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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문학도 Dec 30. 2021

수도승처럼 살면 인생이 좋아질까요

토니 라빈스, 도파민형 인간

 한동안 '나는 왜 이렇게 나약하고 게으르고 충동적인 걸까?'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 모든 일에 쉽게 불타오르고, 쉽게 식는 건 아닌지 자책도 함께였다. 작심삼일은 일상이었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강력한 억제와 강요가 필요해보였다. 그러나 자유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회사에 들어와 배운 MBTI와 애니어그램, 호건 진단, 버크만 검사 등이 자신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그 어떤 진단도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나는 여전히 시도한 일에 금방 질리고. 결심하기를 반복했다.  괜찮은 결과를 거둔 것들도 있었지만 새해마다 결심하는 운동하기, 영어 공부하기, 커피 끊기 등은 매번 오래가지 못했다.


 'Money'와 '무한능력'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동기부여 전문가인 토니 라빈스는 이와 같은 상태를 냉정하게 말했다. 그에 따르면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유는 '충분히 고통받지 않아서'였다. 도저히 안 하고 못 배길 정도로 한계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때때로 동기부여 책이나 좋은 글을 읽고 "그래 맞아! 지금 당장 무엇인가 시작해야 해. 우리의 미래를 바꿔야 해"하고 다짐한다. 하지만 이 감정은 오래가지 못한다. 다시 일어나 출근을 하고, 퇴근 후와 주말에도 항상 하던 것들을 한다. 여전히 주변 환경에 그때그때 반응하며 주어진 것을 해나가는 삶이다.


 토니 라빈스의 조언처럼, 만약 회사를 그만둔다면 우리는 충분히 고통받을 것이다. 그럼 무엇인가 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한계에 도달하게 된다. 괴로움 때문에 우리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법을 찾을 것이고, 이는 새로운 행동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새로운 행동은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토니 라빈스의 논리다.


도파민은 착하면서도 나쁜 친구다.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 매번 우리를 고통스러운 환경에 집어넣을 수는 없다. 오히려 고통스러운 환경에서는 도피성 쾌락에 빠지게 된다. 20대에 행정고시를 합격한 한 선배는 절에 갇혀 1년 내내 공부하며 콜라만 마셨다. 절에서 나왔을 때 선배는 합격증과 함께 90kg의 몸무게를 얻었다. 고통스러운 시간을 콜라로 견뎌낸 것이다. 이제 다이어트 콜라만 마시는 그는 행정고시보다 다이어트가 더욱 힘들다고 말한다.


 행동과학 분야의 최고 석학인 대니얼 Z. 리버먼 교수는 저서 '도파민형 인간'에서 '도파민'을 활용해 우리의 행동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콜라를 마시지 않아도 즐겁게 시험 준비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중독과 탐닉의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도파민'이 어떻게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것일까? 생소한 연구결과다.


 우리의 뇌는 예측 불가능한 일을 갈망하도록 만들어졌다. 여러 가지 가능성과 기대를 양분으로 미래를 그린다.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흥분은 인간의 활동 동력이다. 반면 뇌는 익숙한 것에는 놀랍게도 무심하다. 사람들은 언제나 익숙한 것은 무시한 채 아직 갖지 못한 것들을 갈망하고 소망한다. 도파민은 바로 이때 작동한다.


 도파민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호르몬이다. 맛깔나게 차려진 음식을 보는 사람들 머릿속에는 도파민이 활성화된다. 지금 당장 그 음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음식은 본능적으로 매력적이다. 도파민은 자동적으로 우리의 욕망을 자극한다. 생존에 유익한 것이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도파민은 눈 앞에 있는 것을 당장 원하게 만들고, 우리는 배가 고프지 않아도 음식에 손을 댄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먹는 행동, 충분히 했다고 느끼면서도 계속하게 되는 게임과 인터넷 쇼핑, 스릴감 넘치는 위험한 행동, 눈앞에 보이는 각종 쾌락의 반복 뒤에는 도파민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도파민은 쾌락 호르몬이 아니라 기대감 호르몬이다. 도파민은 '하기 전까지만' 우리를 강렬하게 흥분시키고 실제 그 일이 벌어질 때는 나 몰라라 한다. 당장 하고 싶도록 자극하고 기대감을 줄 뿐이다. 기대했던 것을 손에 넣는 순간, 미래가 현실이 되는 순간, 도파민은 흥분, 열정, 에너지와 함께 증발해 버린다. 새로운 장난감 금방 질리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만약 손에 넣은 것이 기대했던 것보다 만족스러지 않으면 더 큰 문제다. 불만족은 도파민을 부추긴다. 후회가 클수록 도파민을 만족시킬 더 큰 자극이 필요하다. 우리는 도파민을 만족시키는데 점점 많은 시간을 쏟게 되고 중요한 여러 일을 포기하게 된다. 별로 재미있지도 않은 커뮤니티 유머글을 몇 시간씩 보거나, 필요 없는 물건을 계속 장바구니에 넣는 것도 도파민을 만족시키기 위한 활동이다.


