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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불 Redbull



레드불 스트라토스 프로젝트, 오스트리아 출신 스카이다이버 펠릭스 바움가르트너의 우주 낙하 


2012년 10월 14일 오스트리아 출신의 스카이다이버 펠릭스 바움가르트너는 고도 12만8100피트(약 39㎞)까지 헬륨 풍선을 타고 올라갔다. 지상관제소와의 교신이 더 이상 이뤄지지 않게 된 순간 그는 지구를 향해 뛰어내렸다. 그가 낙하한 지점은 에베레스트산의 4배를 넘어 지구의 성층권까지 다다른 곳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오존층보다 높은 우주와의 경계선에서 자유낙하를 시작한 것이다.


4분 19초 동안의 자유낙하 동안 그는 잠시 기절해 지상관제소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던 800만명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낙하 후 10분 만에 미국 뉴멕시코 사막에 무사히 안착했다. 당시 그가 기록한 순간 낙하 속도인 시속 1342㎞는 흔히 마하라고 불리는 음속보다도 빨랐다. 이로써 바움가르트너는 자유낙하로 음속을 돌파한 인류 역사상 최초의 기록 보유자가 되었다.






음속 돌파한 자유낙하 프로젝트


이 역사적인 프로젝트에는 준비 기간만 무려 7년, 자금은 6500만달러(약 743억원)가 투입되었다. 성층권 고도에서 신체를 보호하는 특수 우주복인 여압복은 영하 67도에서 38도까지 견딜 수 있고, 내부압력을 0.2기압으로 유지해주는 특수섬유로 만들었다. 그가 성층권까지 타고 올라간 헬륨기구가 연결된 가압캡슐엔 15대의 카메라를 포함해 컨테이너 두 대 분량에 이르는 각종 통신장비 등을 함께 실었다. 그 밖에 헬멧 역시 산소공급 및 압력조절, 김서림 방지 등의 최첨단 기술이 적용되었다.


도대체 이 프로젝트는 누가 진행한 것일까? 국내에서는 이 프로젝트로 브랜드의 이름을 알게 된 소비자들도 많았다. 바로 ‘레드불’이다. 1987년 오스트리아에서 시작한 세계 1위의 에너지 음료 브랜드가 ‘레드불 스트라토스’라고 이름 붙인 이 프로젝트를 통해 2012년 한 해 벌어들인 매출은 전년보다 16%나 늘었다. 광고효과는 약 400억달러(약 47조원)에 달할 정도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레드불 윙슈트팀 (사진 : 레드불 홈페이지)


레드불은 제품 판매 마케팅이 아니라 문화를 창조하는 마케팅으로 이미 유명하다. 일반적인 광고 채널을 활용하면서도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방법에 정통하다. 성층권 자유낙하 프로젝트는 그들에게 수많은 이벤트 중 하나에 불과하다. 낙하산 없이 날다람쥐 비슷한 특유의 장비를 착용하고 산과 협곡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레드불 윙슈트팀을 비롯해 절벽 다이빙, 비행기 레이스, 스노보딩 대회 등 익스트림 스포츠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2009년에는 당시 독일 축구 분데스리가 5부리그에 있던 축구팀을 인수해 RB 라이프치히로 재창단하면서 본격적인 축구 마케팅에도 뛰어들었다. 레드불의 RB 라이프치히는 유망주 영입에만 6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면서 7년 사이 네 차례 승격해 2016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분데스리가 1부리그에서 활약 중이다. 최근에는 황희찬이 이 팀에 합류해 국내 축구팬들의 관심도 더욱 끌었다. 또한 레드불은 미국프로축구(MLS) 등 다양한 축구리그에서 5개의 축구팀을 운영하고 있다.

