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 힐, 성공학, 인듀어
최근 2030 세대들의 목표는 '성공'이라는 단어로 함축될 수 있다. 성공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목표가 모두 같다면 경쟁은 치열할 것이다. 승자가 있으면 반드시 패자가 있는 제로썸(Zero-Sum) 게임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성공은 많은 자산과 높은 명예를 뜻한다. 그래서 성공의 승자는 항상 소수였다.
2010년대 중반, 스스로 성공이 무엇인지 규정하고 자신만의 성공을 추구해야 한다는 자기만족적 '성공론'이 유행했다. 방법론적인 자기 개발서보다 인문학이 주목을 받았다. 사람들은 역사를 탐독했고, 정의가 무엇인지 이야기했으며, 마음을 편히 먹고 인생을 즐겨야 한다고 말했다. 욜로라는 단어를 잘못 이해하고는 저축 없이 소비만 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가 급변하자 사람들은 소비보다 '부'에 더 관심을 가진 듯하다. 똑똑한 작가들은 미국에서 시작한 '경제적 자유'와 '수동적 이익'. '수익 파이프라인'이라는 단어를 수입했다. 이제 '아마존으로 만 달러 벌기'는 한국에 들어와 '쿠팡/스마트스토어로 천만 원 벌기'가 되었다. 많은 회사원들은 월급 이외 소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21년 잡코리아/알바몬에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개인의 능력이 성공요소라는 의견이 5년 전보다 약 20% 상승했다. 주목할만한 변화다. 2020년과 2021년은 투자와 관련된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놓였다. 돈와 미래 유망 분야에 대한 책은 지금도 서점 상단을 차지하고 있다.
개인의 능력으로 성공을 거머쥘 수 있다고 생각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제로썸 게임의 성공을 원한다면 우리는 아주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패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람들은 성공 방정식을 알고 싶어 한다. 그리고 성공 방정식을 외치는 사람들 역시 매우 많다.
성공 방법은 평범한 것이다
성공 방정식이 가장 많이 공개되어 있는 곳은 유튜브(Youtube)다. 유튜브에서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며 자신만의 성공 방법을 주장한다. 그 방법이 실제로 유용할까? 우리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럴싸해 보인다.
어떤 분야든 능력이 전이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1) 내부요인(ex : 지식, 기술)은 무엇이고 외부요인(ex : 환경, 운)은 무엇인가? 내부요인만 전이된다.
2) 그러한 내부요인는 말이나 훈련을 통해 전이(전달)될 수 있는가?
성공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나폴레옹 힐은 20년에 걸쳐 500여 명의 부호들을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마침내 책 한 권이 되었다. 자기개발서의 바이블인 Think & Grow Rich(생각하라, 그리고 부자가 되어라)다. 그의 책에는 '명확한 목표를 세워라', '생각을 적어두고 아침마다 읽어라.', '계획을 세우고 지키면서 자존감을 높여라' 같은 뻔한 이야기가 적혀있다.
하지만 그의 책이 위대하다. 자기개발 홍수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그의 말은 당시만 해도 생소한 주장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인터뷰의 사례를 풍부하게 담았고, 공통사항들을 개인이 적용할 수 있도록 말끔히 정리했다. 요즘 유행하는 '미라클 모닝'도 이미 80년 전 나폴레옹 힐의 책에 언급되어 있다.
적어도 유튜브에서 내가 본 사람들은 이 두 기준에 합당한 이가 한 명도 없었다. 그들은 성공을 모두 내부요인, 즉 본인 능력으로 얻어냈다고 말했다. 유튜버들은 시청자들이 자신처럼 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그들은 자신의 내부요인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정리하지 않았고, 더욱이 전달될 수도 없는 것들이었다.
보통 개인 한 사람의 성공 방법은 당사자의 성향과 능력, 경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노하우를 직접 적용하기 매우 어렵다. 노하우 전달을 성인교육에서는 '역량 이전'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필요한 공통 역량을 찾고, 적용될 수 있는 부분만 도려내야 하며, 적절한 교육방법을 찾고, 적용한 후에 결과를 확인하고 수정하는 과정까지 필요하다. 마치 임상실험과 같다.
유튜버들의 성공론이 이렇게 검증되어 있는가? 한 사람의 성공 방법으로 다른 이를 성공시켜주겠다는 말은 효과를 보증하지 못한다. 정작 그들이 강의에서 파는 것은 나폴레옹 힐의 아류작 수준이다. 거짓말쟁이들도 많다. 그들은 성공을 알려주는 강의로 성공한다.
바이블이 되는 책 한 두권만 읽으면 우리는 쉽게 성공 방법을 알 수 있다. 대다수의 자기개발 바이블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뻔해 보일수록 진리에 가깝다. 우리는 이미 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자기개발 이론을 접한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방법론이 아니다. 성공 방법이 현실에서 어떤 모습으로 구현되고 있는가? 성공사례를 아는 것이 핵심이다.
