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잇문학도 Jan 16. 2022

성공을 말할 때 우리가 비웃는 것들

설득의 심리학, 마셜 골드스미스, 부의 속성

 사춘기 시절, 나는 하고 싶은 게 많은 청소년이었다. 중2병에 빠져있는 나의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친구는 연극배우, 어떤 친구는 검사, 어떤 친구는 세무사, 어떤 친구는 대형 슈퍼마켓 사장을 꿈꿨다. 우리는 열심히 공부해 대학을 갔고, 마침내! 모두 회사원이 되었다.


 하고 싶은 게 많으면 말을 많이 하게 된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어떻게 하면 달성할 수 있을지 온갖 아이디어와 생각이 머릿속을 휘젓고 다닌다. 간신히 정리한 생각들을 어른들에게 말하면 우리는 "말만 하지 말고, 하고 이야기해"라는 훈계를 들었다. 뒤늦게 어른이 된 지금, 이 말은 어른들이 자신에게 하는 훈계임을 알 게 되었다. 어른들은 이제 말도 잘 하지 않는다.



언어에는 얼마나 힘이 있을까?


 김영하 작가는 '대화의 희열'과 강연에서 자주 말의 힘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마음에 없는 말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 말과 생각은 뗄 수 없는 관계다. 한 예로 사람들은 "가족에게 나쁜 일이 생긴다"는 주제로 글을 쓰거말하길 주저한다. 실제로 일어날 일도 아니고, 일어난 것도 아니지만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


 언어는 생각도 바꾼다.

 2차 대전 중공군은 미군 포로를 대상으로 백일장을 자주 열었다. 포로들에게 '미국이 완벽하지 않은 이유', '공산주의 국가에 실업이 없는 이유'와 같은 주제의 글쓰기를 시켰고  쓴 포로에게는 빵 한 덩이줬다. 글쓰기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인다. 사실을 바탕으로 하니 조국을 배신한 것도 아니고, 포상도 고작 빵 한 덩이일 뿐이다.  백일장에 많은 포로들은 최선 다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포로들은 조국에 비판적으로 변해갔다. 글쓰기는 연설로 변했고, 글과 연설은 다시 많은 이들에게 공개되었다. 결국 상당수의 미군 포로는 자발적인 변절자가 되었다. 말과 글의 힘 덕분이었다.


 심지어 우리는 언어의 범위만큼 생각할 수 있다. 이는 어려운 말로 '언어의 자의성'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눈'은 한 단어지만, 에스키모인들은 '눈'을 여러 단어로 표현한다. 우리는 당연히 에스키모인들보다 눈을 자세히 관찰하지 않을 것이고 그들처럼 섬세하기 느낄 수 없다.


 남자인 나는 화장품을 보면서 언어의 자의성을 느꼈다. 나에게 핑크색인 립스틱을 어떤 사람들은 수 십 개의 다른 제품으로 보았다.


아직도 구분 못하겠다


 이 복잡한 세상을 알 게 된 나는 이제 핑크를 한 가지 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디 색깔뿐인가? 어떤 단어가 생겨나면 사람들은 그 말을 사용해 세상을 분석하고 인지한다. 나름 신조어인 '갓생'이나 '퐁퐁단', '과몰입', '탱커' 같은 표현을 사용해서 우리는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집어내고 인식한다. 예전이라먄 복잡하게 했던 표현을 "쟤가 우리 모임에서 탱커잖아." 한 줄로 이야기할 수 있다.