독일 분데리스가에서 정통의 강호들과 어꺠를 나란히 하고 있는 RB 라이프치히팀




에너지 음료라고 해서 스포츠 분야에만 돈을 쏟아붓는 것도 아니다. 레드불은 마케팅 비용의 3분의 2 이상을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 투자하고 있다. 레드불이 운영하는 모든 이벤트와 프로젝트 영상은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포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콘텐츠 제작사와 협업하여 드라마나 영화를 제작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07년부터는 ‘레드 불레틴’이라는 매거진 브랜드를 출범해 10여 년 만에 세계 11개국에서 월 발행부수 200만부에 달하는 매체로 성장시키며 미디어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레드불의 창업자 디트리히 마테시츠 (사진 : 맥심)


이쯤 되면 레드불은 에너지 음료 브랜드인지, 아니면 스포츠부터 문화콘텐츠까지 다리를 걸친 ‘멀티미디어’ 브랜드인지 정체성이 헷갈릴 정도다. 레드불의 공동 창업자인 디트리히 마테쉬츠는 한 인터뷰에서 “어쩌다 에너지 음료를 팔게 된 미디어 회사”라는 농담을 했지만, 사실 레드불은 에너지 음료를 파는 브랜드도, 콘텐츠를 파는 미디어 브랜드도 아니다. 레드불은 자신들이 만드는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와의 관계 맺기를 제안하는 독특한 유형의 브랜드다.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 적극 투자


레드불은 자신들이 추진하는 모든 이벤트와 프로젝트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일을 한다. 그들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만들고 미디어를 통해 공유하면서 소비자들의 신체와 정신 능력 향상을 독려하는 태도를 지키고 있다. 이렇게 친밀도를 높인 덕에 소비자들은 레드불이라는 에너지 음료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읽고 돈으로 측정할 수 없는 가치를 얻는다. 레드불 캔 뚜껑을 따는 것만으로 즐거움을 연상하고 기대하게 만든 것이다.


그 결과 레드불은 전 세계 에너지 음료시장에서 30%를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며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2019년 한 해에만 판매된 음료가 75억개를 넘었다. 이미 제조법을 시장에 공개했지만, 코카콜라처럼 비밀 레시피를 보유한 대형 브랜드도 에너지 음료시장에서만큼은 레드불을 쫓아가지 못하는 판국이다.

일각에서는 레드불이 다방면으로 시도한 마케팅은 에너지 음료 브랜드가 지니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으나 운 좋게 성공한 경우로 보기도 한다. 


사실 창업 초기 레드불의 해외 진출을 가로막은 큰 장애물이 카페인 등 각성효과를 내는 성분 함량이 다른 제품보다 매우 높다는 점이기도 했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레드불 250㎖ 한 캔에 든 카페인 함량은 62.5㎎으로 국내 기준에 맞춰 낮췄지만, 해외 오리지널 제품은 국내판 제품보다 카페인 함량이 2배를 훌쩍 넘길 정도다. 또한 타우린 성분도 많이 들어가서 물처럼 자주 마시는 마니아들에게는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그런데 레드불은 이러한 인식을 정면으로 돌파했다. 카페인 성분이 각성효과를 통해 활력을 높인다는 소비자들의 경험적 인식에 근거해 ‘에너지 보충’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미시킨 것이다. 가령 ‘코로나’ 브랜드의 맥주를 마실 때마다 맥주병 주둥이에 라임 한 조각을 꽂아야 진정한 코로나 맥주라고 인식하게 한 마케팅과도 비슷하다. 라임의 신선한 풍미가 다른 맥주와 차별화된 코로나 맥주만의 이미지를 온몸으로 경험하게 하는 감각적인 요소로 작용한 셈이다.


레드불에 소비자와의 관계 맺기는 이제 브랜드의 본질이 되었다. 어찌 보면 에너지 음료는 단순히 수단에 불과할 수도 있다. 레드불은 소비자와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고 다양한 접점에서 일관되게 이를 전파하는 브랜드다. 이러한 일관성은 신뢰를 낳고, 신뢰는 다시 더 많은 매출과 더 많은 고객과의 관계 맺기로 확대된다. 이것이 바로 레드불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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