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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문학도 Jan 21. 2022

능력은 비빔밥처럼

딜버트의 법칙, 더 시스템

  기업 연수원에 있으면, 기업 교육이나 인사에 지원하고 싶어 하는 대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종종 인사 직무나 연수원에 취업하기 위해서 어떠한 경험이 필요한지, 어떤 자격증이 도움이 되는지 물어오곤 했다. 나는 매번 그들에게 “자격증은 큰 의미가 없어요”라고 답했다.


 취준생들은 “미국 인사 자격증인 PHR이나 SHRM을 따면 좋아요”라는 말을 기대했을지 모른다. 자격증 취득은 업무에 대한 간절함과 노력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역량이 될 수 없다. 현장에서 발휘하는 '역량'은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역량'은 자격증처럼 단기간에 얻기 어렵고, 시간을 두고 키워야 하는 화초 같다.


 취업 플랫폼인 잡코리아에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10명 중 4명은 '경력 5년 차'부터 프로 직장인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스스로를 프로 직장인이라고 평가한 비율은 54.6%였다. 무려 과반의 숫자다.



 설문으로 미루어 볼 때, 전문성이 높은 프로 직장인의 우선 조건은 '업무 처리 능력'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프로 직장인이 갖춰야 할 필수 역량 1순위는 '문제해결능력(57.9%)'이었고, '개인직무능력(55.9%)', '팀워크 및 의사소통(55.3%)', '책임감(43.4%)', '변화에 대한 유연성 및 대처(24.0%)' 순서였다. 업무를 잘 처리하기 위해서는 복합적인 문제 해결력과 개인 역량이 중요다고  수 있다.



일을 잘한다는 착각


 설문처럼 우리 주변 50% 이상은 프로 직장인인가?   

 나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재능있다’고 생각한다. 자존감을 지키려는 인간의 본성이다. 주목할 점은 ‘재능’에 대한 정의가 각자 다르다는 것이다. 모두 자신이 잘하거나 잘할 수 있는 영역으로 ‘재능’의 개념을 정한다. 그래서 대부분 회사원들은 자신이 보통 이상한다고 생각한다.


 필수 역량 1순위인 문제해결능력은 참 애매한 표현이다. 마치 종합 선물세트라는 단어 같다. ‘일 잘한다’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문제해결능력의 뜻은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자연스레 유리한 내용으로 문제해결능력의 뜻을 정할 것이다. 그 기준으로 보면 평균 이상인 우리 주변에는 항상 일을 못하는 이들이 있다.


  만약 객관적으로 우리가 일을 못한다면, 우리는 자신보다 더 못하는 사람을 찾아낼 것이다. 만약 없으면 ‘일’의 개념을 바꿔서라도 만들어 낼 것이다. 그래도 없으면 '역량'은 부족해도 '마인드'는 내가 낫다고  것이다. 그것마저 없으면 평가 기준이 애초에 잘못되었음을 문득 깨달을 것이다.


  합리화하는 우리를 탓하고 싶지 않다. 회사에서 말하는 능력이라는 개념이 정확하지 않고 자의적임을 알리고 싶을 뿐이다.


 좋은 점도 있다. 이제 누군가가 우리의 역량에 대해 왈가왈부한다면 그냥 무시해버리면 된다. 어차피 자기 마음대로 정한 기준을 들이댄 것일 테니까. 그런 사람들과는 능력을 증명하기보다 친해지는 게 훨씬 현명한 방법이다. 맨날 늦는 동료에게는 빨리 좀 다니라며 웃어넘기지만 면접자에게는 1분의 지각도 인색하게 구는 게 사람 마음이기 때문이다. 우리와 친해져서 우릴 떨쳐버릴 수가 없다면 그들은 자신의 생각을 바꿀 것이다. 우리는 이제 일 잘하고 태도 좋은 사람이 된다.



회사 밖에서 필요한 능력, 탁월함


  회사에서의 성공이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능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자신이 능력이 있다고 과신했지만 회사 밖에서 무능함을 보이는 사람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진짜 성과를 만들어내는 찐 능력을 우리는 '탁월함'이라고 부른다.


 탁월함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타고 나는 걸까?

 몇 백에 한 명, 몇 천에 한 명은 정말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 천재적인 프로그래머가 있다면 우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그 사람을 넘어서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다. 유일한 방법은 천재가 나태해지기를 기다리는 법이다. 하지만 현대의 천재들은 근면하기까지 하다.


