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광야를 살다> (이진희 지음 | 두란노)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공간이 있습니다. 달, 남극, 깊은 바닷속 같은...
특별한 이들만 경험할 수 있는 장소이기에 직접 가서 보고, 듣고, 느낀 사람의 말과 글은 다릅니다. 성지순례 다녀오신 분들이 적지 않지만, 성서에 등장하는 이스라엘과 중동, 지중해 연안의 도시, 산, 강, 바다는 여전히 낯선 곳입니다. 특히, 광야는 어떤 공간일까요?
목회자이면서 ‘광야 전문가’로 유명한 저자의 《광야를 살다》는 전작 《광야를 읽다》와 함께 비교적 잘 알려진 책입니다. 아브라함, 모세, 다윗, 예수 그리스도, 사도 바울 등 여러 인물과 이스라엘 민족 전체가 경험한 광야의 의미를 풍부한 인문지리 지식을 바탕으로 조명했습니다. 흥미로운 시각과 신선한 해석이 돋보이는 작품이죠.
처음에 광야의 공간적 특성 – 척박한 땅, 고통스러운 환경에 눈길이 갔다면, 최근 다시 읽으며 집중한 것은 ‘시간’이었습니다. 광야는 분명 물리적 공간인데 저자는 사람마다 겪게 되는 삶의 어떤 시기를 ‘광야’로 읽습니다. 모세가 미디안에서 보낸 40년, 이스라엘 민족의 바벨론 포로 생활 70년, 바울이 회심 후 고향 다소에서 보낸 13년 모두 ‘인생의 광야’로 해석합니다.
광야의 시간은 한 인물이 하나님의 사람으로 성장하는 연단의 길이고, 죄악과 탐욕, 우상숭배에 물든 백성에게 내려진 징계와 형벌의 세월이기도 합니다. 공통점은 이 시간이 모두 하나님의 의도와 계획 안에 있어서 그 끝이 언제인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오직 ‘하나님의 때’에 이르러야 비로소 광야가 끝납니다. 고통스럽지만, 그 안에도 하나님의 은혜와 섭리가 함께 하고, 저마다 이 시간을 통과하며 깎이고, 다듬어지고, 익어갑니다.
저자는 우리가 살면서 광야를 만났다면, 하나님이 그 광야에서 나오게 하실 때까지 겸손하게 견뎌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2년이 다 되어갑니다. 인류가 겪는 이 어려움은 언제 끝날까요? 백신 한 번 더 맞으면 괜찮을까요? 연일 수천 명 넘게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뉴스 앞에서 이것이 그분이 준비하신 ‘광야의 시간’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 해를 보내고, 예수 그리스도 오심을 기다리는 12월, 신의 섭리와 계획, ‘인생의 광야’를 생각하며 다시 읽고 싶은 책 《광야를 살다》, 깊고 유익하고 재미있습니다.
- 2021년 12월, 큰나무교회 가정예배서 <오순도순 한마음>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