한다고 말하게


 우리는 말의 힘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리더십과 인사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마셜 골드스미스는 변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행동으로 '선언'을 꼽았다. 선언은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사람들에게 말로 알리는 행동이다. 그에 따르면, 지금 변화하고 싶은 부분을 당장 사람들 앞에서 "나는 오늘부터 3달 안에 중국어 O등급을 따겠다"처럼 말해야 한다. 그는 혼자 방에 앉아 노트에 적어보거나 소리 내 다짐하는 것보다 몇 배는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선언하고 나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술술 풀린다. 이는 자신과의 약속인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이제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도 받을 수도 있다. 선언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풍선에 바람을 불듯 지속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치킨이 먹고 싶다면 선언을 이용할 수도 있다 @MBC


 마셜 골드스미스의 워크숍은 수 천만 원에서 수 억의 가격이다. 비싼 워크숍에 참석한 리더들은 가장 먼저 참석자와 회사 직원들, 주변 사람들 앞에서 변화를 선언한다. "이제부터 직원들이 아무리 형편없는 보고서를 가져와도 소리 지르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직원들 의견을 모두 들은 뒤 저의 의견을 이야기하겠습니다." 같은 말을 다. 실제로 효과는? 100%의 확률로 변한다.


 여러 사람들과 나눈 말은 힘을 받고 행동을 변화시킨다. 이 점을 응용해보자. 우리는 원하는 것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다. 이미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 없어야 게으른 우리 자아가 좀 움직이지 않겠는가?



가는 길은 조롱밭이다


 선언은 어렵지 않다. 어려운 것은 선언 뒤에 따라올 비웃음과 조롱이다. 열심히 말했는데 지키지 못하면 어떨까? 자존감이 떨어지거나 자신감에 상처를 입지는 않을까? 굳이 선언을 하면서까지 변화를 이야기해야 하나, 그냥 하면 되지 않을까? 부끄럽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내뱉은 말을 모두 지킬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달라이 라마도 쉽지 않을 것이다. 환경이 변하고 마음이 변하며, 주변의 방해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비웃음과 조롱을 감수하고 '선언'을 해야 한다. 말을 하고, 글로 적어야 한다. 욕망에 솔직해지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스노우폭스의 대표이자 부자들의 멘토인 김승호 대표는 저서 '부의 속성'에서 조롱을 미리 받아보라고 말한다. 그는 책상에 벌고 싶은 돈을 적어두라고 한다. 자신의 욕망을 적어놓는 행동이다. 이를 본 다른 사람이, 혹은 모르는 사람이 조롱하더라도 괜찮다. 어차피 무엇인가를 성공해내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의 조롱을 수시로 받기 때문이다. 김승호 대표는 범접할 수 없는 경지로 올라서야 슬슬 조롱과 비난이 줄어든다고 말한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그렇다. 정말 대단한 성과로 다른 사람들의 입을 싹 다물게 하지 않는 이상 잘 모르는 사람들의 조롱과 비웃음, 비난을 받게 된다. 열심히 할 수록 비난과 비웃음이 늘어나기도 한다. 슈퍼스타들에게도 항상 따라다니는 게 악플 아니던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선언할 때, 남들에게 나의 비전을 이야기할 때, "그래 넌 반드시 해낼 거야"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어도 좌절하지 말자. 나 역시 영업사원을 그만두고 인사로 재취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주변은 비판과 비웃음 투성이었다. 자격과 준비가 부족하다는 말은 사실처럼 들려 더욱 서운했다. 심지어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넌 영업이 진짜 잘 어울려"가 "넌 딱 봐도 인사/교육이야"라는 말로 바뀐 지 오래다. 내가 바뀌었을까? 바뀐 것은 그들의 인식이다.


 별 것 아닌 취업도 이 정도인데 더 큰 일을 도모하는 사람이 있다면 도전의 크기만큼 어려움이 옵션으로 따라올 것이다. 목표가 크기에 어려움도 큰 것이다. 선언하고 변화하고, 실패해도 다시 선언하자. 해보고 말하는 게 아니라 말하고 해 보자. 조롱과 비웃음을 미리 받아보자. 언젠가 선언한 것을 현실로 만들어 보여줬을 때, 우리는 그 모든 비난과 조롱을 지우고 다른 사람들의 멘토이자 리더가 될 것이다.

 



[추천영상 : 투자자에게 구멍가게나 하라는 소리를 들었던, 머스트잇 조용민 대표]

https://youtu.be/51boqGNfH_8


이전 21화 습관이, 사람을, 만든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