 다행스럽게도 천재와 수재만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의 사람들도 자신의 능력으로 원하는 성공을 거머쥔다. 자신만의 탁월함이 있으면 된다. 그리고 싸움에서 비벼볼 만한 그 무기는 보통의 능력을 비빔밥처럼 섞을 때 만들어진다.


 '딜버트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영리하고 똑똑한 직원보다, 무능력하고 도움되지 않는 직원이 성공한다'는 법칙이다. 많은 회사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이며 열정적인 인재를 찾는다고 광고한다.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조직일수록 더 크게 창의, 도전, 열정을 외친다. 그런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딜버트의 법칙은 조직 컨설팅에서 한 번쯤 꼭 다루는 개념이다.


 통찰력 있는 이 법칙은 어느 논문의 구절이 아니다. 이는 세계적인 비즈니스 만화 '딜버트'에서 파생된 개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생소하지만 '딜버트'는 가장 뛰어난 비즈니스 만화로 꼽힌다. 또한 딜버트의 작가 스콧 애덤스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자기 계발서 '타이탄의 도구들'의 타이탄 중 한 명이다. 그는 수 없는 사업 실패, 이직, 투자 실패 끝에 세계적인 만화가가 되었고, 강연과 저술, 비즈니스 모든 방면에서 성공을 거뒀다.


딜버트의 한 장면


 스콧 애덤스는 자신이 경험하고 분석한 성공 방법을 저서 '더 시스템'으로 정리했다. 우리는 고맙게도 책 한 권으로 그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열정이 성공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성공이 열정을 부른다고 말한다. 성공한 사람은 열정적으로 변한다. 그러나 앞 서 탁월한 능력이 필요하다. 그 능력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괜찮은 능력 x 괜찮은 능력 = 탁월한 능력


 보통 사람의 탁월한 능력은 괜찮은 능력이 섞일 때 만들어진다. 스콧 애덤스도 스스로 만화를 잘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괜찮은 드로잉 실력과 꽤 괜찮은 유머 감각, 그리고 많은 직장생활 경험과 지식이 섞이면 그만의 독특한 능력이 탄생한다. 그 결과물이 딜버트다. 그처럼 직장 생활을 유머러스하고 통찰력 있게 표현하는 만화가는 많지 않다.


한국에는 있다. 한국의 딜버트 '가우스전자' @네이버웹툰


 성공을 위해 세계적인 기술을 가질 필요 없다. 꽤 괜찮은 수준의 능력들을 계속 늘리고 서로 섞으면 충분하다. 마치 게임에서 중급 아이템을 섞어 고급 아이템으로 만드는 것과 같다. 성공의 비결은 차별성이고 차별성은 단 하나의 기술이나 지식으로 이루어질 수 없기에 이런 복합 능력은 빛이 난다. 이것이 바로 문제해결능력이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디자인을 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자. 그의 디자인 실력은 세계적이지 않지만 디자인 실력과 통찰력 + 유머 감각 + 가구사업 실패 경험을 섞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가 만약에 새로운 플랫폼 비즈니스를 만든다면? 배달의 민족 창업자인 김봉진 대표의 이야기다.


 당신이 화장품 영업사원이라면 어떨까? 화장품 지식 + 좋은 언변술 + 캠핑 마니아로서의 경험을 섞으면 어떤 능력이 될 수 있는가? 여기에 중국어 실력을 기른다면 어떤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 수 있을까? 한 번쯤 우리의 능력을 늘어놓고 생각해봐야 한다.


 능력을 추가할수록 탁월함에 가까워진다는 걸 알았다면 이제 행동할 때다. 급하지 않다. 회사원에게는 퇴직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다. 언젠가 회사를 떠날 그 날을 기약하며 능력을 차곡차곡 모으자. 도토리처럼.


당신이 앞으로 10년 후에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그 미래를 예견할 수는 없다. 당신이 성공할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다른 사람들은 행운이라 여기겠지만-은 체계적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일이 잘 풀리게 해주는 기술과 거의 모든 일에 아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키면 된다. 이는 기술에 기술을 더해 성공 확률을 높인다는 점에서 세상을 수학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 스콧 애덤스 '더 시스템' p183


 



[참고 기사]

https://www.jobkorea.co.kr/goodjob/tip/view?News_No=19296&schCtgr=1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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