다람쥐가 도토리 모으듯 성공사례를 모으자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고 싶거나 새롭게 도전을 꿈꾸는 사람은 성공사례를 수집하고 모아야 한다. 성공 사례는 그 자체로도 도움이 된다. 어떻게 처음 시작해야 하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고, 맞닿뜨리게 될지도 모를 상황을 그려볼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공사례를 찾고 확인하는 이유는 노하우를 배우기 위함이 아니다. 자신의 믿음을 바꾸기 위해서다.
국가대표 운동선수이자 물리학자인 알렉스 허치슨은 저서 '인듀어'에서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바로 육상선수인 로저 배니스터의 사례다. 당시 중거리 육상에서는 1,600미터를 4분 내에 주파하는 것이 숙원이었다. 로저 배니스터는 1954년, 인류 최초로 1,600미터를 4분 내에 주파한다. 마의 4분 벽이 깨진 것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다. 로저 배니스터가 4분의 벽을 깩 바로 그다음 해, 37명의 선수가 그 기록을 깼다. 평생 깨지 못했던 기록인데 1년 만에 인류가 진화를 한 것일까? 아니면 혁신적인 훈련법이 등장한 것일까? 모두 아니다. 로저 배니스터가 '4분은 불가능한 숫자가 아니다'는 것을 보여준 것 말고는 큰 변화가 없었다.
사람은 누군가가 해내면 나도 그것을 해낼 수 있다고 믿게 된다. 그리고 믿음은 행동이 되고 성과가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자신의 한계는 단순히 주관적인 생각이다. '인듀어' 역시 "한계는 뇌가 만들어낸 망상이다"라고 끝맺음을 한다.
대한민국에서 군대를 갔다 온 사람이라면 '인듀어'를 읽고 고개를 끄덕일지 모른다. 군대에서는 옆의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나도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계속 해내는 체험을 한다. 더불어 인간은 쉽게 죽지 않는다.. 도 배우지만..
믿음이 바뀐다면
믿음은 생각에서 시작하며, 증거를 수집하여 만들어진다. 몇 개의 정보와 경험에서 시작된 생각이 믿음의 밑그림이 된다. 증거는 이를 생생하게 색칠한다.
만약 어떠한 계기로 스스로를 '섹시'하다고 믿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의 뇌는 스스로가 섹시하다가 증거를 찾게 될 것이다. 나의 손질된 반영구 눈썹과 튼실한 엉덩이 또는 애인의 칭찬이나 최근에 딴 자격증도 증거가 될 수 있다.
'좋은 대학을 나와야만 부자가 된다'라고 믿는다면 그 증거는 수 없이 찾을 수 있다. 반대로 '학벌은 부자가 되는데 방해만 된다'고 믿으면 그 역시 증거를 찾을 수 있다. '어떠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망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를 왜 지지하면 안 되는지 수많은 증거를 대며 토론할 것이다.
더 많은 사례와 증거를 찾을수록 생각은 튼튼해진다. 이제 생각은 자신이 찾아낸 증거를 바탕으로 믿음이 된다. 믿음은 근거가 쌓일수록 더 큰 확신이 되고, 우리는 그 확신을 신념이라고 부른다. 신념은 한 번 생기면 바꾸기 어렵다. 그래서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는 말이 통하지 않는 법이다.
신념이 만들어지는 프로세스는 우리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다. 우선 제대로 된 생각을 해야 한다. 생각부터 잘못되면 잘못된 신념이 생긴다. "일단 회사를 다니면 어떻게든 잘 살게 될 거야"라고 생각한다면 우리 뇌는 그 증거를 찾을 것이다. 그 믿음의 끝이 어디로 향할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생각보다 평범한 많은 이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기자 생활을 그만두고 몇 년 동안 책을 쓴 후 성공적으로 등단해 활발하게 활동하는 소설가, 100만 원짜리 사업을 100억짜리 사업으로 키운 퇴직자, 50개의 앱을 만들어서 월급보다 많은 수익을 내는 문과생, 투자에 성공해 평생 쓸 돈을 모아 제주도에서 은퇴한 이들까지 성공 사례는 다양하고 풍부하다.
성공 사례를 볼 때는 되도록 가공된 글보다 인터뷰가 좋다. 나폴레옹 힐이 500명을 인터뷰했듯, 길고 장문의 인터뷰일수록 상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다. 요즘은 특집 기사나 인터뷰들도 많다. 강연회를 통해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다면 그 또한 행운이다.
평범하고 뻔한 성공론을 어떻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구현했는지 분석하면서 머릿속에 넣어두자. 좋은 생각과 더불어 믿음은 근거를 찾아 점차 신념이 될 것이다. 놀랍게도 신념은 용기의 재료다. 그리고 용기는 인생의 대부분의 것을 결정한다.
[참고기사]
http://www.gy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2977
['인듀어' 인터뷰/요약 설명]
https://youtube.com/watch?v=YiB9HHhYwMY&feature=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