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맛본 세상
캘리포니아롤이나 샐러드에 조금씩 넣어놓은 아보카도를 조금씩 먹어보긴 했지만, 아보카도를 날 것 그대로 먹어본 적이 없다.
한번은 티비 요리 프로그램에서 아보카도를 계란 후라이와 함께 넣어서 비벼먹기도 하고, 그냥 날로 잘라서는 소금만 척척 뿌려먹는 MC들을 보며 동생과 함께 '와~~'하며 침을 꿀꺽 삼켰었다.
아보카도 몇 개를 뚝뚝 썰어서 오이처럼 흔한 야채 대하듯 무심하게 입에 넣는데 무슨 맛일까 궁금해졌다. 좋아해서 평소에 자주 먹는다는 남자 개그맨이 아보카도 한 조각에 자연스럽게 소금을 뿌려 한 입 베어무는 순간에는 아~하는 탄식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도대체 저 사람들의 입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궁금했다.
먹어봐야겠다. 꼭 저 방법으로.
추석 전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이쁘게 생긴 아보카도가 투명 플라스틱팩에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었는데 사볼까 하니 한 개에 2,500원이란다. 옴마야;;
간신히 다음으로 미루고 과일을 사러 며칠 후 가락시장에 들렀는데 비싼 아보카도를 쌓아놓고 팔길래 가격이나 알자하는 마음으로 얼마냐 했더니 개당 2,000원이란다.
아, 원래 비싼 거구나.
조그만 감자나 계란 하나 정도의 크기밖에 안되는 요것이 그렇게 비싼 거였구나 싶었지만 한 개 라도 파시라 하여 맛이라도 보자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맛.
색이 진한 것이 잘 익은 놈으로 하나 골랐는데 집에 와서도 먹을 것 천지인 추석연휴동안은 애물단지처럼 식탁에서, 과일상자안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기만 했다.
그러다 어제 저녁, 식탁 위에 굴러다니던 아보카도를 발견한 엄마가 뭔지를 물어보셨고 '아, 맞다'하며 반은 내팽개쳐놓고 반은 좀 더 익혀서 하는 마음에서 놔둔 아보카도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 한 번 먹어봐요. 맛이 좋대요.
처음이라 서투르면서도 엄마에게도 맛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급해진 나머지, 씻고 깍고 접시를 내고 하는 일련의 과정속에 불필요한 손동작과 허둥지둥하는 발재간으로 군더더기가 많아졌지만 아보카도 몇 조각을 눈앞에 두고 금새 평정심을 되찾았다.
예쁘게 모양을 내서 깍아내고 싶었는데, 너무 익어서 무른 살때문에 균일하게 예쁜 모양이 되지 않았다. 그 중에 좀 모양새가 괜찮아 보이는 것들은 따로 빼서 동생을 위해 준비해놓고 엄마와 시식 준비를 했다.
고운 천일염과
아보카도를 먹을 마음의 준비
적당히 기름진 고소함이 푹 익은 무른 살에 푹 배어있어서 입안 가득 아보카도의 어떤 고소한 풍미로 코팅되는 기분이었다.
연신 맛있다를 외치며 아보카도 한 개를 열개처럼 나눠먹고 맘씨좋게 서너조각은 남기기까지 하였다.
맛있는 아보카도,
소금뿌려서 살점 하나도 남김없이
잘 먹었습니다. ^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