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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티 YETI


예티 아이스박스 시그니처 제품인 툰드라 하드 쿨러 (사진 : 예티 홈페이지 www.yeti.com)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스박스에 문제가 생겼다. 우리 집에 있는 개가 손잡이를 씹어버렸다. 나는 아이스박스 제조사에 전화를 해 ‘손잡이만 교체할 수 있는 지’ 물었다. 별도의 손잡이를 제공해줄 수 없다는 답변이돌아왔다. 신선하게 음식물을 보관하는 기능도 처음보다 못한 상황에서 손잡이까지 떨어지자 아이스박스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내구성이 좋고 부분적인 고정이 나더라도 간편하게 부품만 교체할 수 있는 아이스박스는 없을까?”


라이언 로이 시더스 형제

만약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미국의 아웃도어 제품 전문 브랜드인 예티(YETI)를 주목하자.  창업자 라이언 시더스와 로이 시더스 형제는 어렸을 때부터 낚시와 사냥을 즐기며 대부분의 시간을 야외에서 보냈지만 아이스박스의 품질에 자주 실망을 했다. 낚시로 잡은 물고기는 담아두면 썩은 적이 많았고 맥주도 금방 미지근해졌기 때문이었다. 또 매번 걸쇠가 빠지고 뚜껑이 주저앉는 등 내구성에도 만족하지 못했다.



2006년, 그들은 회사를 설립하고 프로 낚시꾼과 사냥꾼을 위한 아이스박스를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 카약을 만드는 방식에서 착안해 회전 성형 플라스틱이 본체를 싸고 그 안에 2인치 두께의 폴리우레탄 단열재를 압력 주입했다.경쟁 브랜드들 보다 10배나 높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면서도 야외활동이 잦은 아웃도어 매니아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예티의 아이스박스는 회색곰의 이빨과 발톱을 견뎌낼 정도로 내구성이 강했고, 얼음도 최대 1주일이나녹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부분적인 고장이 나더라도 간편하게 부품만 교체할 수 있는 디자인도 한몫했다. 일반적인 아이스박스는 특정 부분이 손상되면 소비자가 직접 매장을 방문해야 했지만 예티는 수리방법을 알려주고 새 부품을 가정으로 보내줬다. 처음부터 예티는 창업자의 경험을 토대로 구축된 “야외에서 더욱 강력하게, 얼음은 더욱 오래 가게 "Wild Stronger, Keep Ice Longer" 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고객의 문제점과 요구사항을 정확히 파악한 뒤, 솔루션을 제시했다.


예티 홍보대사들. 룰루레몬도 이와 같은 엠베서드를 구축해 초기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다. (사진: 예티 홈페이지 캡쳐)


예티는 대기업이 할 수 없는 방식으로 그들만의 홍보 방법을 구축했다. 전문 낚시꾼과 사냥꾼을 홍보 대사로 선정하고 아이스박스를 배송할 때 모자, 티셔츠, 텀블러 등을 함께 보냈으며 그들의 사용후기를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팟캐스트, 영상 제작을 통해 입소문 마케팅에 주력했다. 또 인플루언서들을 선정해서 자사의 제품이 ‘비싼 이유’와 ‘좋은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교육하고 정보를 제공했다.

최근에는 7편의 새 영화 제작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방법의 스토리텔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예티 홈페이지 캡쳐)


