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 셋 젊은 엄마와 늙은 딸의 더부살이 (8)
8월 9일 성모병원에 입원하신 엄마는 그 주 목요일인 12일에 수술하기로 하시고 수술을 기다리며 3일을 보내셨다.
나이 들면서 언제부터인가 끼니 거르는 것을 너무 힘들어 하셨는데 입원하시고 나서는 식사량을 스스로 3/2에서 다시 1/2로 줄이셨다. 수술준비를 하시는 것 같았다.
수술 받으려면 든든히 먹어야지, 엄마
아니야. 속이 부대끼지 않도록 조금씩 줄이는 게 좋겠어.
조용히 입원하고 수술한다고 해도 아주 가깝고 교류하던 분들과는 어쩔 수 없이 소식을 전하게 되었다.
입원전부터 계속 마음 모아 기도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안부를 물어보는 연락이 계속 됐다.
자각이 거의 없다고 하는 간암이지만 초기이고 암의 사이즈도 작아서 다행이다,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하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더운 날 기도요청을 드리게 되어서 송구하다
초기 암이지만 대여섯 시간이 걸린다는 수술인데, 큰 수술을 앞두고 계신 엄마는 너무 의연하고 담대해보였다. 엄마의 담대함은 우리 가족들에게 평안함을 가져다주었다.
드디어 목요일, 수술날이 되었다.
전날 점심 이후로는 약을 넘기는 물 한모금 외에는 아무것도 드시지 못해 기운이 없으실 법 한데 그래도 엄마는 덤덤하게 차분하게 수술호출을 잘 기다리셨다.
처음에 오전 11시 반에서 12시 사이라고 예정했던 수술은 아침 첫 수술로 바뀌었다가 다시 낮 12시 전후로 바뀌었는데 12시 반까지도 호출이 없었다. 기다리는 5분, 10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언제'라고 아는 것이 이토록 마음 편한 것이었나 싶었다. 12시 반이 훌쩍 넘어선 후에야 간호사가 갑자기 엄마의 이름을 부르며 수술 들어가자 한다.
***님, 수술 들어가실 거에요.
엄마의 이름을 부르자, 내가 먼저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일어섰다. 자리에 앉는 둥 마는 둥 공중부양하듯 엉거주춤한 자세에서 온 몸에 긴장과 힘이 들어갔다. 엄마는 옷 매무새를 정돈하고 수술실 침대로 바꿔 누우셨다.
보호자님도 따라 가실건가요?
네네~
직원분이 침대를 밀고 나가시려는데 옆 자리에 계시는 환자분들이 며칠새 정이 드셨는지 수술 잘 받으시라고 응원과 격려의 인사를 건네주셨다.
감사합니다.
나지막한 대답을 하시고 웃어보이시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나도 함께 확고한 믿음으로 대답을 했다.
네, 수술 잘 되실거에요. 감사합니다. 다들 쾌차하시고 건강 찾으시길 기도할게요.
휴대폰만 대충 챙겨들고 엄마 뒤를 따라가는데 병실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건 실제가 아니라 영화인가보다 싶었다. 수술실까지 이동을 도와주시는 분을 따라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몇 층을 눌렀는지도 기억에 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엄마 손을 붙잡고 엄마에게 용기와 힘을 북돋아 주는 것 뿐이었다.
엄마 힘내!씩씩하게! 엄마는 잘 할 수 있어. 아무 걱정하지 마. 다 잘 될거야.
그냥 힘 되는 말은 다 갖다 붙여 늘어놓았다. 엄마에게 힘이 된다고 하면 춤이라도 출 판이었다.
드디어 수술실앞에 도착해서 들어가기 전 본인 확인을 하고 잠시 대기를 하느라 수술실이라고 대문짝 만하게 써 있는 문 앞에 멈춰섰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수술실 앞에서 침대에 누워있는 엄마를 똑바로 쳐다보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렇지만 참았다. 거기서는 울면 안되니까. 지금껏 잘 참았는데, 아니 지금껏 잘 참아온 엄마 앞에서 내가 울면 안되니까. 솟구쳐오르는 눈물을 꾹꾹 참아 삼키고 엄마의 따스한 손을 붙들고 다시 한번 힘을 실어드렸다.
엄마,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수술 잘 될거에요. 주님이 우리 엄마 깨끗하게 고쳐주실 거에요. 힘내고
엄마는 수술실로 들어가셨다. 정말이지 엄마도 힘을 내셔야 하는 순간이 왔다.
주님, 엄마에게 힘을 주세요.
긴 수술의 시간을 잘 버틸 힘을 주세요.
암을 이겨낼 힘을 주세요.
주님, 엄마에게 용기를 주세요.
질병 앞에서 포기하지 않고 맞서 이겨낼 용기를 주세요.
수술과 회복의 시간을 잘 버티고 무사히 통과할 용기를 주세요.
주님, 엄마를 지켜주세요.
주님, 깨끗하게 고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