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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문학도 Dec 28. 2021

정신도 근손실이 있다

직무 스트레스 진단, 통제력 회복

 2015년 문제의 영화, 위플래쉬가 개봉했다. 당시 우리 회사 리더들은 열광했다. 모두 앞다투어 위플래쉬에서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고 외쳤다. 영화 제목은 'We Flash'가 아니라 'WHIPLASH'였다. 채찍질이라는 뜻이다. 리더들은 자신의 폭언과 폭력도 완벽한 일처리 앞에서는 모두 합리화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위플래쉬'를 리더십 교육 영상으로 쓰자고 했을 때, 나는 손사래를 쳤다. 회사를 광기의 장으로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몇 년 전 '잡스'를 사용한 것만으로 충분했다. 리더들은 아쉬운 표정이었다. 그들은 사이코패스인 플래쳐 교수를 사랑했다. 의지박약인 후배들은 채찍질을 해서라도 데려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리더인 줄 아는 보스가 많다.
막내는 회사가 너무 힘들다


 2010년 중반 회사에서는 '직무 스트레스' 조사를 실시했다. 자신의 일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스트레스는 얼마나 받고 있는지 측정하는 조사다. 결과는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만족도가 높았다. 사원급이 제일 별로였고, 팀장급이 가장 해피했다. 결과를 본 리더들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들은 당장이라도 나약한 사원들에게 위플래쉬를 할 기세였다. 어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외쳤다.


 직무(하는 일)에 대한 스트레스 수치보다 중요한 것이 직무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심리적 자원이다. 심리적 자원은 불을 끄는 소화기다. 자원이 많은 사람들은 높은 스트레스도 잘 이겨낸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심리적 자원을 충분히 비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원급들은 심리적 자원이 모든 직급들 중 가장 낮았다.


 자원은 총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1) 여가활동 : 여가활동을 충분히 하고 있다면 스트레스를 잘 견디어 낸다. 잘 놀면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

 2) 자기관리 : 인생을 스스로 컨트롤한다는 기분이 스트레스를 견디게 한다. 내 삶도 못 챙기는 것 같으면 스트레스는 더 커진다.

 3) 사회적 지지 :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가정과 팀의 화목은 언제나 중요하다.

 4) 합리적/인지적 대처 : 회사에서 의사결정권이 없는 사람은 상황을 대처할 수 없고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


@WYP교육컨설팅


 한 마디로 충분한 여가시간을 갖지 못했거나,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닌 것 같거나, 배우자와 사이가 안 좋거나, 회사에서 의사결정을 못하는 사람일수록 스트레스에 약하다. 바쁘고, 혼란스럽고, 가정이 없고,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들은 어떤 직급에 가장 많은가? 이는 모두 통제력과 연결된다.


 팀장급들은 이러한 분석 보고서를 읽고 간단한 처방을 내렸다. 바로 '권한위임'이었다. 일과 책임감을 주면 본인이 일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니 다 좋아지지 않겠냐는 의견이었다. 그들은 일을 후배에게 넘기고 위플래쉬 교수처럼 채찍을 들었다. 여전히 보고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진단 이후 사람들은 더욱 '통제' 당했다.


 이는 내가 근무했던 회사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직급이 낮은 사람들은 얼마나 통제력을 가지고 인생과 조직을 대면하고 있을까?


정신적인 근손실을 피하자


 인간의 정신적인 능력은 신체와 비슷하게 강화되거나 퇴화된다. 쓰면 쓸수록 근육처럼 강해지고, 쓰지 않으면 근손실이 온다. 뇌과학을 통해 증명된 사실이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은 결단할 수 없다. 반대로 결단할 수 있다면 그것은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결단력과 통제력은 하나다. 그러니 자주 결단을 하지 않으면 결단력뿐만 아니라 통제력도 퇴화된다. 통제 할 수 없는 일상은 주도권 없는 삶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주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하루에 얼마나 자주 결단하고 있는가?


 정해진 데로만 움직이면 결단할 일이 없다. 회사원들은 정해진 것이 너무 많다. 통제력 없이 정해진 것만 하면 스트레스에 취약해진다. 퇴근 후에 무엇인가를 하려고 해도 정신력을 소비한 나머지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통제력이 떨어지면 스트레스를 막아낼 방도가 없다. 그런 상황에서 의지를 발휘할 수 없다. 의지는 에너지다.


 감옥에서 수감자들의 의지를 없애는 방법은 간단한다. 모든 것을 통제해 결정권을 빼앗아 버리면 된다. 무엇을 할지, 무엇을 먹을지, 어떤 생각을 할지 정해준다. 그럼 수감자들은 스스로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되어간다. 탈옥은커녕 지속적으로 하는 일도 없어지고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낸다. 끔찍한 일이다.


그만 때리세요. 이 친구도 피해자예요.


의지를 회복하자


 의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잦은 결단을 통해 통제력을 길러야 한다. 내가 인생을 통제하고 있다는 생각은 스트레스를 이겨낼 자원이 될 뿐만 아니라 에너지도 만든다.


 직급이 높지 않아도 개인생활에서 충분히 결단 내릴 수 있다. 조던 피터슨 교수는 저서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 6번째 법칙으로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를 꺼냈다.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자신의 삶을 바꾸기로 결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정확히 아침 7시 20분에 일어나는 것, 이부자리를 개는 것, 반드시 아침을 먹는 것. 모든 것이 결단이다. 정한 것을 한 두 번 못해도 괜찮다. 중요한 결단하는 행동 그 자체다. "오늘은 이것을 반드시 해야지!" 결단하는 행위가 삶의 통제력을 높인다. 놀랍게도 지속적으로 결단 내리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이 생기고 감정 상태가 좋아진다.


 일상생활에서 결단력을 연습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저의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 왜 해야 하는지 알고 있지만 행동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한 번에 너무 큰 것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학창 시절 내내 '큰 꿈을 가져라'는 잔소리를 들어왔다. 맞는 말이지만 이번에는 예외다. 이번 목적은 목표 성취가 아니라 결단 연습이다. 너무 큰 목표는 방해만 될 뿐이다.


결단력을 위해서는 170원이 적당하다


 온라인 강의를 하나 듣거나. 글을 하나 쓰거나. 그림을 하나 그리는 것으로 충분하다. 아니 온라인 강의 사이트를 서칭하거나, 글을 한 줄 써보거나, 스케치북을 꺼내는 것으로 충분하다. 나머지는 내일 하기로 정하면 된다.


 회사원은 그동안 너무 많은 통제력을 잃어왔다. 우리는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운동선수와 같다. 재활은 아주 작은 움직임부터 시작해야 한다. 당장 노트를 꺼내서 하고 싶은 일 중 가장 쉬운 것을 계획해보자. 너무 작아서 1분이면 해버리는 일도 괜찮다. 매일 하는 결단은 우리를 다시 건강하게 회복시킬 것이다. 회사 직급이 오르면서 조직 내 통제력이 커지는 것은 덤이다. 어찌되었든 우리의 의지는 점점 나아지고 있다.




[참고자료]


통계조사가 2020년 이후로 거의 진행되지 않아 2019년 자료를 첨부합니다. But 의미 있는 통계입니다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90719000338


랭어와 로딘의 통제감 실험 부분만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infuture.kr/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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