이러한 스토리텔링과 경험 공유를 기반으로 한 예티의 홍보 전략은 소비자가 지니고 있는 문제에 대한 확실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은 비슷한 부류가 인식하는 바를 토대로 최고 품질의 장비를 통해 자신들의 아웃도어 활동을 더욱 향상될 것이라는 믿음이 쌓였고, 이는 높은 가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구매로 이어졌다. 결국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자신도 똑같은 이야기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이 예티의 제품을 계속 구매하면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공동체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초기 성공을 거둔 이후, 예티는 사냥과 낚시 이외 캠핑, 농장, 목장 등에 필요한 용품들을 만들면서 확장을 거듭했지만, 그들의 목적과 사명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았다. 최고의 제품을 통해 더욱 멋진 모험담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여전히 내구성이 뛰어난 고품질 제품만을 고수했다. 이를 위해 2016년에는 정기적으로 신제품을 개발하고 테스트하는 혁신센터를 오픈했다. 약 십여 명의 제품 개발팀은 혁신 센터가 오픈한 이후 총 2,800개 이상의 고품질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는 등 향후 리스크를 제거하여 궁극적으로 제품을 출시할 때 이전에 없었던 수준의 제품 상태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했다. 예티의 램블러(텀블러의 일종)도 이 곳에서 개발되었는데 단열스테인리스강 소재로 된 이 제품은 무려 6톤(14,000lb)의 압력에도 구부러지지 않고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사실상 파괴할 수 없는 제품이나 마찬가지다.


예티의 램블러는 DIY 가 가능해 나만의 제품을 원하는 MZ 세대들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다.


이제 예티는 제품에 대한 완벽한 약속을 지키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친환경, 경영 /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ESG 경영을 실현하고 있다. 그들은 예티 ESG 리포터를 발행하면서 밸류체인 전 과정을 명확한 자신들의 브랜드 철학에 맞게 구축하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PEOPLE, PRODUCT, PLACE (사람, 제품, 야생복원)으로 구분해 각각의 이슈에 맞는 전략을 구축해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힘쓰고 있다.


사람(PEOPLE)을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직원 개발 프로그램을 만들어 다양한 주제에 대해 모든 직원들을 대상으로 매월 교육을 실시하고 공식적인 자원봉사 및 지역사회 참여 프로그램을 수립하여 직원 스스로 선택한 조직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2025년까지 모든 수준에서 남녀 임금 평등을 유지하고 회사의 고위임원급에도 양성 평등을 달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예컨대, 기술 경력을 가진 여성들이 역사적으로 과소평가되어 왔다는 사실에서 착안해 2021년에는 더 더양한 성별의 사람들을 채용했고 이사회 내에는 유색인종 한 명을 포함한 총 세 명의 여성이 참여해 예티의 전반적인 ESG 전략을 검토하고 승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제품(PRODUCT) 개발 및 유통에 있어서는 오는 2030년까지 총 3단계를 걸쳐 탄소배출량을 50%까지 감소할 것을 목표로 세웠다. 또한 모든 제품은 100% 재생 가능한 전기를 통해 제작할 것을 밝혔고 모든 포장지 역시 재활용 또는 퇴비를 재사용이 가농한 성분으로 제작하는 등 2025년까지 순환 라이프사이클 전략을 수립해 폐기물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실 이들의 노력은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됐다. ‘실생활에서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설립된 플라스틱 임팩트 얼라이언스의 공식 회원사가 되어 400개가 넘는 브랜드와 함께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다방면으로 활동 중이다. 이들은 ESG 경영 활동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것만으로 좋은 브랜드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이들의 활동은 야생 복원(PLACE) 사업과도 연계된다. 이들은 기후 변화에  따른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내 100개 이상의 지역 학교와 함께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다양한 비영리 단체들을 위한 모금 지원 활동, 기부를 하는 것은 물론 물새 서석지, 수중 생태계, 자연 공원을 보존하기 위한 조사, 레크리에에션 등을 진행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 야생을 탐험하면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포괄적 경험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티의 5갤런 버켓 (사진: 예티 홈페이지 참조)

예티는 브랜드를 설립한 지 3년, 주력 제품인 예티 아이스박스 툰드라를 출시한 지 1년 이 지난 2009년 5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더니, 2011년에는 약 6배가량 늘어 2,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10년이 지난 2021년에는 무려 14억 1천만 달러(1조 7,700억 원), 영업이익은 3억 달러(3,500억 원)을 기록했다. 2019년에 출시했던 1,300달러짜리 아이스박스는 지금도 여전히 잘 팔리고 있다.



큐앤컴퍼니

대표파트너, 김 도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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