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게 잘못이에요?

아침마다 분을 바르는 아이를 보는 슬픔

by Sunny Day

'깜시, 부시맨, 까만 콩...'


까만 피부의 아이들에게 흔히 붙여지는 별명이다. 나도 까맣기가 누구 뒤지지 않아서 어렸을 적부터 하얀 피부에 대한 로망이 있긴 했다.


'하얀 피부를 가지면 어떨까?

세상이 어떻게 변할까?'


까만 피부에 대한 왠지 모를 사람들의 편견, 하얀 피부에 비해 뭔가 부족하고 미치지 못하다고 생각하며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는 걸 그 어린 나이에도 느꼈던 모양이다.


"너 진짜 까맣다."


'그래서 뭐?', '까만게 뭐?'라고 반박하고 싶었다. 그저 까맣다고 하는 사실을 전달하려고 하는 건 아니라는 걸 느꼈으니까.

피부색 좀 까만게 뭐 어때 하며 아무렇지 않은 듯 다녔지만, 우리 반에서 나랑 제일 친한 혜진이랑 같이 서 있게 되면 괜히 내 까만 피부가 더 도드라지는 것 같아서 한 발자국 물러나기도 했었다.


말하는 늬앙스로 전해졌을 뿐이었지 피부색으로 그렇게 대놓고 놀림을 당하거나 하는 일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꽤 성적이 좋았고, 학급 임원을 하고 리더십도 있고 선생님들의 눈에 드는 학생이어서 그랬는지 피부색으로 놀리는 친구들은 그다지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래도 까맣다는 건 왠지 모르게 드러내기 어려운 부끄러운 특징같았다. 못났다, 못생겼다고 하는 것과 비슷한 표현처럼 말이다.


오늘 점심시간 즈음, 페친의 타임라인에서 분을 찍어 바르고 있는 초등학교 여학생 사진과 글을 보게 되었다.


혼혈이라는 이름으로..ㅠㅠ

학교 갈때마다 얼굴에 분을 바르는 아이.
살갖이 까맣다고 아이들이 놀려 학교 가기 전에 얼굴에 분을 바르는 막내가 나를 힘들게 합니다.


마음이 아팠다. 피부색과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더럽다고 손가락질 받고,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학교에 올 때 목욕시켜 보내달라는 이야기를 듣는 판국이라니 세상이 거꾸로가는 느낌이었다.


멀리 타국의 배고픔을 이해하고 함께 하고자 다문화가정을 이루고 먼 나라 길위의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고 계시는 이 분의 초1인 막내딸은 학교에 가기 전 아침마다 출근하는 엄마처럼 분을 칠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놀리기 때문이었다. 까맣다고.


피부 까만 아이들에게는 종종 있는 일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집에서도 겪었던 일이다.

막내 남동생은 외국인으로 착각할 정도로 까만 데다가 어렸을 때는 더 마른 체격에 축구까지 해서 하루종일 운동장을 뛰어다닌 덕에 더 새까맣고 시뻘건 얼굴로 집에 들어오곤 했었다. 그렇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예쁜 인형 같았다. 작고 귀엽고 눈이 반짝이는 까만 인형 같이 예쁘기만 했다.

어느 날 학교 다녀왔는데, 엄마가 말씀하시길 막내가 유치원을 가기 전에 서랍장 위에 있던 베이비파우더를 얼굴에 바르고 유치원에 갔다는 것이다. 그 장면을 생각하면 너무 귀엽고 깜찍해서 안 발라도 예쁘다고 가족들이 함께 웃어넘겼었는데, 오늘 마주한 다문화의 현실은 마음이 아팠다.

피부가 까맣거나 하얗거나, 뚱뚱하거나 마르거나, 코가 높거나 낮거나, 머리색이 까맣거나 노랗거나 하는 건 사실 차이(difference)일뿐, 부족(lack)이나 불충분(insufficiency)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Being different is not wrong.


생각의 다름 뿐만 아니라, 생김새 역시 차이가 있음을 인정할 뿐이다. 그렇지만 생각과 다른 것이라고 한다면, 서로간의 다른 생각은 대화를 통해 의견차가 좁혀지며 바뀔 수도 있지만, 생김새는 바뀔 성질의 것이 아니기에 다른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의학적인 힘을 빌릴수도 있긴 하지만, 그것은 선택이기도 하고 재정적 지출을 동반하는 것이라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보편적인 선택이라고 보긴 어려우므로)




대학을 졸업하고 3년 후에 종합복지관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그 때 팀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 언니가 까만 피부의 나를 이렇게 불렀었다.


'흑진주'


"흑진주, 이것 좀 전달해줄래?", "흑진주 생각은 어때?" 이렇게 말이다.


그 별명이 너무 좋았다. 아직 남아 있었나 싶었던 까만 피부에 대한 어린시절 나의 열등감이나 부끄러움이 사라질법한 예쁜 별명이 참 좋았다. 언니가 그렇게 부를 때면 내가 더 반짝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예쁘다고 말해주세요. 그 모습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보세요. 다 예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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