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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희종 Oct 23. 2019

위험한 도시

위험한 신혼여행

  “혹시 여행 중 강도를 당한 적은 없니?”

  길에서 우연히 만난 오스트리아인 아주머니는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녀도 자전거 여행을 하고 싶지만 워낙 좋지 않은 소문들 때문에 꺼려하고 있는 듯했다. 중남미 자전거 여행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는 바로 강도라고 한다. 우리는 운이 좋게도 아직 강도를 만난 적은 없지만(절도나 소매치기 경험은 있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에 의하면 그들은 한적한 도로나 산길 등에 주로 출몰하며 두건이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뒤 오토바이를 타고 따라오거나, 길 옆에 잠복하고 있다가 자전거 여행자가 옆으로 지나갈 때 갑자기 나타나 자전거를 넘어뜨린 뒤 총이나 칼 등으로 위협을 가해 자전거와 귀중품 등을 빼앗고 유유히 사라진다고 한다. 때로는 살인이나 유혈사태도 일어난다고 하니 생각만 해도 참으로 아찔했다.


  치안이 안 좋기로 소문난 과테말라 시티로 향하는 오늘 내내, 내 머릿속은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곰 스프레이를 하나 챙길까? 아니면 전기 충격기? 경찰 깃발을 하나 구해 달고 다닐까? 자전거를 폭주족처럼 튜닝을 할까?' 사실 여행을 하며 이런 것에 대해 크게 걱정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하늘이가 과테말라 시티에 대한 걱정으로 계속 고민하는 것을 보고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때마침 다른 자전거 여행자들의 강도 소식을 듣게 되어 걱정은 배가 되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과테말라 시티를 들어가지 않고 지나쳐갈까도 생각했지만 오랜만에 맛볼 수 있는 순대국밥과 한인마트는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나 큰 존재였다.


  결국 과테말라 시티에서 비교적 안전하다는 지역에 위치한 호스텔에 짐을 푼 뒤 자전거를 타고 한인타운을 찾았다. 가고 오는 길에 바라본 시가지의 모습은 과테말라 시티가 참으로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게 해 주었다. 이곳도 사람이 사는 곳인데 여행자들은 이곳을 마치 지옥 인양 바라보고 있었다. 과테말라 시티 여행 관련 자료를 찾아봐도 '위험하여 공항에 내리자마자 셔틀로 다음 목적지까지 바로 이동' 혹은 '호텔에서만 대기' 등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제대로 된 여행 정보는 찾기 힘들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론리 플래닛에서도 이곳을 너무나 위험한 곳으로 묘사하고 있었다. 그래도 한나라의 수도인데 여행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 여행 중 캐나다에서 만난 사람들이 그랬다. 미국에서는 총을 맞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미국에서 국경을 넘어 멕시코로 넘어갈 때 역시 미국 사람들이 그랬다. 멕시코는 위험하다고, 목이 잘릴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멕시코 소노라에서 시날로와로 넘어갈 때 소노라에서 만난 사람들이 그랬다. 시날로와는 위험하다고, 마약 카르텔과 부패경찰이 판을 치니 조심하라고. 시날로와에서 할리스코로 향할 때도, 할리스코에서 푸에블라로 향할 때도 마찬가지 었다 벨리즈도 과테말라도 전 세계 그 어디라도 그들이 사는 곳 외에 안전한 곳은 없었다.


  아이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고 젊은 여성들이 아무렇지 않게 홀로 길을 걷고 있다. 고층 빌딩들이 길 옆으로 나란히 세워져 있고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밀집한 쇼핑몰도 보인다. 월마트, 맥도널드, 버거킹, 피자헛, 타코벨, 도미노 심지어 TGIF까지. 그들은 이토록 위험하다는 도시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 많은 회사들은 그 큰 리스크를 안고 서라도 비즈니스를 할 이유가 있는 것 일까? 과테말라 시티의 아주 일부분을, 아주 짧은 반나절 동안 바라보며 느낀 감정이지만 과테말라 시티에게 조금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 곁에 있는 그녀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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