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한번쯤 “쓸데없는짓하지마라”는말을들어봤을것이다. 이 걱정어린 말의 뜻은 ‘가성비떨어지는짓은그만두고성과좋은일을하라’다.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고 고집부리는 나 같은 사람들은 자주 듣게 된다.세상은 쓸데없는 것들로 가득 차있다. 그리고 이 ‘쓸데없는 것’만큼 재미있는 게 또 없다.
‘쓸데 없음’의 반대말은 '유용함'이다. 유용한 것은 때때로 흥미/재미와 반비례한다. 신나고 재미가 있어야 우리 마음속에 '지속성'이 생긴다.입에 쓴 약이 몸에도 좋다는데 유용한 것들은 왜 재미가 없을까.
유용함에 너무 사로잡히면 장황한 목표나 거대한 부, 명예만을 목표로 삼게 된다. 의외로 이런 것들은 우리의 마음을 이끌지 못한다. 압박감을 주기 때문이다. 압박감은 언제나 즐거움의 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유용함과 재미 사이가 멀어지게된 것 같다.
게임을 공부처럼 하게 만들면 중독도 예방된다.
유용하면서도 압박감이 없다면 우리는 쉽게 행동할 수 있다. 즐거운 데다가 결과까지 좋은 일을 마다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세상에 그런 것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 만약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서 압박감을 느끼지 않고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면, 이는 진정한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
왜 해야 하는 걸 시작하지 못할까?
세계 최고의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미래가 현재를 만든다."다고 말했다. 우리는 흔히 '과거의 나'가 모여 '현재의 나'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찰흙처럼 말이다. 지금의 내가 과거 경험의 총합이라는 표현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의 축적이 아니다.
뒤를 돌아보며 과거를 생각하지만 우리의 몸은 언제나 미래로 흘러가고 있다. 때문에 사람은 항상 미래를 마음속에 두고 현재 행동을 결정한다. 그러니 '현재의나'가 '미래의 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의 미래 때문에 현재의 내가 변한다고 생각하는 편이 정확하다.
대학생인 '과거의 나'가 회사원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에 지금 당신이 회사원인 것이다. 만약 다른 미래를 생각했다면 현재의 당신은 다른 모습일 것이다. 마음속에 어떤 미래를 담아두느냐는 모든 선택의 기준이 된다. 부자를 꿈꾸지 않는 자는 당연히 부자가 되지 못한다. 우리는 이러한 행동을 '비전(Vision)'이라고 부른다.
비전(Vision)이 현실이 되는 과정은 생각보다 고단하다. 우리는 현재의 여러 불편함을 참아내야 한다. 유용함을 위해 어려움을 견디는 행동이다. 그러나 불편함은 금세 압박감과 연결된다. 미래를 위해 해야 하는 것들이 명확해도 매번 시작하기 어렵다. 우리가 타고난 게으름뱅이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미래에 대한 의지가 부족해서 그런 걸까?
당장 시작하지 못할 이유가 너무 많다
많은 심리학자들은 압박감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성과를 내는 모든 것들엔 스트레스가 딸려온다. 마치 불을 피우면 연기가 나는 것과 같다. 스트레스 때문에 멋진 미래를 구상하는 것만으로는 '현재의 나'를 변화시킬 수 없다. 변화에는 '비전(Vision)'과 함께 '동기(Motivation)'라는 재료가 필요하다.
조직과 개인을 연구하는 산업 심리학, 조직 심리학에서는 동기부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행동과 동기는 뗄 수 없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충분히 동기가 부여되면 우리는 압박감 없이 기꺼이 행동을 한다. 그러니 당장 원하는 것을 시작하기 위해서비전과 함께 동기가 가득 차야 한다.
동기의 의미
‘프레임’과 ‘굿 라이프’의 저자인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님은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상위 프레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상위 프레임은 고차원적인 질문으로 세상을 다시 보는 방법이다. 고차원이란 본질에 대해 묻는 것이다. 의미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행동이다.
