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잇문학도 Jan 11. 2022

습관이, 사람을, 만든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예술가가 되자

 고등학교 진학할 무렵, 스파르타 기숙학원이 유행을 했다. 들어가면 수능 점수가 1~2등급은 오른다는 그곳은 공포스럽지만 호기심이 생기는 곳이었다. 당시만 해도 야간 자율학습으로 10시까지 학교에 남는 경우가 많았고, 고3이 되면 사실상 기숙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에 스파르타 학원은 이름 대비 만만해 보이는 곳이었다.


 실제로 재수를 했던 친척형은 스파르타 학원에 들어갔다. 경기도 광주 부근에 있는 기숙학원이었다. 훗날 친척형은 건물부터 '정신병원' 분위기가 흘러나오는 곳이라고 평했다. 그곳에서 형은 반년을 견디지 못했다. 심지어 3개월부터 도망치고 싶었는데 휴대폰도 전화도 되지 않아 집에 연락을 할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스파르타가 어떤 나라인지 별로 감이 없었던 나는, 영화 300을 보고 나서야 형의 고통을 조금 이해했다.


전쟁통에도 사랑은 싹틀 것이다.. @KBS2

 스파르타 학원은 모습만 바꿨을 뿐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수능뿐만 아니라, 공무원, 영어 학습 등으로 확대되었고, 어떤 학원은 공기 좋은 제주에 자리 잡고 있다. 모습은 변해도 본질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의지가 부족한 사람들을 강한 규율로 제어한다.', '강제로 행동하게 만들어 성과를 거둔다'가 목적일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성과를 위해 기꺼이 몸을 내맡긴다.


 환경을 바꾸는 것은 행동을 바꾸는데 매우 중요하다. 성과는 의지보다 환경이 좌우한다는 말이 정설이까. 하지만 스파르타까지 외치면서 변해야 할까? 강력한 규율은 정말 행동 변화에 도움을 주는 걸까? 규율이 그렇게 효과적이라면 군대를 제대한 사람들은 왜 금세 게으른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는 걸까? 무엇이 우리의 습관을 만들까?



클리어가 클리어하게 말해드립니다


 어린 야구선수였던 제임스 클리어는 동료의 야구 방망이에 맞아 얼굴뼈가 부서지는 부상을 입는다. 실명 위기에 심정지까지 일어난 그는 자신의 선수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클리어는 좌절하지 않고 6년 동안 꾸준히 노력한 끝에, 대학 최고의 선수로 선정되었고 ESPN 전미 대표로까지 선출되었다. 클리어는 조금씩 변화하고 꾸준히 해나가는 자신의 방법론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경험은 명저 '아주 작은 습관의 힘(Atomic Habits)' 된다.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 다 안다. 거대해 보이는 대부분의 것들은 매일매일 꾸준히 쌓아온 일상에서 비롯한다. 단 하루의 노력만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그래서 우리는 꾸준히 해나가는 의지력에 박수를 치고, 좋은 습관을 가진 이를 칭송한다. 그리고 매번 의지박약인 자신을 채찍질한다. 가끔은 채찍질당하는 자신이 안쓰러워 치킨과 맥주, 드라마 같은 것들을 주기도 한다. "오늘까지만 놀고 내일부터는 진짜 잘하는 거다?!" 나 자신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항상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금연과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은 독한 놈이니 가까이 두지 말라는 말이 있다. 아마도 게으름뱅이가 지은 독설일 것이다. 클리어는 성공하는 이들이 독하거나 남들보다 의지력이 뛰어나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의 계획이 작심삼일에 멈추고 마는 것은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주 작은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책의 원제는 Atomic habits(원자 습관)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원하는 습관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클리어는 매우 클리어하게 설명한다.



습관을 만드는 4가지


 습관은 4가지 요소로 만들어진다. 이 중 하나만 빠져도 꽝이다. 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겠지만 우리가 하는 많은 행동은 습관이다. 사람은 대부분의 시간을 자율주행모드로 살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에 대한 글 : https://brunch.co.kr/@blueapples/71]


 육아를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습관이 얼마나 위대하고 골치 아픈 것인지. 우리 습관은 나 자신,  우리를 양육한 부모님, 선생님, 멘토, 동료, 친구들을 통해 강화 또는 약화된 행동이다. 그러니 우리는 스스로 습관을 바꿀 수도 있다.


 첫 번째 요소, 습관은 분명해야 한다.

 막연하게 '아.. 살 빼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습관이 되지 못한다. 정확히 어느 시점에 어느 수준으로 살을 뺄지 정해야 한다. 회사에서 KPI를 짜듯, 인생의 KPI가 있어야만 우리 뇌는 이것을 목표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주변 환경을 싹 정리해야 한다. 우선 냉장고에 있는 살찌는 음식부터 눈에 안 띄게 던져버리고, 그 자리를 다이어트 콜라와 저칼로리 음식으로 채워야 한다.


 두 번째 요소, 습관은 매력적이어야 한다.

