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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PD의 잡학다식 Dec 27. 2021

부자유친

부드럽고 자상하게 유연하고 친절하게

1. 나이 들면서 좋은 점은 좀처럼 화를 내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가슴에 불이 많아서(라기 보다 수양이   탓이지... ) 불과 2~3 전만 해도 쉽게 흥분하고, 벌컥하기 일쑤였는데 12월이  지나가는 올해를 돌아보니 잔소리와 푸념을 늘어놓거나 더러 논쟁을 하기는 했으나 정색 하고 낯을 붉힌 일은 거의 없지 싶다.

 

 2. 일은 대체로 비슷하고(양과 질 면에서), 답답한 제도, 규칙, 시스템(이를테면 *나라도움)이 전보다 줄어들지는 않았다. 게다가 주변에 이기적인 사람, 버르장머리 없고 예의 없는 인간들이 늘 일정한 숫자로 존재하는 걸 보면, 확실히 좀 너그러워진 것 같기는 하다.


3. 오늘 퇴근 무렵, 멀쩡히 좋은 회사(남들이 겁나 부러워하는) 다니는 사람이 어이없는 실수를 해놓고 전화 한 통 없이 태연히 이메일을 보내 통보했다. 아주 건조하게. 허허 참.

 한 해를 결산해야 할 시점에 뒤로 서너 스텝은 더 돌아가서 잘못된 부분을 고쳐 놓고, 다시 앞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랄까?


4. 방송판에서 만나는 실무자들은 이제 후배라기보다 너무 어린 친구들이라 따져 묻기보다는 그냥 잘 알려주고, 덮어주고(그의 보스들이 모르게), 어떻게든 해결해 주려고 한다. 내 회사 후배들 또한 그렇게 보일 수 있으니까…


5. 살짝 당황했으나 차분히 카톡, 전화, 문자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방법을 찾아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느라 퇴근이 두 시간 늦어졌지만, 괜찮다. 까짓꺼 뭐…


6. 20년 전 나는 훨씬 한심했고, 실수 투성이였다. 지금 친구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다는 걸 분명하게 알고 있다. 그러니 그때 업계 선배들이 얼마나 너그러웠는지 새삼 고맙고 감사하다. 그러고 보면 나이 드는 일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닌 듯…

 퇴근길, 밤공기가 어제보다 많이 부드러워졌다.


#부자유친_부드럽고자상하게유연하고친절하게

#Everything_happens_to_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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