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1997년 다시 애플을 이끄는 자리로 복귀했다.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퇴출당했다가 극적으로 다시 돌아온 그는 애프르이 건재함을 보여주기 위해 '다르게 생각하라 Think Different'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광고 캠페인을 펼쳤다. 광고는 "여기 미친 사람들이 있습니다"라는 말로 시작된다. 앨버트 아인슈타인, 밥 딜런, 마틴 루터 킹 등 무언가에 미친 사람이자 창의적인 사고와 발상으로 최고가 된 사람들을 차례로 선보이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의 신념이 진짜로 세상을 바꾼다는 내용을 담았다.
애플의 사례는 브랜드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대부분의 기업은 브랜드를 로고나 심볼, 폰트 같은 유형적인 것으로 생각할 때가 많다. 그러나 브랜드는 기업이 실제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비자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무언가에 가깝다. 이 무언가는 소비자의 경험과 믿음을 통해 구축된다. 실제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가치 창출력이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는 힘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여기 신념과 가치창출에 충실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로울 브랜드가 있다. 바로 에어조던 Air Jordan 이다.
에어조던 브랜드를 설명하기 위해선 마이클 조던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에어조던의 모델이자 그 자신이 바로 브랜드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역대 최고의 농구선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 스타 같은 표현으로 설명하기엔 충분하지 않다. 숫자가 필요하다.
조던은 자신의 소속팀 시카고 불스를 6번이나 미 프로농구NBA 파이널 챔피언에 등극시켰고, 그때마다 최우수선수 MVP 로 뽑혔다. NBA 시즌 MVP 만 5번 수상했고 NBA 올스타 슬램덩크 챔피언 타이틀과 올림픽 남자농구 금메달도 각각 2번씩 거머쥐었다. 전미대학체육협회 NCAA 남자농구 챔피언에 오른 뒤 NBA에 진출한 첫 시즌에서 신인상도 수상했다.
1982년 역대 최다 관중이 모인 NCAA 챔피언쉽에서 노스캐롤라이나대를 이끈 조던은 NBA 센터 계보를 잇는 최고의 선수 패트릭 유잉이 이끄는 조지타운대를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한다. 이때의 자신감으로 일취월장한 조던은 1984년 3학년을 마치고 프로로 전향하면서 NBA 드래프트 3순위로 시카고 불스에 지명됐다. 그리고 그의 첫 시즌이 시잔된 지 채 2주가 지나지 않아 팀의 모든 선수는 조던이 전혀 차원이 다른 선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가 불스를 일으켜 세울 것이라는 기대감도 함께 커졌다.
조던의 에이전트사는 팀 스포츠 선수인 그를 골프나 복싱 같은 개인 스포츠 선수처럼 스타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먼저 노던만의 농구화를 만들기로 했다. 당시 NBA 공식 농구화 제조사인 컨버스와 접촉했다. 그러나 대답은 '노'였다. 컨버시는 매직 존슨, 래리 버드와 같은 당시 거물급 선수를 모델로 기용하고 있었다. 조던의 능력이 아무리 출중하다고 해도 그는 신인에 불과했다.
조던은 사실 아디다스를 선호했다. 그러나 당시 아디다스는 내부적인 문제 때문에 조던을 모델로 기용해 그를 위한 농구화를 만들 수 없었다. 에이전트는 내심 나이키와 계약을 하길 원했지만 조던 스스로 밝혔듯 당시 그는 나이키를 선호하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나이키는 주로 육상화를 제작하고 있었고, 컨버스와 아디다스에 비해 인지도도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나 나이키는 조던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했다. 당시 잘나가는 선수가 보통 10만 달러를 받았는데 나이키는 이룬 것 하나 없는 신인 선수에게 25만 달러라는 거금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1970년대 미 항공우주국 NASA 엔지니어가 고안안 에어쿠션 기술을 적용해 조던만의 농구화를 제작했다. 마침내 1985년 출시된 '에어조던 1'은 특정 선수의 이름을 딴 최초의 농구화이자 이후로도 길이길이 운동선수의 성공을 보여주는 표본으로 남았다.
나이키가 계약 시점에 예상한 매출은 4년간 300만 달러 정도였다. 그런데 에어조던은 출시 1년 만에 1억 26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여기에 고무된 나이키는 해마다 새로운 디자인을 통해 에어조던 시리즈를 양산해갔다. 지금까지 총 34개의 모델이 출시된 에어조던 농구화는 시대를 대표하는 패션과 문화의 일부가 되었다. 공을 들고 뛰어오른 조던이 두 다리를 넓게 벌린 모습의 '점프맨'로고만으로 에어조던 브랜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이렇게 에어조던을 성공으로 이끈 요인 가운데 첫 번째는 기존 농구화와 달리 진짜'에어', 즉 공기주머니가 들어 있는 하이테크 농구화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당시 시장에는 이와 유사한 것이 없었다. 나이키가 보유한 신기술이 소비자에게 기능적인 가치를 창출해준 셈이다.
두 번째 요인이자 더욱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조던의 훌륭한 농구 실력이었다. 에어쿠션 기능이 내포되었다고 해도 소비자가 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순 없었다. 그러나 농구 코트 위의 조던을 보면 얘기가 달라졌다. 조던은 농구화의 기능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해 보여준 모델이었다. 공중을 활보하는 조던을 따라 소비자들도 함께 하늘 위를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최고의 농구선수가 신는 최고의 신발을 따라 신으면서 자신도 조던만큼 농구를 잘할 수 있다는 희망을 넘어 자신 역시 최고를 지향하는 존재라는 주문을 마음속에 심어준 것이다. 이를테면 마법의 부적이라고나 할까.
앞서 말한 '신념'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의 교훈은 조던의 경기 장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조던은 매 경기를 마지막 경기처럼 뛰었다. 언제나 최선을 다했고, 승리를 향한 집념은 누구보다 강했다. 농구를 향한 그의 헌신은 승리라는 결과와 수치로 증명됐다. 이 신념과 실천은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마음속 깊은 무언가를 일깨우게 했다. 에어조던은 소비자가 원하며 찾는 대상이 단지 기능과 장점에만 충실한 제품만이 아니라 '왜'이 브랜드를 원하는지에 대한 답을 주는 제품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조던은 이미 은퇴해 구단주 겸 사업가가 됐지만 2019년 기준 약 1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에어조던 브랜드는 르브론 제임스, 스테판 커리 등 쟁쟁한 현액 NBA 선수들보다 더 많은 농구화 판매 수입을 기록하고 있다. 조던이 쌓아나간 브랜드의 자산이 에어조던을 상징적이면서 영속적인 브래드로 꾸준히 자리 잡게 이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