 매력은 영어로 Attraction이다. 문자 그대로 끌어당김. 즉, 땡김이다. 우리는 당기는 일를 할 때 지속할 수 있다. 습관을 당기는 것으로 만들려면 재미 요소가 더해져야 한다. 러닝머신을 하면서 재미있는 영화를 보거나, 1개의 영어 강의와 1개의 좋아하는 영상을 묶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예 다이어트 그룹에 들어가서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것도 좋다.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요소, 습관은 쉬워야 한다.

 한 번에 오랫동안 하는 것보다 아주 작은 것을 빼먹지 않고 하는 게 중요하다. 이 메시지는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나 역시 처음 PT를 받았을 때, 코치님의 당부사항은 '매일 헬스장 오세요'였다. 아무리 하기 싫은 날도 일단 헬스장에 와서 러닝머신 5분이라도 걷고 집에 가라고 했다. 헬스장에 오다 보면 조금씩 운동시간이 늘어날 것이고, 무게는 나중에 쭉 올리면 된다고. 그분의 조언 덕분에 지금 나는 9개월째 주 3회 이상 운동을 하고 있다. 놀라운 일이다.

 

 클리어의 주장도 이와 동일하다. 그는 총시간보다 횟수를 늘리는데 초점을 두라고 한다. 주 2회 60분 운동보다. 매일 10분 운동이 습관을 형성하는데 유리하다.


 심지어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2분 이하로 행동하라고 조언한다. 굉장히 쉬워야 사람은 매일 지속할 수 있다. 책으로 이야기하자면 매일 책 1페이지 읽기가 2분 이하 목표일 것이다.


 네 번째 요소, 습관에는 보상이 있어야 한다.

 적금처럼 1년 내내 모으는 보상은 별로다. 가능하면 보상은 바로 나와야 한다. 칭찬받을 수 있는 주변 환경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기 자신에게 상을 주는 것도 좋다. 인위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효과는 직빵이다. 영어 실력이 일취월장한 내 친구는 매일 영어공부가 끝나면 왕좌의 게임을 한 편씩 보았다고 한다. 그는 왕좌의 게임 다음 편을 보기 위해서라도 영어공부를 빼먹지 않았다. 고맙게도 왕좌의 게임은 73편 시즌8까지 있었다.



습관 maketh man


 습관을 간신히 시작해도 꾸준히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어느 날 갑자기 불현듯 다 때려치우고 그만두고 싶어질 때가 온다. 자수성가한 사업도 어느 날은 출근하고 싶지 않고,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다가 그냥 나와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매일 쓰는 브런치도 어떤 날은 한 줄도 타이핑하고 싶지 않다. 습관은 때때로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클리어는 '모든 일은 지루해진다'고 말한다. 그는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지루한 일을 계속해나갈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결국 의지문제다. 안타깝게도 클리어는 이 순간의 해결책을 클리어하게 대답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그의 주장에서 나름의 정답을 찾아낼 수 있다. 그의 책 맨 앞에는 '습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과 정체성이다.'라는 내용이 있다. 정체성은 스스로 생각하는 자기 자신이다. 이는 자존감과 의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이어트를 하겠다'라고 생각하기보다 '나는 원래 건강한 사람이다'고 생각하는 편이 습관을 유지하는데 좋다. 우리는 다이어트가 목적이 아니다. 건강하고 멋진 사람이 되는 것이 최종 목적이다. 결국 우리의 습관은 우리 자신을 바꾸는 것이 목적이다.


 이러한 정체성은 회사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퇴근 후에 글을 쓴다면 자신을 '작가'라고 생각하는 편이 글쓰기 습관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실제로 매일 2분씩 글을 쓴다면 그 사람은 이미 작가다.


 예전 회사에서 김영하 작가를 강연에 모신 적이 있다. 그는 한 시간 정도 직업과 예술, 수단과 본질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의 메시지는 TED '예술가가 되자'에서도 비슷하게 언급되었다.


 그가 어느 날 뉴욕에서 택시를 탔을 때, 택시 뒷좌석에 '리어왕' 포스터와 프로필이 붙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택시기사는 "내가 리어왕으로 나오는 연극이다. 뉴욕에서는 내가 리어왕 역할을 최고로 잘한다고 자부한다. 프로필에서 보는 것처럼 내 직업은 연극배우다. 택시 운전은 그냥 일일 뿐이다."고 답한다. 이처럼 자신의 정체성과 돈벌이 수단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회사원인 우리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낮에는 일을 하지만 밤에는 사업을 준비하는 창업자일까? 아니면 낮에 구상을 하고 저녁에 글을 쓰는 작가일까? 주말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 예술가이거나 전문 투자자일 수도 있다. 그 무엇이 되든 단단하게 만들어진 정체성은 꾸준할 의지와 에너지를 준다. 항상 본질은 수단을 압도한다. 그러니 습관의 기술을 익히기 앞서 우리가 정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본질이다.




[제임스 클리어 저서의 요약]

https://www.youtube.com/watch?v=s5kWI2XoBRI&t=436s&ab_channel=%EB%B9%84%EB%B6%81TV


[TED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 김영하 작가]

https://www.ted.com/talks/young_ha_kim_be_an_artist_right_now?language=ko#t-925884

이전 20화 자율주행모드로 사는 완벽한 방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