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제대로 먹기

어른입맛에 길들이는 집밥

by Sunny Day
내가 과연 어른이 되면,
양파, 마늘, 파 같은 무시무시한 것들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어릴 적, 밥을 먹을 때면 밥반찬안에 들어있는 양파를 엄마 몰래 골라내는 것이 일이었다.

대놓고 골라서 상위로 꺼내놓지는 못했지만, 실수로라도 젓가락질에 양파가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살살 옆으로 골라놓는데 도사였다.


그렇다고 심각하게 음식을 가리는 편은 아니었고 그렇게 까다로운 식습관을 가진 것도 아니었지만 유독 먹기 힘든 음식과 식재료가 있었다.


양파, 대파, 가지, 마늘

가지를 빼고는 주로 음식의 주 재료가 되기 보다는 양념노릇하는 식재료들인데 반찬 속에서 큰 덩어리로 나타나는 경우에는 먹기도 전에 목구멍에 탁 걸린 것 같이 느껴졌다.


지금은? 잘 먹는다. 양파도 대파도 가지도 마늘도.. 오히려 주 재료인 어떤 것보다도 좋아하게 되서 일부러 골라서 찾아 먹고, 어느 땐 주 재료는 양배추 정도로 하고 양파와 마늘, 파 등으로 볶아서 한 끼 식사로 먹기도 했다.


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을 즐기려면 양념도 최소화, 조리시간도 최소화하는게 좋다고 하던데, 그게 뭔지 이제 알겠다.


소금, 후추 정도만 해서 재료의 맛을 충분히 살려내니 양파, 파 등 재료가 주는 단맛이 극대화되고, 아삭한 식감도 그대로 살려서 먹을 수 있다.


어렸을 적, 양파나 큰 덩어리의 파를 먹을 때 눈을 찡긋하거나 씹지않고 삼키기 위해서 바로 물을 마시지 않는다는 건 마치 어른이라는 징표같았다.




[요리조리 1]

이름: 양파어른과 소세지초딩

재료: 양파, 다진 마늘, 소세지, (기억나진 않지만 새송이 버섯을 몇 조각 넣은 것 같음)

방법:

1. 양파, 소세지, 버섯을 얇게 썰어놓는다.

(양파를 썰 때 울지 않는 일이 거의 없다. 눈물이 나는데 슬프지 않는 특이한 경험)

2. 약간 번거롭지만, 소세지는 물을 삶아서 데쳐먹는 게 불순물 제거에 좋다.

(물 끓이기가 귀찮다면, 전자렌지나 전기포트를 이용하는 센스 발휘!)

3.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을 약간 넣고 마늘 향을 낸다.

(볶는 요리에는 거의 시작을 이렇게 합니다. 주방에서 기름에 볶아지는 마늘 향이 나는 게 왠지 근사해서 ^^)

4. 썰어놓은 재료들을 후라이팬 위에서 달달 볶는다.

(양파는 투명한 빛깔이 돌면 OK! 단단한 정도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 그냥 싹 넣고 같이 볶았다.)

5. 양념은 소금 약간, 후추 약간으로 끝!


요리법인지, 조리법인지 알 수 없게시리 엄청 간단한 이 집밥은 혼자하는 점심 또는 저녁에도 좋다. 양념을 최소화하니 각 재료들 고유의 맛이 살아난다.


단맛이 나는 맛있는 간단한 양파 요리를 원하신다면 강추!

그래도 소세지의 초딩 입맛을 포기하지 못한다면 비엔나 소시지 두 어개 잘게 썰어서 기분을 채워주자!


초딩입맛과 어른입맛이 만나니 더 맛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