충동 쇼핑은 다들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충동 자원봉사를 해본 적 있는가?
가치 있는 일은 절대 충동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애초에 한 번하고 말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속하기 위해서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 왜 하는지 의미만 찾을 수 있다면 계획과 실행도 해결된다. 큰 질문을 해결하면 작은 질문의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골든 서클 이론으로 유명한 미국 작가 사이먼 시넥 역시 사람의 행동에는 '의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유능한 마케터인 그는 애플(Apple)의 아이폰을 예로 들어, 구입을 유도하는 행동의 핵심은 Why(의미)라고 말한다.
아이폰의 마케팅 흐름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더 나은 삶과 일상에서의 혁신을 추구합니다 (Why). 우리는 아름다운 디자인, 편한 사용감, 소중한 사람과 소통하는 제품을 만듭니다. (What). 아이폰은 아름다운 외관, 간편하고 빠른 UX/UI, 혁신적인 화상 통화와 음성 인식 프로그램을 가진 제품입니다. (How). 온라인에서도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아, 물론 할인은 없습니다.
@매일경제 MBA
사이먼 시넥은 아이폰의 디자인이나 기능(How)이 아니라 제품을 만든 의미, 혁신이라는 메시지 덕분에 제품이 팔린다고 말한다. 디자인이나 기능은 얼마든지 의미에 따라 바꿀 수 있다. 그리고 기능만 홍보하는 회사들도 많다. 그러나.
오직 의미(Why)만이 사람을 행동하게 만든다.
인간의 행동은 대뇌의 '변연계'가 통제한다. 이는 사람의 감정도 책임지는 부위다. 감정과 행동은 같은 곳에서 통제를 받는다. 따라서 우리가 의미를 찾는 행동, 무엇인가에 대한 믿음, 목적(Why) 등은 우리의 감정을 강하게 자극한다. 그리고 그 자극은 변연계와 연결되어 행동을 통제한다.
인간이 감성으로 결정하고 이성으로 합리화하는 동물이라는 사실은 뇌과학을 빌리지 않아도 알고 있다. 나에게 의미가 있는 물건이라면 사야 될 이유를 오백만 가지는 생각해낼 수 있고, 마음 상해 누군가와 절교하고 싶다면 그 사람이 싫은 이유를 만 개 정도 찾을 수 있다.
결국 의미가 있어야 우리 몸도 그것을 하게 된다. 그러니 원하는 것들 당장 시작하고 싶다면 '미래의 모습'과 함께 그것을 해야 하는 '의미'를 찾아야 한다. 단순히 '좋고 대단한 것'은 우리의 감정을 움직이지 못한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아.. 왠지 하기 싫네요."가 되는 것이다.
세상에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없다. 꼭 출근해야 하는 이유는 없다. 꼭 회사를 다녀야 하는 이유도 없다. 퇴근 후에 반드시 무엇인가를 열심히 해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런 것들을 안 한다고 당장 죽지 않는다. 단, 그것이 나의 미래 모습과 관계가 있거나, 나에게 의미가 있다면, '열심히'라는 단어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시작하게 될 것이다.
원하는 것을 당장 시작하지 못한다고 괴로워하지 말자. '원한다고 생각한 것'이 우리의 비전과 관련 있는지, 충분히 동기부여될 정도로 의미 있는지 검토가 우선이다. 비전도 의미도 부족한 일에 마음을 쓰고 있었다면 과감하게 '행동 리스트'에서 지워버리자. 반대로 비전과 의미를 찾았다면 포스트잇에 써서 책상 앞에 붙이자. 이것은 현재를 잊지 않도록 '내일의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내일은 내일의 나에게 넘기자.
참고자료
[Why-What-How 골든 서클에 대한 시넥의 TED 강연입니다. 당시 초기 이론 같지만, 현재는 조직관리와 마케팅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이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