겐 12주간의 유급휴가를 각각 제공한다.



환경보호 앞장 노동자 복지도 확대


기업 차원에서 가장 쉽지 않은 결정은 파타고니아가 1985년부터 자연환경 보전 및 복원을 위해 해마다 흑자든 적자든 상관없이 매출의 1%를 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총 8900만 달러 이상의 현금과 현물을 기부해 전 세계의 다양한 환경단체들을 지원해왔다. 2002년에는 ‘지구를 위한 1%’라는 비영리법인을 설립해 뜻을 같이하는 48개국 1200곳 이상의 회사들과 함께 3300개 이상의 비영리단체를 후원하고 있다.


파타고니아처럼 회사나 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지 않고 환경·직원·지역사회·소비자 등 이해관계자 모두를 아우르며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을 ‘베네피트 기업’이라 부른다.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B-LAB은 베네피트 기업을 심사·선정해 현재 41개국 121개 분야의 산업에서 1298개 회사에 인증 마크(일명 비콥)를 수여했다. 파타고니아는 2012년 1월 베네피트 기업 인증을 받았다.


다시 블랙 프라이데이에 게재했던 광고로 돌아가보자. 언뜻 기업의 이익에 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파타고니아는 이런 이상이 현실이 되기 위해 꾸밈없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는 광고 카피를 쓴 것은 그들의 생각을 보여주는 단적이 예라 볼 수 있다. “모든 비즈니스는 반드시 위대한 미션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 교수의 말처럼 그들은 위대한 미션의 실천을 수익보다 중요시했다.


참고로 파타고니아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이후부터 꾸준한 실적을 올리면서 판매율이 25% 이상 증가했고, 2014년까지 3배 이상 수익이 증가했다. 2013년 매출액은 약 8000억원, 미국 아웃도어 의류 시장에선 노스페이스에 이어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제 효력을 발휘하는 마케팅은 제품이나 서비스 안에만 있지 않고 직접 쓰는 사람들의 마음에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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