 이처럼 단기적인 즐거움 때문에 우리는 장기적인 어려움에 빠진다. 단기적인 즐거움이 늘어날 수록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할 시간이 부족하다. 다이어트도, 자격증 시험도, 연애도, 건강 관리도 모두 장기적으로 시간을 써서 얻어내야 하는 것들이다. 가치 있는 것들은 대부분 긴 투자가 필요하고 고통을 감내하면서 이루어진다.


장기적인 목표에 도파민을 쓰자


 다행히도 도파민에는 단기와 장기의 개념이 없다. 우리는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는데도 도파민을 사용할 수 있다. 도파민은 두 가지 회로로 이루어진다. '욕망 회로'와 '통제 회로'다. 둘 다 미래를 살짝 맛보이며 우리는 흥분시키는 역할을 한다.


 무엇인가를 갖고 싶은 욕망은 도파민 욕망회로가, 어떤 종류를 살지, 어떻게 살지를 알아보면서 시간을 쓰는 것은 도파민 통제회로가 담당한다. 도파민 통제회로는 욕망회로를 진정시키고 자신의 계획대로 일을 진행한다. 머리를 쓰고 전략을 짜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낼 때 우리의 쾌감은 두 배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좋은 기분은 도파민 통제회로가 또 주도권을 쥘 수 있게 돕는다.


 운동하는 이들이 치팅데이를 갖는 것도 도파민 통제회로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평일의 달콤한 음식도 맛있지지만, 참았다가 치팅데이에 먹는 쾌감과 멋진 몸매를 보는 만족감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평일을 참아낼 수 있다. 어떤 이들은 멋진 몸매를 자랑하는 것이 너무 좋은 나머지 매일 아침 운동을 갈 것이다. 거대한 장기 보상은 눈앞의 작은 보상을 이긴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도파민 욕망회로가 폭발적이고 불타는 폭력이라면, 도파민 통제회로는 차가운 복수와 같다. 둘 다 본능적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하지만 방식이 다르다. 그리고 복수가 폭력보다 몇 배의 만족감을 준다. 사람은 현재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미래의 보상을 극대화하는데 마음을 집중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도파민 통제회로를 자주 사용할 수 있을까?


도파민 간헐적 단식


 2019년 실리콘밸리에서는 '도파민 금식'이 유행했다. 최첨단 장비와 하드웨어, 최신의 소프트웨어와 프로그램이 즐비한 실리콘밸리에서 자극을 절제하자는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트위터 CEO였던 잭 도시는 도파민 금식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었다.


 도파민 금식에 참여한 사람들은 일정 기간 동안 게임이나 영화, 자극적인 음식 등을 멀리했다. 스마트폰과 SNS는 당연했다. 맛있는 음식이나 예쁘고 멋진 셀럽들 사진만 봐도 도파민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도파민에 중독된 뇌는 자극에 금방 적응한다. 그럼 뇌는 더 많은 도파민을 분비하기 위해 더욱 자극적인 것을 요구한다. 도파민 금식은 수도승처럼 삶의 쾌락을 제거해 도파민에 중독된 뇌를 초기화시키는 작업이다.


멍 때리기도 어떤 면에서 도파민 금식과 같다 @나혼자산다


 도파민 금식에 대해 '지나치게 절제가 과하고, 과학적 근거도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다. 도파민이 반드시 나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도파민 금식이 중독성 있는 요소를 줄이는데 도움된다는 점이다. 이는 충분히 과학적이다.


 도파민은 행동에 따라 각각의 경로를 만든다. 음식에 반응하는 도파민 경로와 연예인 사진에 반응하는 도파민 경로는 각각 다르다. 그리고 이 경로는 사용하지 않으면 점점 사라진다. 이렇게 경로가 사라지는 것을 '뇌 가소성'이라고 한다.


 도파민 경로가 너무 많으면 도파민이 과도하게 발생되고, 정작 다른 곳에 쓰기에 부족해진다. 도파민이 부족하면 의지력도 사라진다.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도록 채찍질하는 것이 바로 도파민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경로가 적어져 도파민이 넉넉할수록 우리의 의지도 늘어난다.


 이렇게 도파민 금식은 '뇌 가소성'을 자극한다. 욕망을 자극받은 일이 줄어들수록 도파민 욕망 회로를 자극하는 경로들이 점점 사라진다. 도파민을 소진할 일이 줄어들면 우리의 의욕은 더욱 넘친다. 작은 것에도 금방 자극받고 더 흥분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에서는 한 번 읽었던 소설조차 재미있을 것이다.


 퇴근 후 피곤함을 견디고 공부하는 것, 주말에 누워있고 싶은 욕망을 이기고 창업 워크샵에 나가는 것, 웹툰 보는 시간을 줄이고 자격증 정보를 찾아내는 것, 장기적으로 큰 보상을 주는 모든 것들이 도파민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단, 그전에 우리가 쓸 수 있는 도파민이 충분해야 한다.


 우리의 일상에서 가장 쉽게 해 볼 수 있는 도파민 금식은 '명상'이다. 오늘 하루는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아무 생각 없는 시간을 잠시 가져보자. 5분 만이라도 좋다. 머리를 비운 뒤 눈을 떴을 때, 우리는 새로운 욕망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부디 그 욕망이 회사원인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면 좋겠다.





https://www.hani.co.kr/arti/science/future/917626.html


https://sensulato.tistory.com/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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