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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24. 2021
회사원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메타인지, 행복 심리학
월급쟁이였던 나는 월요일마다 회사를 그만두는 꿈을 꿨다. 출발 30분 전에 일어나 ‘오늘은 아프다고 할까?’ 잠시 자신과 토론을 벌였다. 지하철에 몸을 싣고 출근하는 길에 퇴근을 꿈꿨다. 공무원이 되었거나 개인사업을 하는 친구들이 나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회사원이 부럽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이제 제법 자리잡은 사업가 친구의 말은 빈 말이 아니었다. 직원이 늘어날수록 친구의 얼굴은 점점 늙어갔다.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공무원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민원에 시달리고,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시달리고, 고위 공무원들에게 시달렸다. 우리는 술자리만 생기면 자신이 하는 일이 얼마나 청춘을 낭비하는 일인지 자랑하기 바빴다.
나의 경찰, 소방공무원, 공공기관 전문직 친구들은 만족도가 높지 않다. 설문은 진짜일까?남의 인생은 내 것보다 빛나 보인다
회사를 나가 성공한 사람들의 삶은 너무 근사하고 영화같다. 좋은 것들을 너무 쉽게 얻어낸 것은 아닌지 질투심마저 들 정도다. 물론 그들은 고난의 행군 속에서 성공을 얻어냈다. 하지만 우리도 매일 고생하기는 매한가지 아닌가? 지옥철과 출근 교통난, 사무실에 갇혀 저녁에 퇴근하는 삶이 고생아니면 무엇이겠는가? 회사원들에게는 밖에 있는 모든 것이 좋아 보인다.
우리가 보는 다른 사람의 인생은 하이라이트다. 하이라이트에는 그 간의 고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회사원은 사업이 쉬워 보이며, 사업가는 공무원이 쉬워 보이고, 공무원은 회사원이 쉬워 보인다. 지금까지의 노력을 다른 일에 투자했다면 무엇이든 성공적으로 해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주인공인 우리는 이 고된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 비하인드 스토리가 무엇인지, 얼마나 많은 수고가 필요한지,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는다. 우리의 하루는 길고 지루하며, 한편으로 너무 빨리 지나간다. 연말이 되면 많은 것들을 한 것 같지만 정작 하나도 한 것이 없어 보인다.
2021년을 돌이켜보는 나의 마음.. @즐거우리 우리네 인생자신의 축구 경기는 경기 90분뿐만 아니라, 경기 전부터 쌓아온 고된 훈련과 락커룸 분위기까지 다 신경 알고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시합은 슈팅 위주로 편집된 5분 하이라이트만 챙겨 본다. 자신의 삶은 비하인드만 보고 있고, 남들의 삶은 하이라이트만 보고 있으니 항상 불만이 생긴다. 사업가와 공무원의 좋은 점만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다.
왜 우리 눈에는 남들의 하이라이트만 보일까?
그 이유는 인간의 심리 구조 때문이다.
우리 생각은 너무 주관적이고 비현실적이다
우리의 뇌는 불충분한 정보가 있을 때, 그 빈칸을 상상으로 채워 넣는다.
잠시 학창 시절로 돌아가, 학교 앞 식당에 들어갔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은 그날의 반찬이 나오는 한식 백반을 주문한다. 잠시 후 이모님께서 반찬을 가득 채운 쟁반을 들고 와 식탁 위에 놓는다. 쟁반에는 어떤 반찬이 있는가? 콩자반, 시금치 무침, 깍두기는 있는가? 찌개는 어떤 찌개인가? 매콤한 냄새가 나는가? 밥은 흑미밥인가? 흰쌀밥인가? 제육볶음이 서비스로 나왔는가?
이 글을 함께 읽는 동안 우리 뇌는 언급하지 않은 부분을 상상으로 채운다. 분명 위에서 언급한 반찬 이외의 새로운 반찬이 쟁반 위에 있었을 것이다. 음식을 담아온 쟁반의 모양과 식기의 재질도 마음대로 상상했을 것이다. 이모님은 어떤 스타일이고 어느 정도의 나이인가? 아마 상상했을 것이다. 식당 풍경에 대해 말하지 않았지만 내부 크기와 인테리어도 뚜렷하게 상상이 된다.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상상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요즘 핫한 IT 개발자의 삶은 어떨까? 퇴사하고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스타트업을 시작한 사람은 어떻까? 에세이 작가와 미술가의 일상은 어떨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무엇인가를 예측할 때, 우리가 모르는 부분은 상상으로 메워진다. 게다가 상상의 재료는 대부분 과거 경험이나 최근 이미지에서 비롯된다. 그러니 더욱 실감나고 현실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의 상상과 예측은 현실을 그대로 담은 사진이 아니다. 마음대로 그린 그림에 가깝다.
회사원은 그 어떤 직업보다 비즈니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회사원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회사 구성원이라는 점이다. 즉, 조직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회사가 어떤 곳인지 안다는 점이다. 회사원은 무엇을 하든 조직을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조직 안에 어떤 기능이 있는지, 그 기능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
"에이 그게 무슨 장점입니까?"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회사원이 아닌 사람은 잘 모른다. 대학생들이 회사에 대해 잘 모르는 것과 같다. 우리도 경찰 공무원이 어떤 기능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있지 않은가?
회사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비즈니스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고 있다. 이는 굉장한 장점이다. 일하고 교육받으면서 많은 비즈니스 능력도 몸에 익혔다. 회사원은 이미 전화받는 것부터 다르다. 많은 사업가들이 회사나 조직생활을 해본 후에 창업하기를 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회사원은 직업을 바뀌는데도 유리하다. 기회가 된다면 공무원이 될 수도 있고, 창업을 할 수도 있으며, 자영업을 시작할 수도 있다. 공무원, 사업가, 자영업자들이 회사원이 되는 것보다 쉽다. 회사만이 유일하게 지속적인 경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대퇴사시대의 회사원은 이러한 강점으로 자신의 비즈니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스타트업은 말할 것도 없고 1인 경영도 비즈니스다. 프랜차이즈 자영업을 시작해도, 무인 가게 만들어도 마찬가지다. 코딩을 공부해 플랫폼 서비스를 런칭해도 비즈니스고 강사나 컨설팅을 해도 비즈니스다. 그 모든 곳에는 회사원은 자신이 하는 일을 기능별로 구분할 수 있고 만들어낼 수 있다.
경험은 충분하니 '메타인지'를 기르자
회사원들에게 추가로 필요한 능력은 '현실 예측력'이다. 예측의 정확성은 현실과 상상을 정확히 구분하는데서 비롯된다. 이 능력은 성공과 학습에 영향을 미친다. '메타인지'와도 관계가 깊다.
'메타인지'는 미국의 심리학자 존 플라벨에 의해 만들어진 용어다. 자신이 알고 있다는 사실,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능력이다. '내가 무엇을 아는가? 무엇을 모르는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인지하는 능력은 성공과 능력, 학습에 결정적이다. 괜히 대치동 학원가에서 메타인지 열풍이 분 게 아니다.
어떤 이들은 '퇴사하면 스타트업을 해야지' 생각하고 성공 에세이를 읽으며 희망찬 상상을 채운다. 그리고 그 예측과 상상이 현실적이라고 맏는다. 이는 메타인지가 부족한 행동이다.
메타인지를 기르기 위해서는 지식과 기술을 학습해야 한다. 내가 정말로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이고, 모르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메타인지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인지하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자연스럽게 딸려온다.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야 전략이 나온다 @C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